[국토매일=전병수 논설위원]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유튜브 취임식 얘기다. 미사여구가 적절하게 배치된 취임사는 행간 곳곳에 정치색이 배어 있다. 그가 윤석열 정부 초대 국토부 장관, 정치인 출신 장관이란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갈만도 하다.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국토 구축 등 산업의 미래를 제시했지만 부처 업무의 본질인 건설에 대한 언급은 약했다. 더구나 현장 얘기는 빠졌다.
유튜브 방송을 통해 취임사를 발표한 것은 이례적이다. 장관이 시대의 변화와 함께 한다는, 스마트하다는 이미지를 주고도 남았다. 더구나 채팅장에 올라온 질문에 직접 답변하는 모습은 속된 말로 제대로 폼이 났다. 여태껏 경험하지 못한 원 장관만이 할 수 있는 퍼포먼스일지도 모른다.
만약 원 장관이 취임식을 유튜브 형식이 아닌 건설현장에서 했다면 어땠을까. 필자는 원 장관이 전임 장관들과는 다른 장면을 보여줄 것으로 내심 기대했다. 파격적으로 할 경우 서울의 아파트 건설현장이나 GTX 공사현장도 가능할 것으로 봤다. 안전모와 안전화를 착용한 채 비계나 복공판 위에서 취임사를 발표했다면 국민과 건설업계에 현장이 중요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줄 수 있었을 것이다.
원 장관의 취임식은 정치인 출신 장관의 감각과 한계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그가 맡은 부서가 국토부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공간과 이동의 혁명을 이끌겠다고 강조했지만 취임사의 상당부분을 부동산에 할애했다. 부동산 문제가 가장 민감한 현실적인 이슈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 못할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국토부 본연의 업무가 ‘부동산’이라는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옥외에서 이뤄지는 건설 산업의 중요성이 묻혀버린 모양새가 돼버렸다. 건설업계 입장에서는 국민에게 산업을 이해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잃어버린 것과 다름이 없다. 건설현장의 안전을 강화하겠다는 한 줄이 있어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진다.
문제는 앞으로다. 원 장관은 왜 자신이 다른 부서도 아닌 국토부의 수장이 됐는지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실패한 전임 장관들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능력 입증은 필수이다. 이른바 ‘대장동 일타강사’라는 별칭의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아니 그 별칭과는 다른 높은 차원의 업무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그동안 쏟아낸 공약과 말들을 정리정돈하고 이를 업무와 연계해 고민해야 한다.
원로 방송인 송해 씨가 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가. 무려 35년 동안 ‘전국노래자랑’ 진행을 맡아 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답은 현장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는 녹화 며칠 전에 현장에 간다고 한다. 그곳 사람들과 몸으로 만나 애환, 생활상을 직접 느낀다. 그런 후 슬픔은 슬픔대로 보듬고, 기쁨은 함께 나누며 무대를 달군다. 감동이 우러나올 수밖에 없다. 국민MC라는 칭호를 거저 얻은 것이 아니다. 최근 불거진 건강문제로 하차설이 나돌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의 존재감은 비교불가이다.
건설현장에서 벌어지는 일은 다양하고 사안들이 복잡하게 얽히고설켜 있다. 안전사고를 비롯해 노조문제, 기자재 수급, 인력부족 등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미 현장에서는 구조화돼 고착화된 지 오래다. 공정 진행을 방해하거나 지연시키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문제는 부동산 이슈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이다.
사무실 책상에서 서류나 구두보고를 통해 파악하는 건설현장의 모습과 실제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 현장의 모습은 천양지차이다. 노조 문제만 해도 그렇다. 노조원들이 점거한 건설현장을 보자. 새벽에 나와 임장조차 하지 못한 채 귀가하는 비노조원 노동자의 절규, 현장 타설을 못하고 돌아가는 레미콘 차량, 욕설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전쟁터 같은 분위기, 빈 현장을 바라보는 건설사 관계자들의 탄식….
우문현답이다. 우리들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 건설현장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원 장관이 현장을 찾아야 하는 이유이다. 송해 씨가 현장과 호흡을 같이 하며 시청자들과 공감했듯이 원 장관도 건설의 문제는 현장 공감을 통해 해결에 나서기 바란다. <저작권자 ⓒ 국토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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