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시는 세운상가 일대 도심전통산업과 노포 보존 측면에서 정비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고, 올해 말까지 관련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정비사업이 ‘역사도심기본계획’ 상의 생활유산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추진됐다는 것이 그 이유다.
세운상가 일대 정비사업의 본격적인 추진은 2006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세운상가 군을 철거하고 남북녹지축을 조성한다는 계획이었지만 금융위기 여파로 현대 상가만 철거하고 백지화됐다.
이후 2014년 박 시장이 세운상가군 존치로 방향을 바꾸고 통합개발에서 분리개발로 계획을 수정했다.
바뀐 재정비촉진계획에 따라 최근 정비 사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에서 생활유산과 도심 전통산업의 생태계 훼손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사업이 갑자기 중단된 것이다.
세운3구역의 경우 이미 사업이 상당히 진척된 상태로, 일부는 철거를 진행 중이고 보상협의 또는 사업시행인가 신청 중인 곳도 있다.
개발허가가 난 상태에서 사업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는 것은 안 좋은 선례를 남겨 추후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부담이 될 수 있다.
해당 구역 토지 주들은 13년째 추진 중인 사업이 갑자기 중단되자 거세게 항의하고 나섰다.
서울시로부터 인허가를 받아 사업 막바지 단계인 철거 및 토지보상 작업을 벌이던 사업이 박 시장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멈춰버렸으니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세운3구역 시행을 맡은 건설사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이 지연될수록 보상비등 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라 갑작스러운 발표에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박 시장이 정책을 뒤집은 것은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해에는 여의도ㆍ용산 일대를 통으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가 국토교통부와 마찰을 빚으며 부동산 투기를 촉발했다는 비난에 휩싸이자 한 달여 만에 보류한 바 있다.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정책이 남발되고,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물론 시대와 시민과 생활자의 생리적, 신체적인 욕구를 반영해 도시 개발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의 역할이지만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정책을 남발하고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모습은 이해 당사자는 물론 혼란만 키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시행하는 모든 정책의 목적은 시민들을 위한 것임을 다시 한 번 고민해 봐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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