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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업계 발목 잡는 ‘최저가 낙찰제’, 개선 필요하다”

과다경쟁 입찰로 부실 우려 증폭, 악순환의 고리 길어져

박찬호 기자 | 기사입력 2017/06/21 [17:30]

“건설 업계 발목 잡는 ‘최저가 낙찰제’, 개선 필요하다”

과다경쟁 입찰로 부실 우려 증폭, 악순환의 고리 길어져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7/06/21 [17:30]

 

▲ 철도 교량 건설 현장                                                 © 국토매일 자료 사진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건축 시장의 변화 속에서 최근까지도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건축 업계는 부실률이 높아지면서 과다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다경쟁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는 줄어드는 시점에서 건설업체 난립으로 공급은 많아지는 기형적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건축경기가 활황일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간 건축경기의 불황이 이어지면서 업체들간의 과다경쟁이 심화되었고 이를 통해 저단가 수주는 수 많은 업체들의 부도로 이어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건축시장의 근본적인 제도의 변화가 없이는 앞으로도 건축관련 업체들의 부실률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건축경기의 침체 속에서 변화하는 시장에 발맞추기 위한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며 현재 건축시장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건설업계 최저가 낙찰제에 대하여 반드시 집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최저가 낙찰제를 통한 예산절감, 업계에는 독으로 작용 

 

건축시장의 변화는 건축자재에서도 고품질의 기능성 제품 적용, 정확한 제품의 가공과 시공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 자체는 적정 마진도 가져갈 수 없을 정도의 덤핑 수주시장으로 계속 유지되고 있으며 업체들도 저단가에 맞추기 위해서는 가공과 시공에서의 품질이 현저히 떨어져 향후 부실시공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는 위험성을 항상 갖고 있다.

 

건축에서의 부실시공은 하자를 통한 손실과 에너지절약과 안전에 대한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큰 결함을 남길 것이다. 건축자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창호 및 유리 업체들도 저단가 경쟁으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으며 적정이윤을 갖고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는 건축시장의 모순된 경쟁 제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

 

건축에서의 최저가 낙찰제는 공사나 물품납품 입찰과정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한 사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이 제도는 시장경쟁원리에 따른 입찰 결정이 가능하고 정부 차원에서의 예산절감이 가능한 반면, 입찰에만 급급한 나머지 너무 낮은 가격을 제시한 후 실제 시공에서 부실시공의 우려가 있다.

 

최저가 입찰제는 적격심사 낙찰제의 변별력을 강화하는 등의 한계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서 사실상 기술경쟁이 제한되고 천억 원 이상의 초대형 공사의 경우에는 시장 기능 제고를 통해서 건설업체의 기술 개발 및 원가 절감을 유도하고자 2001년도 1월부터 도입된 제도이다. 정부, 공공기간의 300억 이상의 공사는 의무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반면 적격심사제는 계약이행능력 심사는 입찰자의 기술능력·재무상태·과거 계약이행 성실도·자재 및 인력 조달가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격 여부를 심사하며, 이를 통해 낙찰자를 결정한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해서 정부는 적격심사제를 병행 도입하고 있지만 가장 중심적인 입찰은 최저가 입찰제가 자리 잡고 있다. 대부분의 건설사 및 원청업체에서는 최저가 입찰제를 최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의 적격심사제가 예정가격(복수예가 4개의 평균값)에 투찰율을 곱한 금액에서 가장 낮은 가격을 1순위로 정하는 것인데 반해 최저가 입찰제는 투찰율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지 않고 할 수 있는 금액을 적어 내기 때문에 덤핑수주가 가능해진다.

 

물론 수주업체에 대해 공사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지에 관한 적격심사는 진행하지만 이미 원청업체에서 비슷한 업체들 간의 최저가로 수주경쟁을 시킴으로 적정 마진을 지키지 못하고 최소 마진의 저단가 수주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다.

 

이는 최저가 수주를 딴 업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저가 수주를 딴 업체는 또다시 하청, 하도급을 시행하기 때문에 저단가 수주금액에 따른 피해는 수주업체 뿐만 아니라 하도급 업체 및 현장 직원 등 광범위한 피해를 입히는 구조로 악순환의 고리가 길어진다. 정해진 입찰 비용을 맞추기 위해서는 저가의 원부자재 사용과 공기 단축, 비전문인력의 고용등으로 이어져 총체적인 부실을 키울 수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실적공사비 제도, 건축 질적 하락 유발

 

최저가 낙찰제의 피해가 큰 것과 더불어 실적공사비 제도가 함께 적용되고 있어 건설업체들의 시름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실적공사비 제도는 공사의 예정가격을 이미 수행된 유사한 공사의 표준공종별 계약단가에다 각 공사의 특성을 감안해 조정한 뒤 산정하는 제도로, 선진국에서는 이미 일반화되어 있다.

 

지난 2004년 3월 건설교통부는 실적공사비 제도 본격 시행을 발표하면서 ‘건설 공사의 거품이 상당히 거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 근거로는 실적공사비가 시장에서 형성되는 공시가격을 그대로 적용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는 건설공사의 거품은커녕 최소한의 이익을 남기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상황이 이렇게 변화되었는데도 실적공사비제도는 당초 취지인 시장가격 반영보다는 공공공사의 예산절감을 위한 공사비 삭감 수단으로 악용되면서 낙찰자의 적자 시공을 부채질하는 큰 원인이 되고 있다. 최근 대한전문건설협회와 대한건설협회등 16개 건설단체가 정치권에 실적공사비제도 폐지를 건의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적공사비의 가장 큰 문제는 낙찰률이 반영된 단가가 그대로 사용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하지 못하는데 있다. 즉, 발주액보다 낮게 낙찰된 계약금액이 다음번 실적공사비에 반영되는 구조로, 가격이 계단식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실적공사비가 적용된 2004년 상반기 대비 올 상반기 공사비 지수는 64.6%, 노무비 지수는 56.8% 상승 했으나 실적공사비는 1.5% 하락했다는 점이 이를 반영한다. 건설업체들은 “실적공사비 제도가 현실 시장가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오히려 시공업체에 경영난을 가중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고 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제값을 받지 못하는 공사가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공기 단축과 자제의 질적 하락은 물론 중소건설사의 채산성을 악화시키고 무리한 공사 강행은 산재의 증가와 임금체불까지 이어지는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도 실적공사비 제도가 당초 취지인 시장가격 반영이 아닌 공사수주를 위한 가격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공사원가 산출에 활용되는 실적공사비 제도가 최저가 입찰제와 맞물리면서 문제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실적공사비 제도를 폐지하고 실질공사비에 관한 제도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문제 알면서도 입찰 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모순

 

유리시공 업체를 중심으로 손해를 보면서 까지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수주하는 것은 현재의 건설산업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시공업체들이 손실을 보면서도 수주를 계속하는 이유는 현실적인 운영을 위해서다. 창호 단종면허에 따라 고정 인력과 고정 지출이 발생하는데 대부분의 입찰이 최저가 입찰로 일을 거의 안하고 손해가 발생하느니 손실을 줄이기 위해 저단가 입찰에 계속 참여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와 함께 수주시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공실적도 무시할 수 없는 지표이다.

 

손해가 나지만 실적을 꾸준히 유지해야 다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기 때문에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미래를 위해 최저가 입찰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저단가 수주로 시공을 진행하게 되면 그 여파는 가공업체로까지 연결된다. 시공과 가공을 병행하면 업체도 있지만 시공전문 업체가 저가 수주를 했을 시 가공업체에도 수주단가에 맞추기 위해 무리한 요구가 진행되고 가공제품의 품질을 답보할 수 없게 된다. 물론 시공과 가공을 병행하는 업체도 가공에서의 단가를 낮추려면 그에 따른 조치가 필요하다.

 

건설사 등 원청 업체는 최저가 입찰제를 중심으로 하청업체인 여러 유리업체들을 이용하여 단가를 낮추어 원가절감을 진행하는 것이 문제다.

 

일단 공사에 따른 최저가 입찰이 시행되면 5~6개 이상의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한다. 원청업체는 대기업등 대형기업의 입찰참여를 유도하고 업체들의 눈치싸움을 통해 입찰단가를 낮추는 데 주력한다.

 

일반적인 유리업체들에 대형 업체들이 참여하고 경쟁을 부추기면 단가를 낮추어 제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일부 건설업체에서는 서로 상의해도 된다는 표현도 하지만 실제 입찰을 진행하는 경쟁업체들 입장에서는 적정 단가를 고수하는 것은 분명 무리가 있다. 특히 다수의 업체가 입찰을 진행하여 입찰결과가 나왔을 시 1, 2위 업체 간에 재입찰을 실시하여 단가를 더욱 낮추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업체 관계자는 “업계에서의 무리한 저단가 수주도 문제가 있지만 최저가 입찰제를 통해 유리업계의 경쟁을 부추기는 원청업체도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입찰 후 1, 2위 업체 간 재입찰은 물론, 최저가를 기본으로 무리한 요구를 진행하여 더욱 힘들게 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최저가 입찰시 입찰단가에 맞추기 위해 인건비, 자재비를 낮출 수 밖에 없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우선 복층을 만들 때도 비용적인 면을 고려하여 부자재등을 검증이 안된 저렴한 제품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정량의 부자재를 사용 안하고 씰링폭등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나올 수 있다. 유리 시공에 있어서도 공기단축을 위하여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고 전문인력 보다는 비전문, 일용직 인력을 많이 투입하여 안전사고 및 부실시공의 원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공사에서도 이유없이 공기가 연장이 되면 저가수주를 진행한 공사업체 입장에서는 연장된 기간 동안 다른 공사 수주를 하지 못하며 인력 및 재고관리에서 큰 손실이 발생하게 된다. 최저가 입찰 수주가 비단 시공 업체의 문제만은 아니다. 관련 가공업체까지 연쇄적인 부담을 나눠져야 하는 형태이며 정해진 수주금액에 맞춰 하청에 재하청도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고품질을 유지하기 힘든 구조적인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건설사와 자재업체 간 신뢰 바탕으로 품질경쟁 유도 필요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고품질의 유리 및 창호가 적용이 되기 위해서는 건설사를 비롯한 원청업체의 인식이 변화돼야 한다.

 

물론 모든 건설사들이 최저가 입찰제를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입찰상하한제나 입찰 없이 협력업체로의 능력을 검증하고 수주를 주는 경우, 적격심사제를 통해 하한액을 정해놓고 적정 공사금액을 유지하는 등 다양한 수주가 진행된다. 현재의 건축물은 고급화 에너지절약의 차별화가 선행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건설사들도 유리 및 창호 하청업체들과 신뢰를 갖고 적정마진을 지켜주면서 품질 경쟁을 유도하는 쪽으로 가야한다. 유리 및 창호가 전체 건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기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에 핵심이 유리이며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 것도 유리이다.

 

건설사들은 원가절감을 위해 지나치게 유리업체들의 경쟁을 부추기기 보다는 품질기준을 명확히 재시하고 정확한 제품과 시공이 이뤄지는 업체의 선정을 고려해야한다. 반면 유리 및 창호 업체들도 생산이력제를 시행해서 제품의 신뢰도를 높이고 품질에 맞는 적정선의 정찰제를 시행하여 무리한 단가경쟁을 지양해야 한다. 유리가공 업체는 효율적인 생산시스템 구축과 품질 우선 정책을 통한 신뢰도를 쌓아야하며 시공 업체도 정확한 공기를 지키고 시공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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