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매일=전병수 논설위원] “부동산 문제가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 저금리 기조가 장기간 유지되는 속에 유동성이 크게 확대되며 돈이 부동산으로 급격히 몰렸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기도 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많은 주택을 공급했지만 수도권 집중화가 계속되고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며 주택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판단한다. 주택 공급의 대규모 확대를 더 일찍 서둘렀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일 8개의 국내외 유력 통신사들과 가진 합동 서면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지금 국내 경제에서 가장 아픈 대목으로는 부동산 문제가 꼽힌다. 지금 돌아보는 집값 폭등의 원인과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변 중 일부이다.
대통령의 답변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부동산 문제가 임기 내내 가장 무거운 짐이었다”는 부분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자인하는 동시에 부동산 문제로 고통을 겪는 국민들의 마음을 보듬지 못한 미안함을 표시했다는 정도로 해석이 된다.
실제로 부동산 문제는 임기 내내 문 정부를 괴롭혔고 30여 차례에 가까운 대책을 발표하고 시행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은 다 내놨다는 말까지 나왔지만 현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부동산이 어찌 대통령만의 짐이겠는가. 월급 받아 한 푼 두 푼 모아 적금을 들고 대출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영혼까지 끌어들여도 집을 살까 말까 한 청년들에게도 부동산은 무거운 짐이다.
급상승한 전셋값에 치여 월세의 울타리에 갇힌 서민과 임대차 3법 시행으로 내 집 마련의 사다리가 흔들리고 있는 전세 임차인 및 싼 전세를 찾아 직장과는 먼 외곽 지역으로 내몰리는 무주택 전세난민 등 이들에게도 부동산은 무겁디무거운 짐이다.
대통령은 왜 이런 짐을 지고 살았을까. 대통령은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저금리 기조의 장기간 유지ㆍ유동성 확대ㆍ돈의 부동산 쏠림 등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는 세계적인 공통 현상이며 나아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며 일찍 주택공급을 확대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더불어 수요 급증의 배경으로는 수도권 집중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을 지적했다.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를 최고의 민생문제로 인식하고 투기억제와 실수요자 보호 및 공급확대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최근 부동산 가격이 확실한 하락세로 접어들었다”고 했다. 과연 그럴까.
그럼에도 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왜 실패했다는 소리는 듣고 있는가. 더구나 임기 초 대통령은 “우리 정부는 부동산 문제만큼은 자신 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오죽했으면 집권당 대통령 후보마저 “매우 잘못된, 부족한 정책이었다”며 비판하고 있을까.
선거를 목전에 둔 후보의 다급함이라고만 치부하기는 어렵다.
시장의 반응도 집권당 후보와 별 차이가 없는데 이른바 부동산 전문가라는 관료들이 머리를 짜내 내놓은 수십 번의 부동산 대책이 실패한 이유, 시장이 화가 난 이유를 알고 있느냐고 되레 묻는다.
“지금 월세가 얼마나 올랐는지 아느냐”, “늘어난 규제 때문에 부동산이 이 지경이 됐다”,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전문가의 의견을 왜 무시했느냐”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부동산의 정치화다. 정권 초기 주무장관부터 정치적인 시각으로 부동산 문제에 접근했다. 문제의 발단이 된 것이다.
심지어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치안총수까지 나서 “부동산 투기를 하는 자는 엄벌에 처하겠다”고 했다. 엄포 아닌 엄포였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두 바퀴로 굴러가는 것이 시장인데 이런 엄포가 먹혀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정책은 조삼모사로 바뀌지 않았던가. 불확실성을 해소하기는커녕 정책 불신의 늪만 키웠다.
대통령도 말했듯이 부동산은 최고의 민생문제다. 특히 집에 대한 소유개념이 강한 대한민국에서는 민생문제의 핵심이다.
대통령은 “주거안정을 위해 끝까지 노력해 부동산 문제가 다음 정부의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차기 정부는 시장과 전문가의 목소리에 귀를 열기 바란다.
국민과 대통령이 지는 부동산이라는 짐의 무게가 가벼워져야 한다. <저작권자 ⓒ 국토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