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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항공기 안전과 시스템

이근영 /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국토매일 | 입력 : 2019/10/24 [10:45]

▲ 이근영 /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교수     © 국토매일


[국토매일] 이제 항공여행은 과거 일부 계층의 사치스러운 교통수단이 아닌 대부분 국민들이 이용하는 대중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 하였다. 연간 항공여객 1억 명 시대가 열렸으며 국제민간항공기구 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세계 6위의 항공운송 대국이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우리 국민의 일본 여행이 현격하게 줄어들자 일본 소도시들의 경제가 휘청거릴 정도로 항공교통은 확대 되었다. 비록 고속철도의 도입으로 지상에서 시속 300킬로미터의 이동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삼만 피트의 고도에서 시속 약 900킬로미터로 운항하는 항공기는 오대양 육대주를 손쉽게 오가게 할 수 있는 고마운 문명의 이기이다.

 

통계적으로 항공운송은 모든 운송수단 중 가장 안전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항공사고는 일단 발생하면 많은 인원이 동시에 목숨을 잃는 경우가 있어 결코 가볍게 다루어 질수 없는 문제가 된다. 특히 최근 발생한 보잉사의 최신 기종 B737 MAX 의 연이은 추락 사고는 첨단, 자동화 설계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지 않는다는 교훈을 주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은 B737 MAX 와 관련된 모든 안전문제가 치유되기 이전에는 동일 기종의 운항재개는 없을 것을 천명하고 있으며, 항공사들은 고가의 항공기들은 운항에 투입하지 못하여 막대한 경제적 불이익을 당하고 있고 항공기 제작사에 비용청구를 할 예정이다.

 

사실 B737 MAX 문제는 예견된 사건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보잉사에서 제작한 항공기 중에서 최고의 베스트셀러인 B737 항공기는 안전성이 뛰어난 항공기였다. 그러나 보잉사는 보다 많은 수익을 원하는 항공사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하여 보다 많은 좌석을 탑재하기 위하여 크기를 늘렸으며, 당연히 엔진 출력도 더 크게 증가시켰다. 이 과정에서 전혀 다른 비행특성을 가진 항공기가 탄생하게 되었으며 안전성이 줄어들게 되자 보다 정교한 자동조종 시스템의 옷을 입히게 된 것이다. 결국 동일 기종에서 발생한 사고 모두 조종사와 자동조종 시스템의 상충에서 자동조종이 승리하고 조종사는 항공기를 컨트롤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대목에서 주목해야 될 것은 결국은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무리 첨단기술이 집적된 기계라도 이를 다루는 사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아니하다. 국제민간항공기구를 주축으로 하는 안전 전문가들은 항공운송을 더욱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기술개발보다는 사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수많은 항공사고들이 기계적인 결함, 악기상 등의 이유 보다는 인적요인 즉 사람에 의한 실수로 발생하였음이 그 근거가 되고 있다.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며 무한한 상상력도 가지는 존재이지만 쉽게 잊어버리고 실수도 저지르는 불완전한 존재임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인간의 실수를 최대한 줄여 나가는 것이 항공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이 도입되었다. 항공안전관리 시스템의 골격은 위해요인을 파악하는 노력으로부터 시작된다.

 

항공기가 정지해 있지 않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한 절대적인 안전은 있을 수 없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항공기 운항에 따른 안전 위해요인이 우리가 수용할 만한 수준인가 하는 것이다. 수용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는 경우 정부는 해당 항공사 운항을 과감하게 중단 시켜야 한다. 그러나 수용할 수준에서 운영되는 경우 위해요인을 찾아내서 해소시키는 노력을 하면 된다.

 

그렇다면 위해요인은 어떻게 찾아낼 수 있을까? 항공기 사고가 발생한 다음 그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방식이다. 이제는 이런 방식에서 탈피하여 사고발생 이전에 사고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이 권고되고 있다. 안전 전문가들은 조종사, 정비사, 관제사 등 항공운항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취약요소를 가장 잘 알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사람들이 안전 위해요인을 사전에 보고하기 위해서는 보고의 활성화가 중요하며, 의도치 않은 단순 실수 등으로 발생한 사건을 처벌하기 시작하면 이러한 보고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따라서 보고 활성화를 위해서는 자발적 보고에 대하여는 비처벌 정책이 권고되었다. 이렇게 활성화된 자율보고는 많은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게 해 주고 데이터 기반 안전대책을 수립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안전보고 제도가 도입되었지만 갈 길은 멀다. 일단 비처벌 자율보고에 대한 개념이 금방 와 닿지 않고 행정처분 관련 과징금의 액수도 항공선진국에 비하며 매우 큰 편이다. 아직까지는 일벌백계의 효율성 유혹이 우리 항공관련 공무원들의 마음에서 쉽게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또한 안전 전문가들은 항공안전만을 강조하면 항공사는 파산할 수 있고, 항공사가 영업이익만 추구하면 조만간 사고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항공안전과 영업이익 사이에 균형점을 찾는 것인데 그리 쉬운 것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공사가 안전에 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흑자기조가 유지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따라서 국적항공사들이 안전하게 운항하기 위해서는 영업이익이 발생하여야 하는데 최근에는 유가는 상승하고, 요금 경쟁은 치열하며, 여객의 증가세는 이전 같지 못하여 항공사들의 실적이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항공사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고 보다 수익성이 좋은 노선을 항공회담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국가 규모 및 인구에 비해 과다하게 인가된 저비용항공사를 추가로 인가해준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 지금과 같은 경제상태가 지속되면 우리나라에서도 항공사간 인수합병을 통해 강한 항공사만 살아남는 현상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항공안전은 기계 보다는 사람중심, 개별 사안 보다는 시스템 중심으로 확보될 것이다. 이에 추가하여 항공기에 탑승할 때마다 대부분 만석인데 항공사들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많으실 것이다.

 

지금까지 항공기 운항과 별도로 소위 오너 리스크로 인하여 항공사의 건강한 경영이 방해를 받았던 것이 사실이었다면 앞으로는 항공사 경영이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적절한 자원이 다시 안전 분야에 재투자 되어야 함은 분명하며, 이를 위해서 국토교통부가 주축이 되는 정부는 물론, 항공기를 이용하는 시민들도 항공사의 합리적 경영에 관심을 두어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공운송이 이루어지도록 할  필요가 있다. 항공에서 안전관리시스템이 정착되면 철도, 선박은 물론 원전 안전관리 분야에도 확대적용 하여 대한민국이 안전 선진국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항공에서 출발한 안전관리 시스템이 우리 사회 전반에 확대 적용되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로 대한민국이 자리매김하는 미래를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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