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철도안전특집④] 궤도기술-더욱 견고하면서도 LCC 비용 줄이는 기술 최적화

분기기는 탈선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열차의 안전성과 직결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19/07/23 [09:28]

[철도안전특집④] 궤도기술-더욱 견고하면서도 LCC 비용 줄이는 기술 최적화

분기기는 탈선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 열차의 안전성과 직결

장병극 기자 | 입력 : 2019/07/23 [09:28]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철도가 타 운송수단과 구분되는 지점은 ‘궤도’의 유무이다. 국내에 고속열차가 본격적으로 운행되기 시작하고, 동시에 기존선의 개량화가 진행되면서 궤도기술은 크게 두 가지의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첫째는 고속에 대응할 수 있는 궤도기술을 확보하는 것이고, 둘째는 생애주기비용(LCC)을 단축하는 것이다.

 

궤도는 근본적으로 소재와 도상 등 구조적 한계로 인해 선형의 뒤틀림 등 불안전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작업을 통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선로와 분기기를 생산하는 업체들이 다른 분야에 비해 LCC에 더욱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 궤도분야는 고속화에 대응하고 생애주기비용(LCC) 단축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 삼표레일웨이 제공

 

◆ 궤도기술의 발전...LCC에 최적화된 설계

 

궤도는 레일, 침목, 체결구, 도상 등으로 구성된다. 궤도 구조는 노반의 상부에 설치된다. 초기에는 열차 하중을 지지할 수 있는 허용응력 및 한도 등만을 고려했다. 주로 목침목을 사용했고, 레일과 침목을 고정시키는 체결구는 스크류 방식을 사용했다.

 

스크류 방식은 사실상 나무(침목)에 나사를 돌려 쇠(레일)를 고정시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철도 기술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스크류 방식은 고정력이 불안정하고, 수시로 보수해야하며 무엇보다 궤도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체결구가 클립형태의 탄성체결장치로 바뀐 가장 큰 이유이다.

 

탄성체결장치는 열차 통과 시 진동에 대응하고 궤도에 전달되는 하중을 침목으로 적절하게 전달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궤도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향상시키는데 기여했다. 최근에는 체결장치의 설계기술이 더욱 발전하면서 궤도의 지지력을 확보하고, 열차 하중을 분산시켜 침목에 전달할 수 있는 고탄성체결장치도 개발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체결장치의 형상을 변화시키거나 소재에 변형을 주는 등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엘더스티앤엘 문정복 대표이사는 “체결장치는 손상확률을 최소화하면서 시공측면에서 호환성이 용이하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며, “체결장치를 만드는데 있어 과학적으로 설계‧적용한다면 궤도구조 전체의 LCC비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침목도 기존 목침목에서 PC침목(콘크리트침목)으로 개선되었다. 목침목이 가진 소재적 한계를 극복하고,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안정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초기 설치비용은 목침목보다 높지만, 한번 시공하면 장기간 사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LCC 비용의 획기적인 절감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PC침목은 목침목에 비해 무겁기 때문에 기존선의 교량‧터널 등 구간의 시공에 적합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일본 등 철도선진국에서는 합성수지침목을 사용해 유지‧관리 비용을 절감시키는 사례도 있다.

 

PC침목도 오스트리아‧독일 등에서는 제작 단가를 줄이면서도 침목의 기능 중 가장 중요한 도상으로의 하중 분산‧전달을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국내에서도 선로의 사용량 증가와 속도 향상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열차의 하중이 궤도 구조 중 어느 부분에서 집중되는지 분석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하중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침목이 도상으로 하중을 불균등하게 분산시킬 경우 도상의 파괴를 촉진하고, 파괴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파괴된 도상으로 인해 궤도의 뒤틀림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삼표레일웨이의 강기동 고문은 “하나의 사례로 HFS하프프레임침목의 경우 레일 좌면부 침목 폭을 증대시켜 일반침목 대비 하중분산 효과가 크다”며, “급곡선부나 분기기 전‧후단, 터널 등 접속부에 사용 시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철도의 고속화에 대응하기 시작하면서 궤도구조는 더욱 진화했다. 연약노반 등의 영향으로 선형 변형을 방지하기 위해 강화노반으로 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토목섬유를 사용해 노반을 더욱 안정적으로 보강하기도 한다. 특히 연약노반에서 토목섬유는 부등침하를 줄일 수 있고, 배수상태를 양호하게 만들며 지반의 지지력도 보강할 수 있다. 양질토와 불량토의 혼합도 방지하며 쇄석의 노상유입을 막는데도 효과적이다.

 

궤도구조는 선형의 변화를 최소화해 열차의 탈선을 방지하게 만들어야만 열차의 안정적 주행과 더불어 기술적 안전성도 확보할 수 있다. △열차 통과 시 적정 하중 분산 △체결장치를 통한 레일의 지지력 확보와 침목의 내구성 향상 △외부 환경적 요인에 대응하는 보강재 등 레일-침목-노반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하고, 상호간에 미치는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이에 대응할 수 있어야만 기술적 신뢰성을 얻을 수 있게 된다. 

 

◆ 분기기 크로싱부 개선...고속 주행에 필수적 기술

 

한편, 고속에 대응할 수 있는 궤도의 제작‧적용에 있어 중요한 것은 분기기의 성능이다. 분기기 크로싱부는 마모와 손상 등으로 인해 항상 탈선사고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크로싱부는 구조상 궤도의 결선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열차의 고속 주행 시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동시에 내구성을 향상시켜야만 하는 숙제를 안고 있었다.

 

전환이 불가해 결선이 발생하고, 이로 인한 진동‧소음을 야기했던 과거의 고정식 망간크로싱은 이제 노스가동형으로 바뀌는 추세이다. 국내에도 200km 이상의 준고속선 이상의 선로에는 노스가동크로싱을 설치하고 있다. 최근에는 약 1만 2천여틀에 달하는 일반선 분기기의 망간크로싱을 노스가동형으로 개량 가능하게끔 ‘세미노스크로싱’까지 개발된 상태이다.

 

분기기의 성능개선을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크로싱부 손상‧마모 대응 기술 개발 △ 포인트부 텅레일 보강‧개선 통한 안전성 강화 △분기기 침목부 형상 등 개선통한 좌‧우방향 균일처짐 유도 등이다. 이밖에 분기기 유지‧보수의 효율성 증대 방안 등도 고려해야 한다.

 

특히, 크로싱부의 손상과 마모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업계에서는 다양한 기술을 모색하고 있다. 핵심은 크로싱부의 내구성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기존의 망간크로싱은 소재 특성상 초기 경도(硬度)가 낮아 균열‧마모 등 손상의 가능성이 증대한다는 단점이 있다.

 

㈜삼표레일웨이에서는 EDH(Explosive Depth Harding) 폭발경화공법에 의해 표면을 경화시켜 망간크로싱의 사용수명을 증가시키는 ‘폭발경화망간크로싱’을 개발했다. ‘표면경화’는 표피만을 경화하여 내마모성을 증대하고, 내부는 고유의 강인성을 갖는 열처리 방법이다. 주로 차축‧기어 등 마모되기 쉬운 표면 경화에 응용되고 있다. 이를 분기기의 크로싱부에 도입해 열차통과 시 분기기 크로싱부가 강한 외력에 견딜 수 있게 만들었다.

 

㈜세안 등 분기기분야 신규진출업체는 특수합금강을 사용해 초기 노즈부 손상을 최소화하고 내구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내놓고 있다. 이미 해외에서 적용되고 있는 기술을 응용해 국내 철도 제반 여건에 맞도록 설계했다.

 

내구성을 향상시킴에도 불구하고 노즈부는 분기기 구조상 지속적인 외력에 의해 손상과 변형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더욱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유지‧보수를 할 수 있는 방법도 동시에 고안할 필요가 있다.

 

㈜삼표레일웨이의 ‘상하분리크로싱’을 비롯해 ㈜세안의 ‘노즈블록형크로싱’ 등은 크로싱 노즈부만 신속하게 교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이를 통해 열차 미운행 시간동안 빠르게 크로싱부를 보수해 작업속도를 줄일 수 있다. 크로싱부에 가해지는 외력에 충분한 응력을 가질 수 있도록 소재 등을 개선해 내구성을 향상시키고, 손상 시에도 신속한 교체가 가능하도록 설계함으로써 분기기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탈선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 철도기술연구원, 철도시설공단, 삼표레일웨이(주)가 공동 개발해 국산화한 고속분기기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제공

 

◆ 일체형‧모듈형 시공기술의 대두...급속시공 통한 기존선 개량

 

대환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서울‧부산 등 도시철도 및 일반선 개‧보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열차 미운행 시간 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특히, 선로와 침목 등의 개‧보수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를 단축할 수 있는 기술적 대안이 필요하다.

 

분기기는 시공의 정밀도가 중요한 만큼 공장에서 제작된 완전체를 현장에 바로 운송‧부설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공간적 제약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틸팅화차를 사용해 일체형 분기기를 현장까지 철송해 바로 시공함으로써 부설시간을 단축하고 시공의 정밀도를 향상시킬 수 있다. 하지만 철송이 불가한 경우에는 분기침목을 포함한 분기기를 분절할 수 있도록 설계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철도 선진국에서는 이미 틸팅화차를 이용하거나 분기침목을 분절 설계해 기존선을 개량하고 있다.

 

◆ 궤도유지‧관리에 필요한 연마기술...친환경적 방안 모색해야

 

LCC비용 단축을 위한 다양한 기술을 선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재‧구조적 한계 상 궤도는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필요하다. 궤도의 관리와 안전성의 확보에 있어 중요한 기술은 연마(鍊磨)방식이다. 주행감을 향상시키고, 궤도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차륜을 주기적으로 삭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레일연마 역시 주기적이고 일정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주로 영업선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한정된 시간 내에서 최대한 긴 구간에 연마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해법도 필요하다.

 

최근 철도 지하터널을 비롯해 지하공간의 미세먼지가 화두로 제기되고 있고, 미세먼지를 제거하기 위해 터널 환기구 미세먼지 집진장치, 승강장‧열차 내 공기정화장치 설치 등 다양한 기술을 적용‧개발한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미세먼지 발생요인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 숫돌을 사용해 레일을 연마한다. 이미 검증된 연마방식이지만 분진이 많이 발생하고 연마속도가 다소 느리며, 작업 도중 불꽃이 튀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 단점이다. 스위스의 SCHWEERBAU사 혹은 오스트리아의 LINSINGER사 등에서 현장에 적용하고 있는 레일밀링머신은 기계로 레일을 직접 연마하는 방식이다. 숫돌을 사용한 레일 연마에 비해 상대적으로 분진량이 작고 작업속도가 빠르다. 연마과정에서 발생한 쇳가루는 머신에서 바로 포집할 수 있다.

 

결국 LCC비용을 생각한다는 것은 궤도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지속적 유지‧보수를 전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정밀한 시공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후관리도 철저하게 이루어져야만 한다. 궤도기술의 경우 다양한 변수와 외력에 의한 변형‧파손 등을 사전에 고려해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궤도‧체결장치‧침목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제는 친환경적이면서 유지보수 비용의 절감을 통한 경제성을 확보하고, 공간적 제약‧시간단축 등 효율성도 동시에 담보할 수 있는 ‘궤도관리기술’에도 주목해야할 시점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