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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열탕과 냉탕 사이에서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9/07/09 [10:53]

 

▲ 박찬호      ©국토매일

 [국토매일] 목욕할 때는 물 온도가 중요하다. 조금씩 조절해 온도 변화를 느껴가며 알맞게 맞춰야 한다. 너무 뜨겁거나 차갑다고 수도꼭지를 반대쪽으로 휙휙 돌려서는 곤란하다. 그랬다가는 영영 욕실에서 못 나올 것이다.


경제학 용어 ‘샤워실의 바보(fool in shower)’는 그런 경우를 빗댔다. 경기 과열과 침체에 대한 정부의 개입이 지나치거나 변덕스러울 때 발생하는 역효과를 경고한 것이다.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밀턴 프리드먼이 만들었다. 재정과 정부 개입을 중시하는 케인즈 학파와 달리 그는 통화정책, 자유방임, 시장을 강조했다. 경제철학을 떠나 정책 입안자들이 곱씹어볼 만하다. 


내용은 한 남자가 샤워 실에 들어간다.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찬물이 나온다. 급하게 온수로 돌리자 뜨거운 물이 쏟아진다. 이 남자는 수도꼭지를 찬물로 돌렸다, 온수로 돌렸다를 반복한다. 시차를 무시하고 그 순간만의 정보에만 대응하는 이 남자를 두고 밀턴 프리드먼은 '샤워실의 바보 '라고 불렀다.


부동산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두고 종종 '샤워실의 바보'를 인용한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동향에 대해 시차를 무시하고 즉각 반응하면서 적절하지 않은 대책을 쏟아내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최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개최한 '2009년 하반기 건설부동산 경기전망 세미나'에서 '샤워실의 바보'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일 경우 투기지역 지정 여부와 상관없이 주택담보인정비율(LTV )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사실 최근 부동산시장을 단순히 지표로만 보면 바닥을 찍은 것처럼 보인다. 신규 분양시장의 청약열기, 상가로 몰리는 뭉칫돈, 강남3구와 버블세븐의 집값 회복세,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등은 분명 회복의 시그널로 인식될 수 있다.


문제는 최근의 지표 호전이 국지적ㆍ단기적인 현상에 그치고 있고, 부동산시장 회복시점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규제라는 카드를 쓸 수 있다고 겁을 줬다는 점이다.


지규현 GS건설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강남3구와 버블세븐 집값이 예년의 90%까지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매수세 없이 호가만 오르고 있고, 거래량도 예년 또는 재고수준 대비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도 경기 침체로 생계형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분양시장도 일부 특정지역에서만 벌어지고 있을 뿐 경기도 미분양은 전혀 줄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현아 건산연 연구위원도 "지표로만 시장을 속단할 경우 부작용은 너무도 클 것"이라며 "서울 및 수도권의 일시적 시장 과열을 빌미로 전국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 현재 추진 중인 지방 미분양해소대책은 요원한 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한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 샤워실의 바보(정부)는 뜨거운 물(부동산시장의 지표 호전)이 나오자 바로 찬물(대출 규제 강화)로 수도꼭지(부동산대책)를 돌려버리려고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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