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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에 ‘역주행’은 없다.

이형근 기자 | 기사입력 2019/03/11 [19:25]

철도에 ‘역주행’은 없다.

이형근 기자 | 입력 : 2019/03/11 [19:25]

       우송대학교 김칠환교수

 

[국토매일-오피니언]  역주행’(逆走行)은 도로에서 자동차가 지정된 차선으로 달리지 않고 반대 차선으로 달릴 때 쓰는 용어다. 가끔 고속도로를 역주행한 차량에 대한 뉴스가 나올 때마다 반대 방향에서 마주 오던 차량과 부딪쳐 아주 위험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우선 떠오른다.

 

이러한 역주행이 철도에서 발생했다는 뉴스를 접하면 국민들은 열차의 대형 사고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도 철도와 관련된 기사에서 역주행이란 용어가 가끔 사용되고 있음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철도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던 역주행이란 용어가 언론에서 쓰기 시작한 것은 201112111545분경 서울지하철 7호선의 하계역을 출발한 전동열차가 약 150미터 정도 진행하다가 정거장에서 출입문을 열지 않았다는 승객의 항의를 받고 기관사가 열차를 정차시키고 후진으로 다시 하계역에 도착했던 사건이 처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실제로는 하계역에서 정상적으로 출입문을 여닫았는데 승객의 항의에 순간적으로 당황한 기관사가 출입문을 열지 않은 것으로 착각하여 발생한 일이었다.

 

이후부터 주로 전동열차가 정지위치를 지나서 정차했다가 후진하여 정지위치를 맞추거나 또는 열차운행 중 부득이한 사유로 후진을 한 경우 언론에서 역주행이란 용어로 보도되곤 했다.

 

그러다 열차의 역주행 운전이 일반인에게 각인된 것은 2012년 새해 초에 KTX열차가 정차해야 할 영등포역을 통과했다가 도중에서 다시 후진하여 승객을 싣고 운전을 한 사고였을 것이다.

 

당시 언론마다 위험한 열차, 역주행한 열차 등으로 일제히 보도했다, 더욱 어처구니 없었던 것은 철도를 관할하는 정부부서에서도 공식으로 역주행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이다.

 

국민들에게 철도에 대하여 극히 부정적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용어를 정부기관에서 사용했으니 철도용어를 잘못 사용했다고 언론 탓만을 할 수도 없었다.

 

또한 당시 KTX열차가 영등포역을 통과해서 이미 상당거리를 운행했으면 그대로 가지 않고 왜 되돌아 왔느냐는 논쟁도 있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명확한 지침이 없었기에 관제사의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이후 정거장 출발신호기를 기준으로 신호기에 걸쳐 정차했으면 퇴행을 하고, 이미 열차의 후부가 출발신호기를 벗어났으면 그대로 운전하도록 규정이 개정되었다.

 

이는 이례사항이 발생했을 때 명확한 처리 지침을 미리 정해 놓아야 혼란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이러한 경우를 철도에서는 퇴행운전’(退行運轉)이라고 한다. ‘퇴행운전은 열차를 운행하다가 부득이한 사유로 정상으로 전도운행을 하지 못하고, 처음 가던 방향과 반대의 방향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말한다.

 

당시 언론에서 역주행이란 부정적인 용어가 계속 등장하자 어느 철도회사는 퇴행운전을 되돌이 운전등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후 퇴행운전이란 용어는 20188월 국토교통부에서 후진 운전으로 순화하여 사용토록 고시했다.

 

후진 운전은 디젤기관차의 방향이 긴 쪽으로 운전했을 때 현장에서 사용되던 용어지만, ‘퇴행운전대신 새로운 용어로 정한 것은 나름대로 무난하다고 본다.

 

철도의 관제시스템은 이러한 열차의 후진 운전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어설프지 않다. 열차가 운행하다가 부득이 후진 운전을 하게 될 경우 구조적으로 도로와 다른 철도에서는 관제사가 완벽한 안전조치를 취한 후에 열차후진을 승인한다.

 

관제실에서는 후진하는 열차는 물론 인근 열차의 운행상황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화물열차의 경우 후진하는 쪽의 시야확보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KTX열차나 전동열차 등은 후진 운전을 한다고 해도 기관사가 후진하는 쪽에서 운전을 하기 때문에 후부를 확인하는데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지난해 1231일부터 분당선 전동열차 일부가 왕십리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연장운행을 시작했다. 그런데 금년 12일 오후에 연장구간에서 신호장애가 발생하여 열차운행에 많은 지장을 초래했다.

 

평소에도 경의중앙선 청량리역 구간은 열차 혼잡이 많은 곳인데 분당선 열차까지 들어온 상태에서 신호장애까지 발생했으니 그 혼란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뉴스를 보도한 어느 일간지 기사에서 분당선 열차가 경원선으로 선로를 옮기기 위해서는 역주행 선로를 한 번 거쳐야 한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다. 아니 철도에 역주행 선로가 어디 있는가?

 

언론 특성상 빠르고 쉽게 알리려고 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철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역주행 선로라는 용어를 보니 열차의 역주행과 겹쳐 더욱 씁쓸함이 앞섰다.

 

철도는 안전을 제일의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최악의 상황에서 열차가 후진 운전을 한다 해도 열차의 충돌 등 위험 상황이 발생하지 않고 안전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릴 수 있어야 한다. 언론에서 열차 역주행이나 역주행 선로등의 단어가 사용될 경우 철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더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철도인 모두가 해야 할 것은 이러한 역주행이란 용어가 근본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철도안전을 확보하는 것이다.

 

앞으로 안전의 역주행’, ‘열차의 역주행또는 역주행 선로등 무엇을 막론하고 철도기사에서 역주행이라는 용어가 다시 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김칠환(우송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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