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한국철도의 역사속 진실 (상)

국토매일 | 입력 : 2018/11/21 [08:47]

▲ 배은선 (2013년 한국철도공사 사사편찬 담당) 현재 코레일 송탄역장 

[배은선-(2013년 한국철도공사 사사편찬 담당) 현 코레일 송탄역장] 2013년은 한국철도 창설 114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기준은 1899년 9월 18일, 경인철도 노량진-인천 간 21마일(약 33.8km)의 가(假) 영업개시일을 근거로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날을 철도의 생일로 삼아 ‘철도의 날’로 기념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철도사 중에서도 초창기 기록에는 보람이나 자부심보다는 굴욕과 수치심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 많다. 일제 대륙침략의 앞잡이 역할을 했고, 충실한 시녀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대한제국이 외교권을 박탈당한 을사늑약 이전부터, 철도는 사실 일본의 손아귀에 있었다. 민족자본으로 철도를 건설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지 않았으나 중과부적이었다. 

 

광복을 맞고 또 대한민국정부가 수립되면서 비로소 우리 손으로 철도의 역사를 쓰게 되었지만, 그 대부분은 제한적인 일본 쪽 기록에 의지해야만 했다. 그나마도 대부분의 자료가 폐기되거나 반출된 상황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역사를 기록한다는 것은 지난한 작업일 수밖에 없다. 

 

연구가 거듭되면서 잘못 알려졌던 사실들이 자꾸 드러나는 것이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잘못을 하나하나 고쳐 나가는 것이 후진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논의하고자 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이다. 우선 1899년 9월 18일을 철도의 효시로 삼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것이며, 또 하나는 과연 그 날의 실체는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본    론

1899년 9월 18일을 철도의 효시로 삼아온 철도 운영자의 관행에 대한 가장 큰 반론 또는 이의제기는, 같은 해 개통되어 1960년대 후반까지 운행된 서울의 노면전차와 관련된 것이다.

 

이 전차는 1899년 5월 17일 서대문-청량리 간 개통되었는데, 경인철도보다 4개월이나 앞선 것이다. 이 전차의 개통에는 을미사변이라고 하는 민족적 치욕이 그 배경에 자리 잡고 있다. 1895년 일제의 간악한 폭거로 명성황후가 세상을 뜨자, 고종은 청량리의 홍릉에 자주 행차하여 슬픔을 달랬다고 한다.

 

이를 알아챈 미국인 사업가 콜브란은 전차를 가설하면 행차비용도 절감되고 백성들도 편리하게 이용하게 될 것이라고 고종 황제를 설득하였고, 결국 허가를 얻어 1898년 9월 15일 개설예식을 거행하였다.

 

전차가 개통된 것은 그 이듬해 5월 17일인데, 서대문에서 종로와 동대문을 거쳐 청량리에 이르는 5마일(약 8km) 구간이었으며, 40인승 일반차량 8량과 귀빈차 1량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이 전차는 노선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 한때 서울의 주요 교통수단으로서 역할을 다하다가 차량 및 시설의 노후화와 자동차의 증가 등에 밀려 1968년 11월 30일 마지막 운행을 끝으로 서울에서 그 모습을 감추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것이다. 과연 그 전차를 철도로 볼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철도란 “철의 궤도를 부설하고 그 위에 차량을 운전하여 여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설비”를 말한다. 일반철도뿐만 아니라 당시의 전차에도 철제 궤도가 있었고, 전용차량이 궤도를 따라 운행되었다. 여객은 말할 것도 없고 화물 일부도 운송되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그렇다면 이것도 철도로 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교통학에서는 어떻게 판단하고 있는가? 결론적으로 전차(요즘은 노면전차를 무궤도전차와 구분하여 ‘Tram’이라고 부른다.)는 철도의 영역에 속해있다. 일정 궤도를 구성하여 그 궤도를 벗어나지 않고 운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는 경전철과 모노레일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전차는 20세기 중반 이후 자동차의 급증세에 밀려 점차 그 자취를 감추는 듯했다. 특성상 도로와 같은 면을 공유하기 때문에 도로사정이 혼잡한 구간에서는 교통흐름의 맥을 끊는 원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최근 유럽에서는 차량의 고성능화와 궤도의 전용노선화 등을 통해 친환경교통수단으로 다시금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에서 전차가 사라지게 된 원인 역시 자동차의 급증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자. 교통학적으로 전차 역시 철도교통의 일부라면 왜 우리나라 철도의 효시를 5월 17일이 아닌 9월 18일로 하고 있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 전차와 일반철도의 차이점에 대해 생각해보자.

 

첫째, 궤도의 차이를 들 수 있다. 일반철도의 경우 궤도를 부설하기 위해서는 노반을 구축하고 그 위에 궤도가 자리 잡을 도상을 만들어 차량내부의 승객이 받을 충격과 소음을 줄여준다. 또한 도로와의 교차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교차로 대부분을 입체화하고 평면교차를 하게 될 경우 일반차량보다 철도차량이 통행우선권을 갖는다.

 

이에 비해 노면전차의 경우는 좀 다르다. 차량 자체가 일반철도차량에 비해 가볍고 궤도가 도로와 같은 면에 놓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별도의 노반을 구축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어떤 경우에는 아예 궤도 자체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경우도 있다. 당연히 도로와의 교차점이 많이 생길 수밖에 없고, 통행우선권 역시 상황에 따라 다르다. 즉, 전차가 승용차의 통행을 위해 교차로에서 기다리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다른 점은 철도 특유의 운행 및 운영시스템 유무이다. 기본적으로 철도의 가장 큰 특성은 장거리 대량수송에 있다. 대량수송을 위해서는 장대화, 중량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타적인 통행로인 궤도와 그 통행우선권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통학에서는 이것을 ROW(Right-Of-Way)라고 말하며, 배타적인 통행우선권의 정도에 따라 A, B, C등급을 주는 것이 교통수단을 분류하는 하나의 기준이 된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