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광고

시설물의 미학, 아름다운 구조물이 오래 남는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신한철 도시철도국장 | 기사입력 2013/10/21 [08:38]

시설물의 미학, 아름다운 구조물이 오래 남는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신한철 도시철도국장 | 입력 : 2013/10/21 [08:38]

▲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신한철 도시철도국장     © 국토매일
출퇴근하거나 여행할 때, 영화나 텔레비전을 볼 때 직업상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각종 도시시설물을 습관적으로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사랑스러움과 아름다움을 즐기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시민들도 도시개발뿐만 아니라 도로와 철도 등 시설물로 인해 행복과 정신 건강에 영향을 받는다.
 
시민들이 도시에서 살아가면서 매일 마주쳐야하는 수많은 도시시설물들, 도로, 고가도로, 교량, 지하철, 정거장 등, 이중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즐거움과 행복을 주고 어떤 것들은 우리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어떤 것이 아름다운 구조물인가라고 물어본다면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정말 어렵다. 많은 철학자들이 아름다움에 대한 정의를 내려왔지만 모든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미에 대한 관점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다만 개인적으로는“보았을 때 우리에게 기쁨을 준다면 그것은 아름답다”라고 한 Thomas Aquinas의 정의가 가장 가까이 와 닿는다. 또 F. Leonhardt의 교량을 아름답게 하는 요소들을 보면, 기능(Fulfillment of Function)의 만족, 교량을 구성하는 각 요소들의 상대적 크기의 비율(Propotion), 각 부재의 방향과 대칭을 통한 질서(Order and Rhythm), 절제와 조화(Refining and Harmony). 질감(Surfacetexture), 음영(Light and shadow)으로 각 구조물별로 상세하게 기술했고, 그 외에도 시설물의 미학에 대한 다수의 저서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대부분 사업계획을 수립하거나 교량을 설계할 때 고려하는 우선순위
는 안전성, 경제성, 내구성, 시공성 등이며 외관은 주된 고려사항에서 제외된다.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들, 기술자들이 착각하는 것이 시민들이 미관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용이 증가되는 것을 좋아 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다. 만약 시민들에게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초기비용이 일부 증가한다고 해도 멋진 외관을 가진 교량을 건설할 수 있다면 이를 선택할 것이다.
 
불행하게도 기술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구조물이 완성된 후 시간이 지나서 깨우치게 된다. 시민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구조물 기능 또는 건설비용이 아니라 구조물 외관이라는 사실을 간과한다.
 
시간이 흐르면 건설 비용은 잊혀지지만 추한 구조물은 오래오래 남아 우리 모두를 괴롭힌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한일이 아닐수 없다.
 
도시를 고가로 관통하는 콘크리트 덩어리들, 도로횡단 고가도로의 흉측한 하부구조, 지하철 출입구, 환기구 등 주변과 어울리지 않는 각종 돌출구조물, 100년을 가는 구조물을 만들면서 왜 이렇게 도시의 흉물로 만들어 우리는 물론 다음 세대에 까지 고통을 안겨줄까 하는 생각을 하면 기술자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여러 가지 원인이야 있겠지만 계획을 수립하는 사람, 기술자들이 구조물외관에 대한 인식이 부족 한 것 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요즈음 고가도로를 순차적으로 없애고 우이 신설경전철과 같이 차량기지를 포함해 전 구간을 지하로 만드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경의선 등을 지하화하고 상부 공터를 공원화 해 그 길을 거닐고 있고 이것을 즐기는 시민들의 민원을 보면 이제 추세이구나 하고 느끼게된다.
 
세계적으로 아름다운 교량에 대해, 한국에서 멋진 교량에 대해, 백가지 정도 선정한 여러 서적이 나와 있기도 하고 가보고 싶은 곳이 많다. 한편 우리나라 고속도로 등에서는 산허리가 싹둑 잘려나간 곳이 수없이 많아 터널을 만들었으면 좋았을 걸 느껴지는 곳도 많다.
 
그런데 어느 교량에 관련해서 자문을 받은적이 있다. 어느 교수가 시설물은 원래 목적에 충실하면 되고 상하부구조를 돈을 들여가며 기묘하게 만들 이유가 없다며 상당히 격앙된 질책과 반대를 하셨다. 그분 생각은 상부구조는 사람과 차량이 건너갈 수 있으면 되고 하부구조는 그런 상부구조를 안전하게 유지하면 그만이라는 생각, 그리고 최대한 경제적으로 만드는 것이 기술자가 할일이라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계셨다.
 
경제설계와 교량 미학 사이에 약간의 논쟁이 있었는데 그러한 경제 논리에 당황할 수 밖에 없었던 기억이 난다.
 
구조물을 아름답고 예술적으로 만드는데 당연히 비용이 추가될 수밖에 없다. 교량학자인 C. Menn 에 의하면 예술적 형상의 구조 및 부재를 채택할 경우 추가되는 비용은 2%정도 이 고장경간 구조물의 경우 5%정도이며, 또한 교량 외관의 향상을 위해 7%정도의 비용증가는 감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설기술이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비용을 절감시키기 위해 미적고려 없이 구조물을 만들어 후손에 남겨야 한다면 기술자로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건설비용은 잊혀지고, 추한 구조물은 오랫동안 남아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모든 구조물에 적용할 수 있는 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황금법칙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기술자들은 구조물 외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들을 공부하고 숙지해 그러한 미적요소들을 구조물에 반영시킴으로써 기술자로서의 사명에 충실해야 한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