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매일 김영도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 변창흠 사장 취임 이후 연구용역이 부쩍 늘었는데 알고 보니 변 사장이 소속된 학회에 이미 발표됐거나 연구가 완료된 유사 연구용역들을 수의계약으로 발주해 일감을 몰아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게이트 사건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은 8일 국정감사를 통해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LH 변창흠 사장이 속한 특정 학회와 연관된 기관에 취임 1년 반 동안 36억 9700만 원 규모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줬다며 성토에 나섰다.
김은혜 의원은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의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인사들이 소속된 특정 학회가 최근 LH의 연구용역 발주를 좌지우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지목한 특정 학회는 LH 변창흠 사장이 고문으로 활동 중인 '사단법인 한국공간환경학회'로 김수현 前 청와대 정책실장(10대 학회장), 조명래 환경부장관(5대 학회장), 강현수 국토연구원장(9대 학회장) 등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모인 학회 라인이 제 식구 일감 몰아주기로 견고하게 얽혀 있는 상황으로 LH는 자체 연구기관 토지주택연구원이 끝낸 연구와 유사한 연구들을 한국공간환경학회에 몰아주는 등 비양심적인 계약 행태가 만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학회 창립 목적이 1988년 민주화에 대한 뜨거운 열기와 학술연구자의 진보적 실천의지를 조직적 틀 속에 담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어 정치적 색채가 역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의원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도별 LH 연구용역 수의계약 총액이 올해 3분기가 막 지난 상황인데도 작년 수의계약 총액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대부분 한국공간환경학회와 국토연구원, 한국도시연구소, 미래이엔디 등에 수의계약으로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확인됐다.
변창흠 사장 재임 약 1년 반 동안 이들과 수의계약한 건수는 11건, 총액 약 36억 9700만 원으로 전임 박상우 사장 3년 동안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연구용역 총 8건, 약 17억 6665만 원 보다 약 217% 상회한 수치다.
김 의원은 “수의계약 한 용역들을 연구내용을 들여다 보면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의 연구 수행이 끝난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1억 9100만 원의 수의계약으로 한국도시연구소(소장 최병두ㆍ4대 공간환경학회장)에 발주한 '전세임대사업 주요 성과 및 향후 방안' 연구용역은 이미 LH토지주택연구원이 2016년 ‘전세임대주택사업의 성과평가와 개선과제 연구’라는 주제로 연구가 완료된 사업이다.
또 지난 3월말 3기신도시 특화 및 일자리, 지역상생 방안 등의 마스터플랜을 국토부와 발표했는데도 내년 말까지 유사 내용의 연구용역을 국토연구원에 발주해 놓은 상태다.
특히 LH토지주택연구원에서도 ‘3기신도시 개발전략 및 계획기준 수립’에서 연구를 완료한 것으로 이미 발표된 마스터플랜에 신도시 전체 배치, 세대수, 특화구역 및 일자리 방안 등이 이미 나와 있는데도 재탕, 삼탕으로 우려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결과가 다 나온 시점에서 내년 말에나 나올 해당 용역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면서 “유사한 용역발주라도 서슴지 않고 무리하게 일감을 밀어준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명백한 감사원 감사청구 대상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이미 발표되거나 완료된 연구결과를 재차 반복해 연구용역을 발주해 LH 토지주택연구원의 존립과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LH토지주택연구원의 예산현황과 연간 과제규모도 2015년과 대비해 연구원 예산은 늘리면서 정작 본업인 연구과제는 약 2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토지주택연구원 황희연 원장 역시 한국공간환경학회에서 고문직을 맡고 있어 의심의 눈초리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김은혜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집값이 잡히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는 부동산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이 서로의 이너서클을 만들어 놓고 ‘부동산 마피아’로 불리는 그들만의 성역을 구축했기 때문”이라며 강도 높게 질타했다.
김 의원은 “국가적 부동산 대책보다는 내편 챙기는 혈세 나눠 먹기가 횡행한다”며 “집이 없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서민들을 뒤로하고 친분이 있는 지인들에게 일감을 몰아주는 행위에 대해 감사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변창흠 사장은 김 의원의 지적에 “주거복지를 위한 최저 주택조사 대책 마련이 필요해 실태조사를 한 것으로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곳이어서 우연히 연결됐는데 어떻게 이권단체가 될 수 있겠냐”며 “공정한 절차를 밟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저작권자 ⓒ 국토매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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