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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주열 한국시설안전공단 평가본부장

건설사고 예방, 발주자의

국토매일 | 입력 : 2017/12/05 [11:33]

"안전을 지키는 비용보다 지키지 않는 비용이 훨씬 비싸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건설안전 전문법 제정 필요

 

[국토매일]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안전에 관한 국민의 관심이 획기적으로 고조된 것은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그해 전체 산업재해율이 11%(0.59→0.53) 감소되었고, 매년 증가하던 건설업 재해율도 21%나 감소된 것만 봐도 안전과 관련한 사회적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건설업 재해율은 그 후로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도 돌아섰고 대형 건설재해도 지속되고 있다. 근래에도 남양주 타워크레인 전도(사망 3명, 부상 2명), 터널보링머신 쉴드 붕괴(사망 2명), 고소작업대 전도(사망 2명), 아파트리프트 탈락(사망 2명), 옹벽 붕괴(사망1명, 부상9명), 교량붕괴 등 소중한 가족을 잃는 안타까운 건설현장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금년도(10월 기준) 사고 사망자는 작년 동기에 비해 17명이 늘어난 418명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우리는 사망사고 감소 목표를 정할 때 “30% 또는 50%를 줄이겠다”는 식으로 곧잘 얘기한다. 역설적이기는 하지만 사망사고를 50% 줄이겠다는 것은, 나머지 50%(금년도 사망자 418명의 50%면 209명이다)는 목숨을 잃어도 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러나 이 209명에 나의 사랑하는 아버지, 아내, 아들, 딸이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여전히 ‘감소목표를 50%’로 잡을 것인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건설 사고는 바로 이러한 마음으로 바라봐야 한다. 내 가족, 아니 나 자신한테도 닥칠 수 있는 문제라는 인식을 가져야 안전의식이 바뀌고 안전문화도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도 근본적인 안전관리체계 개선과 건설안전 문화개선을 위해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를 실시하고, 시공사 선정 때도 안전을 우선 고려토록 하는 제도가 이미 도입되었다. 안전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되도록 만드는 제도의 도입도 추진되고 있다. 

 

최근에는 발주자에게 안전에 관한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고, 발주자를 지원 및 조언할 안전전문가(Safety Coordinator)를 두는 제도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안전을 위해서는 큰 틀에서 개선해야 할 사안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어떤 것들을 어떻게 바꿔야 할 것인가.

 

첫째, ‘안전을 지키는 비용’이 ‘안전을 지키지 않는 비용’보다 훨씬 비싼 우리의 현실을 개선하는 것이다. 정부가 규제하기 때문에 시공사가 할 수 없이 하는 행위는 사고예방에 한계가 있다. 답은 간단하다. 시공자가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안전한 작업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즉 안전을 지키지 않으면, 안전을  지킬 때보다 훨씬 큰 비용이 발생하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안전 관련 절차와 규정을 안 지켜서 재해가 발생하면 원인 규명을 철저히 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도록 한다.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고 완벽한 안전대책이 수립될 때까지 현장 작업은 중지시켜야 한다.

이를 통해 의사결정권자와 건설 참여자가 사고예방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안전을 지키는 비용이 지키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싸다는 인식이 정착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한국 건설업체가 해외에 나가면 시공과 품질 및 안전관리를 국내에서보다 훨씬 철저히 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에 공사에서도 그렇게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둘째, 발주자 중심의 철저한 안전관리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현장의 모든 의사결정의 정점에 있는 발주자가 안전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안전확보’는 요원하다. 발주자가 확고한 안전의식을 확립하도록 하고, 사람이 아닌 시스템 중심으로 안전관리 체계를 정비해 건설현장에서 시스템에 따른 안전 확보가 이뤄지도록 관리해야 한다.

 

셋째,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건설현장의 특성상 아무리 철저한 안전조치와 예방활동을 해도 모든 사고를 다 막을 수는 없다. 문제는 의도적 또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안전조치를 제대로 시행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재해이다. 이 경우는 엄격한 제재와 손해배상이 가해지는 제도 도입이 필요할 것이다.

 

넷째, 건설안전 전문법 제정이 필요하다. 현재의 건설기술진흥법에는 기술개발, 기술자 육성, 기술용역지원 등 건설을 진흥하기 위한 규정과 품질 및 안전관리 관련 규정이 혼재돼 있다. 건설안전 관련 규정도 산업안전보건법, 건설산업기본법, 건설기술진흥법 등에 흩어져 있어 중복 규제와 상이한 제도로 인한 혼란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도 건설안전 전문법 제정을 통한 안전관리의 실효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체계적인 건설안전정보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정부, 지자체, 한국시설안전공단 등 정부기관이 건설현장의 위험정보, 안전관리 실태 등을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정보체계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조속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상에서 제시한 제도개선과 더불어, 안전관리의 정점에 있는 발주자의 책임과 역할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제도가 아무리 개선되고 엄해져도 발주자의 안전의식이 제고되지 않으면 백약이 무효다. 발주자의 의식과 책임감의 정도에 따라 현장의 안전 여부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발주자의 책임과 권한으로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지키는 비용이, 지키지 않을 때의 비용보다 훨씬 저렴하도록 제도와 환경을 바꿔야 한다. 그렇게만 되면 건설현장의 안전은 자연스럽게 담보될 것이다.

 

발주자가 건설현장의 안전 관련 제도 이행 여부를 직접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 안전에 관한 발주자의 전문성이 낮다면 안전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시스템을 통한 안전관리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발주자는 설계단계에서부터 해당 공사의 위험요소를 발굴하고 설계자가 위험요소가 배제된 안전한 설계를 하도록 해야 한다. 발주자는 이러한 절차의 이행 여부를 검토하고 승인해야 한다. 발주자는 시공사로 하여금설계 단계에서 미처 걸러내지 못한 위험요소를 제거한 후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시공 중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정부에서도 발주자의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책무를 구체화하고 제재규정도 신설하는 것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발주자는 책무를 다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뿐만 아니라, 해당 공사의 최정점에 있는 의사결정권자로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로 건설현장에서 안전이 지켜지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설계에서부터 시공 단계에 걸친 안전관리 시스템을 마련함으로써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시공이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도 발주자의 몫이다.

 

발주자가 제공한 안전한 환경에서, 근로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안전한 건설문화’ 정착은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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