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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혁신과 건설 그리고 국가

김용수 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

국토매일 | 입력 : 2019/04/09 [08:48]

▲ 김용수 한국건설관리학회 회장(중앙대 건축학과 교수)     © 국토매일

[극토매일] 국내외의 정치, 경제, 사회나 건설 등에 큰 사건이나 문제가 생기면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들이 여러 미디어에 등장한다. 예를 들어 “국내 경제 시스템에 큰 개혁이 필요하다”, “일본의 정치경제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다”, “서민경제 시스템에 구멍이 뚤렸다”, “사회 안전망은 현금 살포가 아닌 시스템으로 보완해야 한다”, “대형공사 발주 체계에 시스템적 문제가 있다”, “현 건설 안전관리 시스템에 (구조적) 문제가 있다” 등등이다. 그러면 우리가 매일 매일 사용하고 있는 ‘시스템’은 무엇이고 국내건설과 국가 시스템의 당면 문제는 무엇이고 개혁의 방향은 어디를 향해야 하는가?


시스템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여러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조합된 일의 흐름 또는 사물의 조합” 으로 정의 된다. 여기서의 핵심은 여러 요소(부분)들과 이들의 유기적 조합(연결)이다. 핵심 요소들은 입력, 처리과정, 그리고 결과물 출력이고 이들의 관계는 상호 업무처리 절차도에 의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 생활의 대부분의 실체와 현상들은 모두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컴퓨터가 그렇고, 자동차가 그렇고, 기계, 기구, 학교와 직장, 그리고 정치, 경제, 국가 등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고 우리 인간도 역시 시스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Everything is system. System is everything.” 이란 말도 나왔다.


컴퓨터 시스템을 예로 들어 보자. 입력 부분은 키보드, 모니터, 각종 리더기와 센서 등이 담당하고, 처리과정은 주로 중앙처리장치(CPU)와 기억장치(Memory)가 담당하고 있으며, 결과물 출력은 모니터, 프린터(2D, 3D), 플로터 등이 담당한다. 우리 인간도 5감을 통해 입력한 데이터를 두뇌에서 처리하고 그 결과를 신체를 통한 여러 행위로 출력하는 전형적인 시스템이다. 자동차(세단)도 연료와 공기 등을 입력하는 부분과 각종 주행정보를 종합 처리하여 운전자에게 제공하는 부분, 그리고 운전자의 판단을 출력하는 핸들과 바퀴 등의 분야로 시스템적으로 구성돼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모든 사물과 실체 그리고 현상들은 시스템으로 구성돼 있고 시스템적으로 분석될 수 있다.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입력-처리과정-출력 이라는 3부분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들의 각 부분은 다시 스스로가 시스템이 되어 그 하부에 하위 시스템으로서의 입력-처리과정-출력 과정을 갖게 된다. 이렇게 시스템은 제로베이스 시스템에서 계속 하위 시스템으로 나눠지고 위로도 계속해서 상위 시스템으로 범위를 넓혀 간다. 예를 들어 자동차(세단) 시스템을 제로베이스 시스템으로 본다면 하위 시스템은 연료시스템, 제어시스템, 배기시스템, 새시시스템 등으로 나뉘어 세분될 수 있고, 상위 시스템은 차량시스템(세단, SUV, 버스, 화물차...), 교통 시스템(자동차, 선박, 기차, 비행기...) 등으로 계속 범위를 넓힐 수 있다.


시스템 분석이란 위와 같이 관심 사물을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해당 시스템의 경계(내부, 외부) 파악, 구성요소(입력 및 관련 요소들, 처리절차 및 관련 요소들, 출력 및 관련 요소들) 분석, 이들 각 구성요소들 간의 연결 관계 규명, 본 시스템의 목적과 기능 및 이들의 효과성과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대상 시스템의 현황이 명확히 파악되고, 문제점이 드러나며, 현 시스템이 계속될 경우 미래 예측까지도 상당 부분 가능해지게 된다. 따라서 시스템 분석을 통해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보다 합당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시스템 분석이 주기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서 시스템을 알면 미래가 보인다는 (과장된) 말도 있다.


훌륭한 시스템은 한마디로 생산성이 높고 경쟁력이 강하며, 내·외부 관련인들의 만족도가 높은 시스템이다. 그러나 잘 설계된 훌륭한 시스템이라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회의 요구가 변하고,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해서 발명되고 현실에 등장하기 때문에 현재까지의 성공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변화하는 시대의 기술과 필요를 반영하지 못하는 시스템은 머뭇머뭇 하는 사이에 낡은 시스템으로 변하게 되고 결국에는 타의에 의해 구조조정 되거나 퇴출되는 시스템으로 전락하게 된다. 정치, 경제의 역사와 기술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이러한 시스템의 몰락과 새로운 시스템의 융성과 발전을 끊임없이 목격해 왔다. 따라서 시스템은 그 시스템의 구성원들이 주기적으로 분석해서, 문제점을 찾아내고, 효과성과 효율성을 개선한 경쟁력 있는 시스템으로 지속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본다면 시스템 혁신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경쟁력 있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기술 체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국가가 바로 선진국인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적 관점에서 한국의 최근 건설을 보면 몇 가지 심각한 문제가 시스템 내에서 자라고 있다. 이들은 건설제도의 후진성 문제, 현장의 과잉 노조 문제, 국책사업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확대의 문제 등이다. 건설제도에 있어서 건설사업관리 제도를 예를 들면 과거 건설기술관리법이 현행의 건설기술진흥법으로 전부 개정되면서 책임감리의 명칭과 체계가 건설사업관리로 통합되었다. 통합과정에서 구 책임감리(시공감리, 검측감리 포함) 업무와 건설사업관리의 업무가 혼재돼 명확한 구분이 모호하게 되었다. 그 결과 국내 건설사업관리의 역량이 하향 평준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선진 제도인 책임형 사업관리 (CM at Risk)는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면적으로 도입되고 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잉 노조의 경우 경찰과 건설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타워트레인 등에 우선 고용을 주장하는 노조의 시위가 공사현장 인근에서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이 경우 주민들의 불편은 차치하고도 결국 공사비 증가로 이어져 그 결과는 모두 국민의 비용증가로 이어진다. 예타 제도는 김대중 정부 때 무분별한 토건 사업으로 인한 세금 낭비를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어 그동안 상당히 효과적으로 운영되었으며 그 결과 세금 낭비를 막는데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러나 예타 면제의 확대나, 예타에서 경제성 가중치를 낮추는 제도 변경은 건설사업의 경제성 확보에 큰 문제를 야기할 것이며 향후 국민 경제에 큰 짐이 될 수 있다.


국가 경제 시스템도 목표는 경쟁력이 강한 경제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경제적으로 부강하고 잘사는 나라를 만드는 것일 것이다. 경쟁력 강한 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신기술이 끊임없이 개발되고 생산성이 높아지고 원가가 낮아져야 한다. 최근 한 미국의 건설사 임원의 지적에 따르면 한국에서 자기회사가 일한다면 미국 기술 인력을 사용하고도 한국 건설사보다 원가를 2-15% 절감할 수 있다고 하였다. 현재 상대적 관점에서 우리의 건설 원가와 생산성의 경쟁력이 추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신기술은 많은 벤처 기업들이 생겨 개발해야 하는데 우리의 청년들은 벤처가 아니라 공무원에 매달려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4차 산업혁명을 이끌 많은 신기술들이 주로 외국에서 개발되어 우리나라에 역수입되고 있다. 즉 한국에서 세계를 변화시킬 신기술이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 하물며 어떤 사례에서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놓고도 한국의 제도에 막혀 실용화에 실패한 후 미국의 실리콘 밸리로 떠났다는 기사도 보았다. 큰 일 이고 이제 발등의 불이다. 점점 빨라지는 세계 경제의 변화속도를 고려할 때 우리의 경제 시스템의 점검 및 선진 시스템으로의 개혁이 시급히 요청된다. 우리의 미래 꿈이 선진국이고 선진경제라면 우리 시스템의 개혁 방향은 당연히 생산성 향상, 경쟁력 향상, 전체의 부/파이 증대에 의한 선순환적 분배가 지속적 개혁의 방향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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