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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열차 충돌·탈선사고 숨기기 급급한 서울교통공사

군차차량기지 구내 정지신호 무시한 채 주행…언론취재 일방적 거부

장병극 기자 | 입력 : 2019/09/03 [19:27]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서울지하철 열차가 충돌해 탈선사고가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의 안전관리체계가 곳곳에서 헛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 25일 새벽 00:10분경 군자차량기지 구내에서 1호선 112편성 열차가 입환 도중 신호기 정지신호 확인 소흘로 2호선 294편성 열차의 후미와 충돌하면서 294편성 열차 1량이 선로를 이탈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 서울교통공사 소속 1,2호선의 입출고와 검수,정비를 담당하는 군자차량기지    ©국토매일

 

열차입환은 역, 차량기지, 조차장(열차 주차장) 등에서 철도차량을 이동시키거나 열차를 연결·분리하는 작업을 말한다. 이번 사고는 차량기지 내에서 열차를 이동시키던 중 발생했다.

 

서울교통공사는 일반인이 접근이 어려운 차량기지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하자 이를 자체 처리한 후 새벽 4시 45분 첫 출발 열차를 정상출고시켰다. 하지만 시민들에게 사고내용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열차가 충돌해 선로를 이탈한 명백한 철도사고임에도 불구하고 교통공사는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본지 취재가 시작되자 교통공사는 해당 사고에 대한 내용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하며 사실 확인을 위한 취재 요청을 거부했다.

 

본지가 입수한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시 운행승무원인 박모씨는 차량기지 내 남부검수고(P5선)에서 출발한 1호선 열차를 입환해 유치선(X4선)에 유치시키는 중이었다. 박모씨는 구내 신호기(64L)의 정지신호를 확인하지 못한 채 신호기를 지나쳐 43m를 주행했고, 때마침 분기기(233)를 통과해 반대 선로를 지나가고 있던 2호선 전동차 후미 운전실 차량과 부딪혔다. 사고 당시 신호, 선로전환기 등은 정상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 군자차량기지 구내배선도(공사 홈페이지 차량기지운전취급내규 참조) 및 사고발생지점     ©서울시의회 제공

 

이 사고로 2호선 열차 1량이 선로를 탈선해 차량 대차디스크 8개와 선로전환기 2세트 등이 파손되었다. 1호선 열차 하부 모서리도 파손되거나 긁혔다. 선로전환기와 궤도도 파손되면서 총 4천 4백만원 가량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 군자차량기지는 서울교통공사 소속 1호선 열차와 2호선 열차를 입·출고시키며 해당 열차의 검수와 정비 등을 담당하는 곳이다.

 

사고가 발생하자 교통공사는 사고 열차에 대한 선로이탈 복구작업을 시행한 후, 1호선 열차는 남부검수고에 입고시키고 2호선 열차는 K5번 유치선에 유치시켰다. 사고가 발생한지 4시간 30분이 경과한 새벽 4시 44분경 파손된 선로전환기 2세트(233A·255)에 대한 임시 복구를 마치고 열차를 정상출고시켰다.

 

▲ 군자차량기지 내 사고발생지점 부근     ©국토매일

 

철도사고조사관련 전문가에 따르면 "차량기지 구내에서 입환 도중 발생한 사고라도 열차 2대가 충돌해 탈선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인명피해 발생, 영업열차 유무, 정상운행 여부 등을 구분하기에 앞서 승무원이 정지신호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채 열차를 이동시킨 것은 중대한 과실이다"고 언급하며 공사 내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지적했다.

 

서울시의회 송아량 의원(더불어민주당, 도봉4)은 “지난 2014년 열차자동정지장치(ATS) 고장으로 시민 170여명이 부상을 당했던 2호선 상왕십리 열차추돌사고를 상기해야만 한다”며 “8월 15일에 발생한 5호선 무정차 운행사고처럼 공사의 운행관리시스템 전반에 구멍이 드러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강조했다.

 

▲ 서울시의회 송아량 의원     ©서울시의회 제공

사고에 대처하는 콧대높은 교통공사의 태도 역시 문제다. 당초 본지는 8월 26일경 사고의 내용을 파악하고 군자차량기지 내 차량충돌사고와 관련한 사실 확인을 위해 취재를 시도했지만 서울교통공사 홍보실은 이번 사고에 대한 취재를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군자차량기지에 대한 취재도 별도 요청했지만 보안시설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유로 기자의 출입을 불허했다. 하지만 군자차량기지는 견학·체험행사 등을 위해 부정기적으로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 군자차량기지 신답역방향 북부입출고선(사고장소와 무관함) : 기지 출입선에는  '주의운전', '사고다발개소'라는 표기가 있다.     ©국토매일

 

높은 방음벽, 그리고 청계천 인근 콘크리트벽에 둘러싸인 군자차량기지 내 열차충돌사고는 '조용히' 넘어가기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Move The City' 슬로건을 내세우며 시민의 발을 자처하는 교통공사의 연이은 사고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서울지하철에 대한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열차가 충돌하고 4천4백여만원의 피해가 발생했다면 응당 시민에게 사고의 경위와 조치사항을 알려야 하는 것도 공공기관인 교통공사의 책무이자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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