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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서울시가 기피시설 경기도 떠넘기기 급급

축구장 150개 규모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9/06/04 [08:00]

 

   

경기지역 기초자치단체와 서울시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도내 지자체로 기피시설 이전을 추진하거나 민원을 유발하는 정책을 추진한 탓이다.

 

경기도 지자체들은 이미 서울시만 혜택을 보는 기피시설들이 있어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기는 커녕 더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고양시는 그동안 서울시가 운영하는 벽제승화원, 난지물재생센터 등 기피시설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다. 지난 2012'상생발전을 위한 공동합의문'을 체결해 기피시설 문제 해결을 위한 원칙적 합의를 했으나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대표적으로 서울에 위치한 탄천물재생센터는 공원화사업을 진행한데 반해 난지물재생센터는 거의 방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서울시는 철도차량기지 구로동에서 광명시나 시흥시로 이전하는 구로 차량기지, 양천구에서 부천으로 이전하는 신정차량기지, 진접 으로 이전하는 창동 차량기지 중량구 5곳의 경기도 이전을 진행·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경기도와 갈등이 커졌다.

 

서울시에서 경기도로 이어지는 철도망을 연장하는 계획에 철도차량기지 등 주민 기피시설 이전을 추진하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21일 경기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적극적으로 이전 부지를 활용한다는 입장이지만 경기도민 입장에서는 교통복지를 충분히 담보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음·분진을 일으키는 혐오시설만 유치한다는 상대적 박탈감만 커질 수 있다.

 

철도차량기지란 철도의 주차, 정비 등을 수행하는 거점기지다. 서울시 자치구들은 차량기지 이전 부지를 활용한 개발 작업을 구상 중이다.

차량기지는 서울시 16435, 경기도 16435, 인천시 387로 총 35957의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서 서울시에서 경기도로 이전을 구상중이거나 추진 중인 철도차량기지는 5105으로 축구장 150개 규모다.

 

문제는 차량기지가 들어설 경우 대규모 면적을 차지하면서 소음과 비산먼지 등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이 계획대로라면 서울시는 철도차량기지 이전을 통해 서울시민의 민원을 해소하고 차량기지 이전 부지를 활용해 다양한 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그러나 경기도는 소음·분진 등 환경피해뿐만 아니라 지역의 경제적 가치가 하락하는 등 지역개발에 악영향을 받게 된다. 서울시가 갖고 있던 문제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서울 구로구에서 광명시로 이전하는 구로차량기지이다. 최근 전략 환경영향평가(초안) 주민설명회가 광명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바 있다.

 

광명시 주민들은 "구로차량기지 이전은 소음·분진 등 환경피해에 대한 구로구민의 민원해결을 위한 것인데 광명시내 중심부에 있는 노온사동에 이전할 경우 광명시의 허파인 도덕산과 구름산을 연결하는 산림 축이 훼손되거나 도시 이미지가 급속히 추락하는 등 시의 미래 가치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경기도 광명시민들은 차량기지 지하화, 5개역 신설, 이전과정에서 광명시와 시민참여보장, 지하철5분 간격 조정 등의 내용이 담긴 주민의견서 21175부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하는 등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서울시는 원종~홍대선 광역철도 신정차량기지를 서울 양천구에서 부천시로 이전하는 방안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어 용역 결과에 따라 또 다른 갈등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에도 서울 5호선(방화~김포) 연장 사업 시 방화차량기지 외 분진 등 환경 피해를 유발하는 건설폐기물처리장을 동시 이전하는 방안을 담은 연구용역이 진행되었지만 결국 경기도와 김포시에서 강하게 반대하면서 실제 사업은 사실상 중단되기도 했다.

 

서울 중랑구에 위치한 신내 차량기지도 경기도로 이전을 희망하고 있어 철도차량기지 등 주민 기피시설 이전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이처럼 철도차량기지 같은 주민 기피시설 관련 갈등이 격화되는 사례가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는 주민들의 권익의식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적법 절차에 의한 사업이라 해도 해당지역 주민들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부당하다고 여겨지면 즉각 반발하는 경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지난해부터 경기도 삼송지구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서울 은평 광역자원순환센터와 서대문구 음식물처리시설, 도내동 차고지 문제까지 더해지면서 공동합의문 취지가 무색해졌다.

 

이 때문에 경기도 고양시는 지난달 서울시에 공동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고, 지난 14일 첫 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는 이춘표 고양시 제1부시장과 서울시 정책기획관을 양측 대표로 한 가운데 관계 공무원 30여 명이 참석해 논의 했다. 상호 중재자 역할을 위해 경기도 갈등조정관도 입회했다.

 

고양시가 제기한 현안은 난지 물 재생센터 현대화 사업 신속 추진 서울시 물 재생센터 오염물질 배출 및 끈벌레 피해보상 승화원 공원화 및 주민지원사업 신속 추진 벽제묘지 주민지원사업(도로확장) 예산지원 서대문구 음식물처리시설 불법 해소 및 주민협의 추진 은평구 광역자원순환센터 주민갈등 해소 도내동 서울시 차고지 위법 해소 등 총 7가지다.

 

특히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한강하구 어민피해 등 주요 분쟁사안들이 협의체 안건에 포함됐다.

이재준 고양시장은 "기피시설 갈등 해소를 위해 양 시가 오랫동안 노력했지만 주민 기대에 턱없이 부족하다""소모적 논쟁과 대립을 넘어 상생으로 나아가는데 서울시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광명시도 구로차량기지 이전문제로 기 싸움을 벌이고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에서 지자체장에게 공동대응을 제안했고, 시장 군수 협은 이를 받아들여 협의체를 구성키로 했다.

 

구로차량기지는 구로 구민이 진동·소음 등 지속적인 민원 제기를 하면서 2005년 수도권발전종합계획에 따라 이전이 결정됐고,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는 광명 이전 기본계역 용역을 발주했다.

 

경기도 광명은 차량기지 친환경 지하화, 5개 역 신설, 이전과정에 광명 시와 시민의 참여 보장, 지하철 운행시간 5분 간격 조정 등이 담긴 주민의견서 21175부를 국토부에 전달한 바 있다.

 

박승원 광명시장은 "국토부의 구로 차량기지 이전사업은 서울 구로구민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광명시민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김포공항 국제선 확대를 골자로 한 '김포공항 르네상스 계획'을 추진하자 인근 지역 지자체들이 반대하고 나섰다.

 

부천시의 경기도의원과 부천시의원들은 지난달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김포공항 르네상스 용역에 명백히 반대 한다"며 오히려 "인천공항 2터미널 개항에 맞춰 김포공항 국제선을 인천공항으로 이전해가라"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인천 계양구를 비롯해 서울시 강서구·양천구·구로구·금천구 일부 지방의원들까지 가세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부가 서울시 우선 정책을 수정하고, 서울시도 서울시민 때문에 피해를 입고 있는 지자체의 피해에 공감하고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이양주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의 권한이 막강했던 시절, 서울특별시의 각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시에 인구가 적은 경기도 지역에 기피시설을 만들었다""이제는 현실적으로 시설이전은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시설에 인접한 도민들의 호소는 지역이기주의나 님비현상이 아니기 때문에 서울시가 피해를 호소하는 지역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주 경기도의회 의원은 "경기도가 서울시 민원의 종착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서울시 행정이 경기도와 불화를 키워서는 안 되며 서울시의 기피시설과 철도차량기지를 경기도로 이전하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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