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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열차제어시스템 패러다임의 변화, 지상에서 차상으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세찬 선임

장병극 기자 | 기사입력 2019/05/27 [12:50]

[기고] 열차제어시스템 패러다임의 변화, 지상에서 차상으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세찬 선임

장병극 기자 | 입력 : 2019/05/27 [12:50]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오세찬 선임     © 국토매일

[국토매일] 한국의 출·퇴근시간은 약 58분으로 OECD 국가 중 최하위이다. 정부는 1·2·3기 신도시의 도심 접근성을 향상시키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출·퇴근 시간 혼잡도를 개선하기 위해 GTX A~C선을 조기에 착공해 빠르고 효율적인 광역철도망을 구축하기 위한 로드맵을 수립했다.

 

수도권 인구 집중화 및 신도시 건설에 따른 대중교통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까닭에 이미 입주한 1·2기 신도시의 경우 대중교통 이용에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하고 있다. GTX·신안산선 등 신규철도 확충도 당연히 필요하지만, 기존 철도인프라에 대한 효율적 활용도 중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기존 도시철도의 노후화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노후화된 철도인프라를 개·보수하는 작업 역시 신규철도 확충 못지않게 중요하다. 다양한 기술적 대안이 마련되고 있지만, 기존선의 신호시스템을 단순히 개량하는 차원을 넘어 새로운 열차제어시스템의 모색이 필요하다.

 

열차는 자동차와는 달리 400km/h 이상의 높은 운행속도와 수 킬로미터에 달하는 제동거리로 인해 시계(視界)운전이 불가능하고 사고 발생시 대 규모의 인명피해가 발생되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안전성이 요구된다. 이러한 특징으로 열차는 서로 간의 합의(commitment)를 기반으로 운행되어야 한다. 여기서 합의란 열차가 주행하고자 하는 선로자원의 배타적인 분배와 약속된 자원의 한계를 절대로 벗어나지 않도록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철도제어시스템은 제어와 통신기술의 한계로 연동장치(IXL: Interlocking) 및 관할영역 제어기(ZC : Zone Controller)로 구성된 지상제어시스템의 중개에 의한 합의가 이루어져왔으며 이로 인해 제어에 한계가 존재한다.

 

현재까지 개발된 최신의 3세대 열차제어시스템은 CBTC(Communication Based Train Control)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차상 장치와 지상의 제어시스템 간 양방향 통신을 통해 운전시격을 단축한다. 하지만 지상의 제어시스템이 처리 가능한 용량의 한계를 가지고 있고, 차상-지상-차상으로 이루어진 순환적 제어메시지 흐름은 운전시격을 획기적으로 단축하는데 있어 한계를 가진다.

 

이미 유럽 등 철도선진국에서는 지금까지의 지상과 차상 간 통신에 의한 열차제어시스템의 성능 한계를 극복하고자 차상 간 직접적인 통신에 의한 열차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른바 제4세대 열차제어시스템이다.

 

차세대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기술은 세부적으로 열차주행제어시스템 플랫폼 운전시격 단축을 위한 핵심적 기술인 열차 간 간격제어 알고리즘 T2T 통신 방식을 포함한 LTE-R 무선통신기술을 기반으로 열차 간 직접통신 기술 개발 열차협업기반 상황인지 및 판단 기술 열차제어시스템의 가상연결 분리·결합 기술 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차세대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기술의 핵심은 기존의 지상 인프라에 편중된 열차제어시스템을 차상 중심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송능력·설비투자비용·운영 편의성 측면에서 근본적으로 열차제어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다. 기술의 구현을 위해서는 빠르고 신뢰성이 보장된 차세대무선통신기술의 확보도 필수적이다. 또한, 향상된 열차 간 간격제어 기술, 상황인지 및 판단 기술, 가상열차연결·분리기술(Virtual Coupling·Decoupling control)을 통해 안전하고 효율적인 열차제어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다.

 

기존의 열차제어시스템은 지상(wayside) ATP, EI 등 지상설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열차 편성이 증가함에 따라 지상설비도 증설해야 한다. 차세대 무선통신기반 열차제어기술은 차상중심 열차제어를 통해 지상설비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 운영의 편의성과 안전성 측면에서도 노선의 확장과 투입열차 증대·유동적인 열차편성에 대응할 수 있는 가상열차편성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가상열차편성 기술은 기존의 물리적인 열차 연결·분리 과정에서 운영자의 인적오류로 인한 사고발생의 위험성과 연결·분리에 필요한 시간 소요, 장비 유지보수비용 발생 등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장점도 가지고 있다.

 

열차제어시스템의 성능은 결과적으로 최소운전시격으로 나타난다. 이는 후행열차가 감속 없이 최대한 선행열차와 근접한 시점에서 선행열차와 후행열차 사이의 거리를 조밀하게 운행하면서 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차세대 무선통신기반 열차자율주행기술의 개발은 기존 철도인프라의 대대적인 개·보수 시기가 도래하고 있는 시점에서 수송력을 증대시켜 열차 운행의 효율성을 높이고, 운전시격을 줄여 출·퇴근 시간에 이용자가 체감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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