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구병 한국시설안전공단 상임이사(건설안전본부장, 공학박사)

가장 효율적인 안전관리는 ‘안전 매뉴얼의 생활화’가 답이다

국토매일 | 입력 : 2017/08/08 [16:36]

 

▲     © 국토매일


[국토매일]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여기에 더해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친다’는 우매함과 게으름을 겨냥한 표현이 언제부터인가 안전 분야에서 회자되고 있다. 

 

우리는 안전관련 사고로 큰 피해를 겪고 온 국민이 충격에 빠진 경험이 한 두 차례가 아니다.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세월호 참사 등 결코 되풀이하고 싶지 않은 참사가 한 둘이 아니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자했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으면서 안전 업무를 담당하는 정부 조직도 몇 차례 바꾸어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과 반성을 비웃기라도 하듯 올 봄부터 가뭄이 이어져 농민들의 애간장을 태우더니, 예년에 비해 일찍 시작된 장마도 조용히 지나가지 않았다. 

 

물론 극심한 가뭄이었음에도 과거에 겪었던 단전(斷電) 단수(斷水) 조치나 논밭을 갈아엎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장마와 함께 찾아온 기습 폭우 때는 양상이 사뭇 달랐다. 

 

청주 괴산 천안 등 충청지역이 농경지와 주택 침수로 큰 피해를 입은 끝에 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에 이르렀다. 인천김포고속도로 북항터널이 침수로 1주일이나 교통이 통제되는 사태도 빚어졌다. 

 

반성이 필요하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재난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역량을 기울여왔는데도 사고는 반복되고,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재해 발생시 허둥대는 모습은 크게 변한 게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왜 그럴까? 가장 기본적인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못해 안타깝다. 가뭄에 이은 폭우 피해가 하루속히 복구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몇 가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집중 호우 피해가 발생하면 “기상 이변에 따른 게릴라성 호우를 정확히 예보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얘기가 빠지지 않고 나온다. 나름의 근거가 있다고 해도 이건 아니라고 본다.  

 

호우 피해가 발생할 때마다 이처럼 구차한 핑계 아닌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의 수준인지부터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상황을 정확하게 따지면서 한번 뼈저린 반성도 해야 한다. 그래야 더 큰 안전사고와 재난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리자의 책임 의식이 문제다 

 

북항터널 침수와 관련해서는 지표면 보다 낮은 터널 내부의 대형 배수펌프가 작동을 하지 않았다는 뉴스가 있었다. 장마철 터널 관리를 위해 배수펌프의 기능과 상태를 점검하고 파악하는 것은 상식이고 기본이 아닌가? 사전 점검을 아무리 철저히 해도 예기치 못한 사태로 고장이 날 수는 있다. 

 

하지만 예비용 펌프까지 작동 되지 않았다면 ‘점검을 충실히 했다’고 주장하기는 곤란할 것이다.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은 원인은 전문가들이 조사하겠지만, 기본적인 안전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비난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번 같은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점검 기술자의 수준과 안전관리 담당자의 책임의식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제도 운영이 문제다

 

이번 집중 호우 때는 하천이 범람하고 교량 교각이 내려앉는 피해도 적지 않았다. 피해 상황별, 지역별로 정확한 원인을 찾아 하루 속히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안전수칙이 제대로 지켰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각종 시설물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기획과 설계 단계에서부터 재해영향성평가와 안전성 영향평가를 제대로 실시해야 한다. 또한 설계도서대로 공사가 이루어졌는지, 점검과 준공 검사는 제대로 실시했는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시설물이 완공된 후에는 사용 중 안전 및 유지관리를 규정대로 했는지짚어봐야 한다. 시설물 설치 때의 규정을 철저히 지키고 사용 중 유지관리를 제대로 했다면 피해를 상당 부분 줄이거나 예방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난 및 안전사고와 관련해서 제도 운영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생활 안전 불감증’이 문제다

 

집중 호우 때는 하천이 유속이 느려진 끝에 범람하거나, 교량과 제방연결 부분이 붕괴돼 주택과 농경지 침수 사태로 이어지는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무엇이 원인인가?

 

수해지역을 직접 둘러보고 관련 보도를 접하면서 필자가 내린 결론은 하천에 몰려든 생활 쓰레기와 잡목들이 문제라는 것이다. 환경영향평가를 제대로 받지 않고 무질서하게 설치해놓은 하천 주변 체육시설과 운동기구도 일부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둘레길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지형과 지표가 변형된 끝에 산사태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태풍으로 나무가 뿌리째 뽑혀 나가거나 칡을 캐낸 뒤에 생긴 웅덩이도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벌목 과정에서 나온 잡목을 방치하는 것도 산사태의 위험을 배가시키는 것으로 여겨진다. ‘설마’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은 ‘생활 안전 불감증’이 문제인 것이다. 

 

‘안전관리 매뉴얼 생활화’가 답이다 

 

우리는 일상생활 중 부지불식간에 위험에 노출되거나 재해에 취약한 환경에 둘러 쌓여있다. 따라서 우리는 가장 경제적이고 신속한 안전 확보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필자가 제안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안전관리 매뉴얼의 생활화’이다. 어떠한 것을 생활화 하려면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반복적인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 안전관리 매뉴얼은 훈련과 교육을 통해 익히게 되는 안전생활 수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것이다. 

 

안전관리 매뉴얼이라고 하면 거추장스러운 서류, 각종 검사나 점검 때를 대비해 의무적으로 비치하는 서류 정도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환경과 수준에 맞는 안전관리를 실천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는 수많은 안전사고와 재난을 겪으면서 다양하고 충분한 경험을 쌓아왔다. 이러한 학습효과를 통해 각종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기 위한 안전관리 매뉴얼도 선진국이 부러워할 정도로 정비해 놓고 있다. 

 

이제는 그 간 축적해놓은 매뉴얼을 실천하고 생활하는 것만 남았다.  매뉴얼대로만 하면 안전사고와 재난은 상당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이번 호우 피해도 안전관리 매뉴얼을 무시한 결과라고 해도 큰 무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전벨트 착용을 생활화하면서부터 교통사고 사상자가 급감했다는 통계가 있다. 안전관리 매뉴얼 실천이야말로 각종 사고와 재난으로부터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무더위와 호우 피해가 교차했던 여름을 지나면서, 범국민 운동을 통해서라도 ‘안전 매뉴얼의 생활화’가 꼭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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