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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시공자격 검증, 등록제도부터 개선해야

최민수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토매일 | 입력 : 2019/11/04 [19:47]

▲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국토매일


[국토매일] 지난 8월 서울 잠원동에서 철거중이던 건물이 붕괴되면서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철거 현장이나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 과정에서 붕괴 사고는 최근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그 원인은 다양하나, 가장 먼저 기술력이 부족한 자가 공사를 수주할 수 있는 현실을 간과할 수 없다.


건축물의 해체공사는 단순히 인력을 동원하여 해머나 브레이커로 부수는데 그쳐서는 안된다. 신축공사 이상으로 시공계획이나 안전관리가 요구되며, 소음·분진의 저감이나 석면의 비산 방지, 폐기물 처리도 중요하다. 사용재료나 설계내력, 구조부재의 손상 정도를 파악하고, 해체작업에 따른 연속부재의 붕괴 등을 사전에 검토할 수 있는 기술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은 단순히 가격경쟁을 통하여 값싼 곳에 낙찰시키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건설업 등록 기준을 보면 기술자 요건을 두고 있으나, 해당 공사에서 실무경력을 요구하지는 않는다. 시공기계나 장비 보유 등을 요구하는 업종도 많지 않다. 반면, 일본이나 미국에서는 허가를 받고자하는 해당 업종에서 최소 3년 이상의 실무경력을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체공사업도 해체나 철거 현장에서 실무경력을 갖춘 기술자를 요구하고 있다.


부적격자가 낙찰되는 또 다른 이유로서 대(大)업종화된 건설업 등록제도도 한몫하고 있다. 국내에서 건설업을 영위하려면, 기술자와 자본금을 갖추어 해당 업종별로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등록 업종을 보면, 시공기술이 상이한 여러 업종을 인위적으로 묶어놓은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 미장·방수·타일·단열·조적공사업, 금속구조물·창호·온실공사업 등을 들 수 있다.


이 가운데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은 비계(飛階)공사와 지반에 파일(pile)을 박는 공사, 그리고 해체공사업 면허가 합쳐진 것인데, 세가지 업종은 사용하는 기술이나 장비가 상이하다. 그런데, 면허는 1종류로 발급되기 때문에 타 분야에 기술력이 부족하더라도 공사 수주가 가능한 환경이 된다.


금번 서울 잠원동 철거공사 업체는 비계구조물해체공사업으로 등록되어 있으나, 시공실적으로 볼 때 주력 분야는 비계공사이며, 해체공사는 시공실적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기술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해체공사를 수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건설업 등록 시 시공기술이 다른 여러 업종을 그룹핑하여 대업종화하는 것은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심지어 무자격자에게 시공자격을 부여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민간부문은 이를 걸러낼 장치가 없다. 면허상으로는 실제로 시공자격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일본이나 미국 사례를 보면, 전문건설업종은 해당 기술 분야별로 구분하여 면허를 부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해체나 철거공사도 독립된 면허를 부여하고 있다. 또, 해체공사업 허가를 받으려면, 해체나 철거 현장에서 일정기간 실무경력을 갖춘 기술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와 같은 실무경험을 요구하지 않는다.


최근 대업종화가 거론되는 배경은 궁극적으로 건설업 단일 면허로 업종을 통합하고, 공사실적을 통하여 적격자를 걸러낸다는 취지가 내재되어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등록제도를 완화하려면, 그 전제조건으로서 발주자 역량 강화나 공공입찰제도의 변별력 개선, 발주자 자율권 및 책임성 강화, 공사실적관리 세분화, 직접시공실적 검증, 보증 및 보험제도 강화 등이 요구된다. 그런데 현실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충족된 것이 없다.


특히 공공입찰 분야는 본인-대리인문제(principal-agent problem)가 내재하여 아직까지 스크리닝 기능이 미흡하다. 따라서 건설업 등록제도가 폐지되거나 대업종화가 될 경우, 현실적으로 업체수나 입찰자수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건설업 등록을 쉽게 양도할 수 있는 현상도 개선해야 한다. 현재 건설업등록의 양도·양수가 빈번한 이유는 손쉽게 시공실적을 승계받아 공사 입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규모업체의 경우, 대표자가 바뀌면 사실상 시공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 일본의 예를 보면, 건설업 허가는 개인사업주나 기업에 귀속하는 것으로서, 양도나 양수의 대상이 아니다.


건설업은 타 업종에 비하여 정보비대칭(information asymmetry) 문제가 심각하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정부에서는 최소한의 스크리닝 기능으로서 건설업 등록 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등록 단계에서부터 시공자격을 엄밀히 검증해야 하며, 건설업종의 대(大)업종화나 양도·양수 제도를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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