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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공사 개별법 때문에 대나무 숲 찾는 공공기관들<下>

소통 없는 공간정보산업, 미래 상생 발전 기대하기 어려워

김영도 기자 | 기사입력 2021/02/23 [11:46]

LX공사 개별법 때문에 대나무 숲 찾는 공공기관들<下>

소통 없는 공간정보산업, 미래 상생 발전 기대하기 어려워

김영도 기자 | 입력 : 2021/02/23 [11:46]

[국토매일 김영도 기자] 민생 외면한 LX공사 개별법안, 민간기업ㆍ유관기관 반대 목소리 높아<上>편으로부터 이어집니다. 

▲ 일본 배우 오구리순이 열연한 영화 크로즈제로2의 한 장면(자료사진).  © 국토매일


 동네 좋은 형이 될 것인가, 나쁜 형이 될 것인가?


공간정보 IT분야의 한 축을 맡고 민간 기업의 실무자는 공사 개별법에 대해 조심스런 입장을 내놨다.


그는 “직간접적으로 공사 일을 하고 있어 이해당사자가 된 것 같은데 관망 중”이라면서 “LX가 관련 산업에서 경쟁관계가 될 것인가는 (개별)법이 문제가 아니라 LX 자신의 문제일 것 같다”고 말했다.


마중물처럼 일을 할 수 있는 종자돈이 되어 산업을 키워줄 것인지 산업을 나눠먹을지는 잘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는 “(LX공사) 관계자에게 물어보면 대기업처럼 좋은 인력을 가지고 사업을 발굴하고 큰 사업을 만들어, 파이를 키워서 기업들과 같이 공유하는 역할을 하려고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측량 업계는 경쟁관계가 된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측량 업계가 경쟁관계로 보는 시각은 LX공사가 민간 지적측량시장에서 손을 떼지 않고 공간정보 구축까지 한다는 것에 대한 불신이 앞서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공간정보 융복합 활용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해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큰 형님이 될지 아니면 동네 나쁜 형이 될지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공간정보구축 IT분야 전문가는 “공식적으로 이번 사안은 첨예한 문제라 노코멘트 하고 있지만 법안을 살펴보면 위헌 소지가 있는 것이 몇 가지 눈에 띈다”면서 “입법 취지에 대해 섣불리 코멘트 하기 어렵지만 (LX공사가) 오래 전부터 준비해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영역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들이 많아 그런 부분들이 시장 측면에서 우려된다는 시각이다.

 


 대나무 숲을 찾는 유관기관들


▲ 최근 종방된 TVN 드라마 철인왕후의 한 장면(자료사진).     ©국토매일

 

국토부 소속 및 산하기관들도 표현의 강도는 제각각 다르지만 대체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거나 국토부의 입장을 따르겠다는 소극적인 반응으로 표정 관리가 역력하다.


A기관의 경우 국토부의 뜻과 같이하겠다는 입장으로 정리되고 또 다른 B, C기관은 표현의 강도는 제각각 다르지만 반대의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취재됐다.


공적기관들은 대부분 마치 홍길동이 서자라는 이유로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것처럼 원활한 소통조차 자유롭지 못할 정도로 경직된 모습이어서 과연 공간정보산업이 미래를 지향하며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앞서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재원들을 익명으로 처리해 그들의 속사정을 낱낱이 들여다봤다.


먼저 A기관의 C관계자는 “LX가 위탁형 공기업에서 시장형 공기업으로 정체성의 변화가 생긴다. 개별법을 만든다고 해서 정체성이 확립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업무 영역을 명확히 하는 것을 전제조건을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감정원이 감정사협회와 업역 침해 논란으로 다툴 때 그동안 감정평가했던 것을 손을 다 떼고 부동산원이 된 것처럼 LX공사도 민간 시장 영역에서 손을 떼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된다는 시각이다.


특히 공간정보산업계가 LX공사를 공기업으로 보지 않고 경쟁 상대로 보고 있다는 현실을 비쳐봤을 때 LX공사 입장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타 공기업처럼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구축하는 것은 민간 시장에서 할 수 있도록 발주만 해야 공간정보산업계가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어 종국에는 상생의 기치를 세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B기관의 또 다른 A관계자는 “공적업무를 해야 하는 기관이 민간 업역까지 나오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국가공간정보기본법에 있는 것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히 그는 “LX공사가 지적측량 밖에 해보지 않아서 나머지 업역에 대해서는 잘모른다”고 전제하면서 “사실 공간정보구축에 대해서는 민간 기업들이 경험과 노하우가 더 많은데 당연히 불만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빗대어 “LH와 건설사의 역할이 구분되어 서로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데 LX는 지적측량도 하고 공간정보구축사업도 하겠다며 양손에 떡을 쥔 채 홍보와 대관업무만 잘하는 것 같다”며 “남의 보따리를 풀 생각 보다 자신의 보따리 먼저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수립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C기관의 D관계자는 “원래 공사에서 하고 있는 지적측량을 민간에 이양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사가) 공간정보구축을 갖고 나오면서 측량업계의 반발에 부딪혔는데 발의법을 보면 국토정보와 공간정보가 두 가지가 혼재되어 있는 양상이다. 공간정보구축을 어디까지 볼 것인지 내용이 명확하지 않아 다할 수도 안할 수도 있는데 측량업계는 다할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국토지리정보원도 국토의 지도를 만드는 기관으로 지리정보를 디지털화하면서 공간정보를 하고 있는데 (공사가) 공간정보구축 법안을 갖고 나오면서 말하기가 곤혹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D관계자는 또 “발의법을 보면 공사가 중앙기관이나 지자체에 자료를 요구시 받아올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단서조항에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주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위수탁 산하기관의 권한이 어디까지 적용 가능한지도 따져봐야 할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민간에서 구축이라는 것에 대해 예민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LX공사는 구축보다 산업계가 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산업계도 공사가 고유의 업무를 잘할 수 있도록 협조를 해줘야 한다”면서 “공사는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시행하고 지원하는 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상생의 가치를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송석준 의원(경기 이천ㆍ국토교통위원회)도 공간정보산업을 위한 상생의 길이 마련돼야 한다는데 목소리를 더 했다.


송석준 의원은 “한국국토정보공사법을 통해 공간정보의 통합적 구축 및 관리, 지원 등의 법적근거를 마련하려는 법안 취지에 공감하지만, 기존 민간시장의 영역을 침해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에 대해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은 “공간정보산업의 발전을 위해 공공과 민간이 조화를 이루는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요하고 민간이 자율성과 창의성을 토대로 공간정보산업의 혁신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공간정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관련 산업계의 소통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국토부가 2019년을 기준으로 2020년 발간한 지적통계연보에 따르면 전국 지적측량업체는 총 204개사로 집계됐으며, 지난해 공간산업진흥원이 산업현황을 조사하면서 집계된 업체수는 총 188개사인 것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지적통계연보의 지역별 업체 분포를 살펴보면 업체수가 가장 많은 곳은 경기도와 세종특별시가 각각 32개사, 27개사가 분포된 것으로 집계되고 현저하게 적은 곳은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로 각 1개사가 소재해 지역적 편차를 나타냈다. 

 

이외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측량업 업종별 등록업체를 살펴보면 측량업종으로 등록된 업체는 총 3783개사로 복수 등록된 업종은 총 4639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측량업 업종별 등록업종은 ▲공공측량 692개사 ▲일반측량 2670개사 ▲지적측량 186개사 ▲측지측량 96개사 ▲연안조사 40개사 ▲항공촬영 20개사 ▲공간영상도화 57개사 ▲영상처리 92개사 ▲수치지도제작 323개사 ▲지도제작 161개사 ▲지하시설물측량 302개사로 집계된다(복수등록업종 포함). 

 

한국국토정보공사가 국토교통부에 제출한 지난해 지적측량 시장 규모는 6645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90%인 6019억 원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민간시장이 차지하는 시장 규모는 626억 원으로 전체 시장의 9%에 불과했다. 

 

도해지역 시장 규모는 5204억 원으로 LX공사가 독점하고 있었으며, 수치지역은 지적재조사 시장에서 LX 89%인 329억 원인데 반해 민간 41억 원으로 11%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특히 일반ㆍ확정측량 시장에서 LX 486억 원으로 45%를 점유한 반면 민간은 585억 원으로 55%를 점유한 것으로 집계돼 1441억 원 규모의 수치지적 시장에서 공기업인 LX공사와 민간기업이 경쟁 관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국토부가 발표한 2020년 공간정보산업 통계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2019년말 기준 국내 공간정보산업의 매출액은 총 9조 3390억 원으로 관련 종사자는 6만 5356명, 기업 5589개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공간정보산업의 근간이 되는 공간정보 관련 탐사 및 측량업 연 매출은 2.2% 증가한 9117억 원으로 1조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1조원 시장 규모에도 못 미치는 공간정보 지적측량 산업을 놓고 민간시장을 활성화 시키지 못한 채 LX공사가 독식하는 구조가 된다면 직접 보지 않아도 모두가 예견할 수 있는 것처럼 부의 양극화 현상으로 경쟁력은 고사하고 미래 공간정보산업은 기대할 수 없게 된다. 

 

“자신의 편의만 생각한다면 그럼 소는 누가 키우냐?”며 허탈하게 내뱉은 취재원의 말이 현재 지적ㆍ측량 산업의 자화상은 아닌지 모두가 되돌아 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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