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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4차산업혁명시대와 빅데이터, 먼저 데이터를 모으자

윤석헌 경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김지형기자 | 기사입력 2019/06/03 [18:21]

[기고] 4차산업혁명시대와 빅데이터, 먼저 데이터를 모으자

윤석헌 경상대학교 건축공학과 교수

김지형기자 | 입력 : 2019/06/03 [18:21]

▲ 윤석헌 경상대학교 공과대학 토지주택대학원 부원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 "4차산업과 접목해 기술력·전문성으로 승부해야"

최근 국내외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건설산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는 해외건설사업 수주의 둔화와 함께 해외시장에 대한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으며, 국내시장에서는 아파트 시장의 둔화와 공공 SOC사업의 축소, 그리고 52시간 근로시간 감축 등 다양한 문제로 인해 건설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에서 우리나라 건설업계는 저가 중심의 수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이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10배에 수준에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저가 중심의 영업이 아닌 기술과 지식을 활용한 수주 활동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내의 건설산업의 현황을 살펴보면, 운에 의한 입찰금액 결정과 입찰견적 능력 부족, 견적, 그리고 시공사들의 주요 업무들을 외주에 의존하고 있다.

 

즉, 국내 업체들은 공정, 공사비, 품질 등에 대한 체계적인 사업관리 능력이 부족하고 사업에서 발생된 중요한 경험과 지식의 체계적인 축적과 활용 체계가 미흡할 뿐 아니라 해외의 선진 회사와 경쟁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국내 업체들의 해외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정부에서는 시공책임형 CM제도와 순수내역 입찰제도, BIM의 도입과 4차산업혁명 기술의 도입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으나, 이러한 노력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건설관련 업계들이 현재 자신들의 문제점들을 깨닫고 스스로 극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4차산업혁명에 대한 대비나 BIM의 도입 등 신기술의 도입도 필요하지만, 이보다 중요한 것은 업계 내부의 내실을 다지는 것이다.

 

이러한 내실을 다지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양한 사업의 수행에서 발생하는 많은 자료들의 축적과 활용 체계의 구축이다. 4차산업혁명과 함께 건설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인공지능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실무자들의 실제 업무에서 작성하고 사용하는 수많은 자료가 필수적이다. 신기술의 도입이 아니더라도, 현장에서는 생산성 데이터가 없어 작업단위별 적정한 공사기간을 산정하거나 표준품셈이 적절한지에 대한 판단도 어려우며, 실패 사례에 대한 자료가 없어 매번 실패를 반복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최근 들어 52시간 근로시간과 관련하여 공사기간에 대한 조정을 하려고 하지만, 준공(As-Built) 공정표 등과 같은 세부 공정에 대한 구체적인 자료가 축적되어 있지 않아, 어느 정도 공사기간을 조정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건설사업에서는 공정관련 정보와 공사비 관련 정보가 매우 중요한 정보이다. 하지만, 이러한 중요한 정보들조차 체계적으로 축적하고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이 없다 보니, 적정한 공사비가 얼마이고 적정한 공기가 얼마인지에 대한 시비가 계속해서 발생한다. 특정사업의 적정 공사비와 적정 공기라는 것은 정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공사비와 공사기간에는 수많은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는데, 이러한 영향요인에 따른 공사비의 예측을 쉽고 정확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 요인에 대한 충분한 수의 자료를 축적이 필요하다. 즉, 주어진 공사비와 공사기간이 얼마나 적정한지에 대한 판단은 기존의 사례 정보와 세부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단할 수 있으며, 축적된 자료의 양에 따라 그 정확도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공사비와 공사기간 등 건설사업 관련 정보의 부족으로 인해, 그에 대한 산정 근거도 제시하기 어렵고, 정보의 적정성에 대한 논란만 커지고 있으며,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도 쉽지 않다.


최근, 조달청에서는 2018년부터 “빅데이터 기반의 지능형 공공공사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 입찰 내역 등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조달청이 초기 단계에 적정 공사비를 검토하고, 다양한 공사관리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빅데이터 시스템 구축을 시작했다.

 

조달청에서는 장기적으로, 이러한 체계를 통해 초기 단계의 정확한 공사비 예측과 사업기간동안의 체계적인 공사비 관리뿐만 아니라, 조달청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전체 건설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건설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시공사들은 건설사업과 관련된 정보의 생산과 활용의 전초기조로서 매우 다양한 정보와 함께 다양한 사업 형태에 따른 정보들을 접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들을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고 있는 회사들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선진화된 건설회사의 경쟁력은 누가 공사를 더 잘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축적하고 이를 얼마나 더 잘 활용하느냐에 있을 것이며, 이러한 지식체계는 지금까지의 저가 수주방식을 뛰어넘어 기술력과 전문성에 대한 적정한 대가를 받으면서 수주를 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다.


여기저기서 4차산업혁명과 BIM 등 선진 기술의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선진 기술의 기반이 되는 지식과 정보, 데이터의 축적과 활용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실제로 빅데이터나 BIM과 관련된 정보시스템의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시도 실제로는 단순히 외주업체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자료의 축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자료의 축적은 1~2년의 단기간이 아니라 10년, 20년 이상 동안에 걸쳐 기술자들이 직접 축적해야 하는 길고도 어려운 일이다. 또한 누구든 자료를 기록하는 것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으며, 이러한 기록을 통해 자신이 하는 업무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나라 건설산업은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여 전문성과 기술력을 인정받고 제대로 된 공사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체계로 도약할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저가의 단순 수주형태에 머무를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할 시기가 되었다.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다양한 사업관련 정보와 지식의 축적과 함께 빅데이터 등의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과 접목시켜 기술력과 전문성으로 승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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