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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안전특집②] 현장에서 전하는 한국 철도 안전과 기술…벽에 부딪혀

한국철도산업의 현주소, 안전을 담보한 기술개발… 해법은?

장병극 기자 | 입력 : 2019/07/23 [09:05]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철도는 공공 인프라의 성격이 강하고 시장의 수요가 정해져 있다. 철도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기술이 개발되어야 하고, 개발의 방향과 목적을 분명하게 하기 위해 사고사례와 기술 동향 등 DB를 구축해야한다.

 

그리고 기업이 이러한 자료들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공개해야하는데 이러한 체계가 구축되어 있지 못하고 설령 있더라도 산발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현실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한, 업계에서는 한목소리로 안전성 검증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신청자와 사용자가 함께 분담할 것을 조심스럽게 요청했다.

  

◆ 형식승인·시설성능검증 등...책임과 부담은 신청자의 몫

 

국내에 적용되는 대표적인 법령·지침 사례로 철도안전법의 하위 행정규칙인 철도차량기술기준 ·철도용품기술기준과 공단이 주관하는 철도시설성능검증지침 등이 있다.

 

철도용품기술기준은 올해 6월 27일자로 개정·고시되었다. 산업계의 요청에 따라 특수차의 차륜·차축·연결장치 등의 형식승인을 20년 12월 31일까지 유예했다고 개정사유를 밝혔다. 또한, 판스프링식 장력조정장치를 형식승인 대상에 추가했으며, 형식승인검사를 유효기간 내 완료하지 못할 경우 검사기간 연장 신청 내용 및 주체도 명확히 규정했다.

 

▲ 철도용품 형식승인 대상 품목     © 국토매일

 

형식승인검사는 신청 이후 1년 이내에 완료해야하지만, 해당 철도용품의 설계·개발 및 시험에 보다 많은 기간이 소요됨을 입증하고 국토교통부장관이 이를 승인하는 경우는 유효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다만, 유효기간을 연장하고자 하는 경우 검사기관은 유효기간이 만료되기 15일전까지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유효기간 연장 신청을 해야 한다.

 

철도안전법 제26조·제27조에 따라 철도차량·용품에 대하여 제작·수입을 불문하고 국토부가 정하는 바에 따라 형식승인검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구·개발, 수출, 유지·보수 및 사고복구 등 특수 목적으로 제작한 경우에만 검사를 면제한다.  

 

한편, ‘철도시설성능검증지침’(이하 시설성능검증)은 ‘철도시설에 대한 성능 확인 및 실제 운행선에 적용하는데 있어 타당성 검증을 위한 절차·체계·기준 등을 제시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시설성능검증은 국가·국제표준규격 대상용품, 그리고 철도안전법에 의해 국토부가 고시한 대상용품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해외 및 국내에서 동등 이상의 성능이 있다고 입증된 시설인 경우에도 검증절차를 생략할 수 있다.

 

시설성능검증은 시험체 제공 및 수수료 납부, 성능검증을 위해 소요되는 모든 제반 비용을 신청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한다. 철도안전법 하위 기술기준도 기본적으로는 신청자가 해당 기술을 모두 입증토록 하고 있다.

 

철도안전법 하위 규칙은 “철도차량의 안전, 성능에 대한 최소한의 요구사항만을 정의한 것이며, 모든 경우에 대한 철도차량의 품질과 안전운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시설검증과 달리 철도안전법 하위 시행규칙으로 기술기준과 관련한 모든 사항을 예측·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법령으로 규정해 ‘형식승인’을 받아야 하는 철도용품의 품질과 안전에 대한 책임도 법적으로는 업체의 몫이다.

 

◆ 기술 국산화는 사활 건 모험...개발위한 동력 확보되어야

 

기업들은 일방적 지원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기술개발의 여건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인증제도를 만들었는데, 허약한 국내 철도산업의 구조상 인증제도에 소요되는 비용 모두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국산화를 위해 고군분투한 기업들은 기술 상용화의 마지막 벽을 넘기 위해 성능시험 혹은 인증제도를 통과해야 하지만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소요되는 비용에 있어 정책적 지원이 너무나 부족하다고 말했다.

 

한정된 국내 철도시장에서 수요는 정해져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술을 국산화하는데 들이는 비용 자체가 사활을 건 모험이다. 이에 더해 시험 통과를 위한 비용까지 모두 기업에서 부담한다면 철도산업에 대한 기업의 선제적 투자와 기술발전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철도기술이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외산에 의존하게 되면 결함을 발견하거나 사고발생 시 대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구조는 곧 철도안전과 직결된다. 또한, 장기적으로 국산화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범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이라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철도기술 국산화를 통해 △국내 철도산업 활성화 △기술경쟁력 확보 통한 해외진출 △기술 국산화를 통한 안전성·경제성 확보 등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의 국산화와 지속적 연구개발의 동력을 마련되어야만 결과적으로 철도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 선진기술 습득 위한 길도 동시에 열어줘야

 

이미 철도선진국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어 안전성을 검증받은 기술이나 제품을 도입하는 경우에도 국내에 적용할 때는 절차에 따라 다시 인증제도를 거쳐야 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물론 국내 철도시스템과의 호환성 등을 감안해 인증이 필요한 부분은 절차를 거쳐야하겠지만, 기술적 측면에서 봤을 때 절차가 필요하지 않는 경우에도 일괄적으로 인증제도를 밟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진기술을 습득하면서 철도기술의 국산화와 기술진보를 통해 점진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인증이 오히려 규제가 되어버리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제 막 성장해나가는 아이에게 잘하고 있는 것을 칭찬하지는 못할지언정 잘못하고 있는 점을 먼저 들추어내 주눅들어버리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 수요 한정된 철도시장, 독점은 필요악?

 

철도분야별로 사정은 다르지만, 업체들은 대체로 장기적 관점에서 철도산업의 독점에 따른 불공정경쟁의 폐단이 철도산업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데 공감했다.

 

지속적으로 새로운 기술을 창출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수혈받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신규 기업들의 철도시장 진출이 활발해져야 하는데 국내 철도산업은 진출의 문턱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독점적 산업구조는 국내 철도기술 및 제품의 발전 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고, 시장이 경직돼 관성에 따라 제품을 생산·납품하다보면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무뎌질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중소기업들은 해방 이후 국내기술이 전무하던 시기에 외산 기술을 모방하거나 개조해 철도산업에 먼저 발을 내딛은 선도 기업들이 그동안 한국철도산업에 이바지한 노력에 대해서는 충분히 인정하지만, 공정한 기술경쟁이 아닌 이미 축적한 자본과 인맥을 무기로 시장을 독식하고자 하면 온전한 기술발전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충북에 소재한 ‘ㅅ’사의 한 임원은 “회사의 운명을 가를 정도의 자금을 투입해 국산화한 기술을 토대로 제품을 개발했지만, 기술로만 평가받는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국내 철도시장의 현실”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오히려 공정경쟁을 해주면 고마워해야할 상황”이라며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 기술발전을 위한 방향…국내선 개·보수? 아니면 해외시장 진출?

 

2000년대 이후 국내 철도산업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시장이 형성되었다. 우선은 고속철도가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이에 대응하는 국내 기술력 확보, 제품의 자체 생산, 그리고 유지‧관리 능력의 향상 등이다. 고속철도 차량 및 궤도‧신호제어 등의 기술이 프랑스‧영국 등 철도선진국에서 이전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비상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하기 어려웠고 운영 과정에서 결함이 발생하더라도 조기에 대응할 수 없었다. 이는 곧 철도운영에 있어 안전성이 충분히 담보되지 못함을 의미한다. 당시 언론에서도 상당한 비판이 있었지만 하나의 사례로 경부고속철도 2단계사업의 경우가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업계 종사자들은 이야기했다.

 

무엇보다 원천 기술을 국산화해야만 고속철도 운영 경험과 결부시켜 업그레이드된 국내 철도기술을 해외에 소개하고 시장의 개척도 노려볼 수 있다. 분야별로 상이하지만 업계에서는 대부분 국내 철도시장의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철도산업의 외연을 확대하고, 질적향상도 도모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현재 해외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내에 적용되는 기술인증제도나 성능시험보다 수준이 높은 ‘SIL(Safety Integrity Level, 안전 무결성 기준)’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SIL인증은 1~4단계로 나누어지며, SIL4는 1/10,000~1/100,000 확률로 오류가 발생할 가능성을 의미한다. 충분한 신뢰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있음을 평가받은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해당국의 기관에서 요구하는 수준 높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먼저 국내 철도로부터 시작해 기술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단계적 시스템이 구축될 필요가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했다. 결국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먼저 국내 철도시장이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야한다는 것이다.

 

국내 철도시장은 신규노선 건설보다는 기존선 노후‧개량에 초점을 두고 있다. 서울‧부산 등을 비롯한 도시철도의 경우 40여 년이 지나면서 차량 및 신호‧제어, 궤도 등 부분적으로 개‧보수가 진행되고 있다. 예산의 한계 때문에 전반적인 개량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호‧제어분야 업계에 종사하는 ‘ㄷ’사 임원은 “한번 구축된 신호‧제어시스템은 20년 이상 사용하기 때문에 개‧보수에 대한 계획 수립 시부터 어떤 시스템을 구축할 것인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많은 예산을 들여 개발한 국내 기술인 ‘KTCS’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국산화한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고, 이러한 노하우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국가적 차원의 지원…정책의 불확실성부터 해소해야

 

전 세계적으로 해외철도시장의 규모는 232조원에 달한다. 현재 국내 철도산업계에서 주목하고 있는 해외 철도시장은 주로 동남아지역과 중동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중국의 경우 국가 정책적으로 처음 외국으로부터 도입한 기술을 빠르게 국산화시킨 후, 이를 자국 내 전 노선에 사용하도록 추진하고 있다. 철도 후발주자였던 중국이 어느 순간 철도선진국에 포함되어버렸다는 것이 업계의 진단이다. 향후 국내 동아시아를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에 있어 중국의 기술력과 자본이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것이라는 예측은 어느새 현실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시장규모의 차이가 있지만 철도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국가가 장기적인 플랜을 마련하되, 목적과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함으로써 계획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일관되게 추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오락가락하는 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빈약한 철도산업계가 성장의 발판조차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채 철도선진국의 기술력에 잠식되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대전에 소재한 ‘ㅅ’사의 한 임원은 “기본적으로 항공과 철도, 선박의 관리 메커니즘은 유사하다. 다만, 관리주기에 차이가 있다. 오랫동안 정부부처에서 철도정책관련 업무를 맡아왔었는데, 고속철도를 도입하며 항공기 관리수준에 버금가도록 정책을 기획해왔고 현재도 반영되어 있지만 추진력이 부족하고 정책의 구상과 목적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한번 수립된 철도정책이 일관성있게 추진되어야만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적 안전성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산업에서 국산화 등 지속적 기술개발과 그에 수반된 안전성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해서 지금 필요한 것은 채찍이 아닌 당근이다. 기술개발 과정에 투입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고, 개발 이후 검증과정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할 수도 있다. 혹은 시장 특성상 수요가 정해져 있으므로 정책적으로 실용화(구매)를 확정시킨 상태라면 기업이 기술개발부터 검증까지 맡을 수도 있다.

 

물론 지원 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운영사 및 발주기관을 비롯해 국가출연연구기관 등에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으며, 꾸준히 성과를 발휘하고 있다. 철도관련 연구기관에 근무 중인 ‘A’연구원은 “R&D과제는 장기적으로 기술의 발전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아젠다형 연구와 기업에 실질적으로 보탬을 줄 수 있고 철도시장의 활성화를 염두한 실용형 과제를 동시에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투 트랙 연구를 통해 정책의 불확실성을 해소하는데 기여하고, 철도산업 지원에 필요한 기술도 선도적으로 제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것이 곧 “시장 활성화를 통한 기업의 기술개발을 장려하고 이를 통해 기술의 안전성도 확보해나갈 수 있는 하나의 방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철도분야 실무기술인력 부족, 연계 강화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철도업체에서 일을 할 수 있는 신규인력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특히, 전기, 토목, 건축 등 일반 이공계 학과 졸업자보다도 실무형 교육을 받은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립교통대학교를 비롯해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우송대학교, 동양대학교 등에서 철도관련 학과를 운영 중이지만, 업체는 여전히 구인난을 겪는다고 말한다. 모 업체 임원은 "산-학연관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확대하거나, 분야별 협회에서 운영 중인 실무형교육을 적극 연계, 활용한다면 상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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