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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안전특집①] 철도산업계의 소리없는 외침… 안전은 기술로 검증돼야

개발 동력 마련 통해 기술 국산화로 이어질 필요

장병극 기자 | 입력 : 2019/07/23 [08:58]

[국토매일-장병극 기자] “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하기 위한 인증제도가 도리어 국내 철도기업들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술을 발목 잡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얻은 결론이다.

 

기업들은 한 목소리로 한국 철도산업의 폐쇄적 구조가 가진 한계를 지적했다. 좁디 좁은 철도산업계에서 행여나 자신의 목소리가 노출되어 발주·운영기관과 동종 경쟁업계로부터 타격을 입게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경우도 많았다. 본지가 취재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우리 회사 이름으로 내용을 쓰지 않았으면 한다”는 부탁이었다.

 

동시에 지푸라기를 잡는 마음으로 일말의 변화를 기대했다.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발주처를 이해하면서도 공공 인프라로서 성격을 가진 철도분야의 특성을 반영해 정책적인 뒷받침이 절실하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물론 안전을 위해서 단 하나의 문제라도 발견되면 들추어내는 것이 상식적으로 합당하다. 현재의 인증제도나 검증방식 자체를 전면수정하자는 것이 아니다. 철도의 안전성 확보와 기술발전을 위해 인증제도와 검증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현장의 목소리와 괴리가 있다면 현장부터 살펴봐야한다.

 

업계에서는 기술‧제품 개발의 과정에서 인증제도나 검증방식의 절차에서 발생하는 제반 비용을 신청자와 사용자가 일정 수준에서 분담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한, 철도용품의 품질과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에 의거해 책임의 주체를 신청자에게만 전가할 것이 아니라 발주처 및 인증기관도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기대했다.

 

철도산업은 구조적 특성상 오롯이 시장 논리로만 움직일 수는 없다. "한국의 철도산업계는 기업의 권리를 행사하기에 앞서 오히려 의무를 강요받고 있는 것 같다"는 현실적 체감을 조심스럽게 전하기도 한다. 기업이 일정 수준에서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지고 기술개발과 국산화를 위한 노력을 병행하고 있는 만큼, 관계기관을 비롯한 정부에서도 이에 발맞추어 현실적인 지원 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

 

▲ 국토진흥원이 주관한 '2019년 철도기술연구사업 연구성과 발표회'에서 참석자들은 "R&D개발 기술은 현장실증을 통한 검증이 요구되므로 공공수요처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국토매일

 

이미 기업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전달해왔다. 기술 국산화를 통한 철도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장기적으로 범국가적 차원에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이 분명하다면 그에 걸맞은 답변을 내놓아야만 한다. 하지만 기업의 건의사항과 그에 대한 관계 기관의 답변은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기만 할뿐이다. 업체들은 “이제 지쳤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목소리들은 허공에 맴도는 ‘소리 없는 아우성’과도 같다고 이야기한다.

 

철도안전성을 담보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은 분명하다. 국내에서 선제적으로 원천기술을 확보하고 자체적으로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능력에 한계가 있다면 철도선진국으로부터 습득한 기술들을 우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길도 동시에 열어놔야 한다. 동시에 결함발견‧사고발생 등 비상상황 시 빠른 대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술의 외산의존도가 줄여나가며 국산화를 진행해야만 한다. 철도의 안전성은 근본적으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만약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충분한 대응능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한편, 기술 국산화를 위해서 기업 입장에서는 사활을 건 투자가 진행되어야 하는데 철도시장의 수요는 한정적이다. 기술개발의 동력을 만들고 이것이 기술의 국산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시장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신청자 부담원칙에 의한 기술검증과정제도의 개선뿐만 아니라, 철도산업계의 폐쇄적이고 경직된 구조를 해소해나가야 하며 정책적 방향도 일관성있게 제시되어야만 한다.

 

신규업체의 진입장벽을 낮추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장 내부에 유입되고, 이에 기반한 기술개발의 동력을 확보하는 것 역시 산업계 내부에서 무뎌져버린 철도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줄 수 있는 방안이다.

 

국내 철도시장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철도기술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수준 높은 해외인증제도를 획득해 연간 232조의 규모를 가진 해외철도시장으로 진출해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철도안전의 확보는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해 기술 국산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철도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체계적으로 제시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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