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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불 공평'이 낳은 아노미.. 홍콩은 왜 총을 들었나

김지형 기자

김지형 기자 | 입력 : 2019/09/09 [15:48]

▲ 김지형 기자     ©국토매일

[국토매일] 석달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홍콩 시위현장에서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다. 경고용으로 공중을 향해 발사했지만 홍콩의 시위는 겉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빠졌다. 6월 초부터 시작된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 시위현장이 하얀 최루가스로 뒤덮이기도 했다.

 

홍콩 시위가 또다시 극렬해지자 지난 24일 쿤통 지역에서 열린 집회가 끝난후 일부 시위대가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벽돌과 화염병을 던졌고, 진압 과정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집회는 과격 양상이다. 이로인해 물대포가 등장하는가 하면 이날 저녁 8시 30분 시위대와 경찰이 대립했던 취안 지역에서는 결국 한 발의 총성이 울려퍼졌다. 시위대가 쇠막대기를 휘두르며 저항하자 한 경찰관이 생명의 위협을 느껴 권총을 발사했다고 복수의 외신들은 전했다.

 

다음날인 25일에도 홍콩 경찰은 일부 시위대가 각목을 휘두르자 경찰들은 시위대를 향해 총을 겨눴고 38구경 권총을 발사해 경고 사격했다. 홍콩 외신들은 싱가포르국립대 리관유 공공정책학부 산하 아시아경쟁력연구소의 탄키갑 교수 등 3명이 29일 열린 한 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홍콩 시위가 갈수록 격화되는 근저에는 홍콩 사회의 심각한 경제적 불평등으로 젊은이들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렸기 때문"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불평등, 치솟는 생활비, 중국 본토인과의 취업경쟁 등이 홍콩 젊은이들이 더 나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들었으며, 이것이 이번 시위가 과격해지는 배경"이라고 지적한 것이다.

 

그 근거로 불평등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부동산 가격은 아파트 1평(3.3㎡)당 1억원을 넘을 정도로 뛰어올랐지만, 홍콩 하위직 임금노동자의 임금 상승률은 1984년부터 지난해까지 고작 연평균 1.12%에 불과했다. 반면에 중간 관리자의 임금이나 전문직 종사자의 소득은 연평균 1.47%씩 올라 불평등을 키웠다. 탄 교수는 "1980년대에 홍콩의 소득 불평등은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수준이었지만, 이제는 매우 심각해졌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홍콩 젊은이들을 분노하게 하는 또 다른 문제는 화이트칼라 일자리를 놓고 중국 본토 출신들과 벌이는 치열한 경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경제와 고용시장을 감안할 때 결코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우리나라 지난 6월 상용노동자와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각각 353만1000원, 152만7000원으로 격차가 200만4000원을 기록했다. 상용직과 임시직 격차는 지난해 같은달(198만7000원)보다 늘었다. 저임금뿐만 아니라 생활물가는 급등했고 박근혜 정부 시기 서울 강남권의 부동산 폭등세는 서민들에게 박탈감만을 주고 있다. 왜 홍콩에서 벌어진 과격 양상의 시위가 우리나라에서는 벌어지지 않고 있는지 의문이지만 임시직이나 계약직들은 해고될까봐, 임금이 불공평해도 찍소리도 못하는 사회가 돼서 그런게 아닐까.

 

홍콩 시위에 대한 국제적 여론이 시위대 요구사항으로 기울자,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압박을 느낀 캐리 람 행정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 공식철회를 발표했다. 하지만 송환법 철회에도 불구하고 홍콩 내에서 산발적 시위가 이어져 일부 지역에서는 직접선거를 요구하는 강성 시위대가 공기총으로 경찰을 위협하기도 했다. 양쪽에서 총구를 들이대니 '모든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는 어록마저 생각난다. 차라리 불공평한 사회를 향해 각목을 휘두르고 경찰에 총까지 겨누는 홍콩 젊은이들이 부럽고 박수를 보내고 싶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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