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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를 잃었어도 외양간은 제대로 고쳐야 한다

철도사고는 났어도 철도안전은 제대로 고쳐야

국토매일 | 입력 : 2019/01/22 [09:45]

▲ 우송대학교 김칠환 교수     

[우송대학교 김칠환 교수] 철도선로의 분기기는 선로의 방향이 갈라지거나 두 곳에서 오던 선로가 한 곳으로 합쳐지는 곳에 위치하며, 그 선로의 방향을 바꿔주는 장치가 선로전환기다,

 

즉 선로전환기가 전환해주는 선로의 방향에 따라 열차의 운행방향도 달라지는 것이다. 선로전환기는 그 구조 자체가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취약요소도 많으므로 열차운행선로에서 선로전환기 등 분기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2011년 2월 11일 경부고속선 광명역부근에서 발생한 KTX열차 탈선사고는 당시 철도 안전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준 사고였다. 시속 300km의 속도로 운행하는 고속열차에다 당시 세계에서 네 번째로 운행한다는 우리나라 고속열차에서 탈선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 사고는 당일 새벽에 선로전환기의 제어케이블이 노후 되어 교체하는 작업 중에 밀착쇄정기 접점편 고정너트 한 개가 탈락되어 선로전환기에 장애가 발생하였으나 원인이 확인되지 않자 열차운행을 우선하여 제어회로 결선을 임시로 직결한 것이 사고원인이 되었다. 철도신호 제어선의 결선을 임의로 만지는 것은 절대로 금지해야 할 사항이지만 해당 직원은 이를 지키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고속철도 차량의 복구도 쉽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고속열차 탈선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이를 가상한 복구훈련은 했었지만 사고현장에서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다른 철도차량과는 달리 고속열차 차량은 연결기가 연접대차 또는 관절대차로 불리는 것으로 일반 철도차량과는 전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다. 두 차량의 사이에 대차가 배치되어 차량의 무게중심을 낮춰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이 있다. 

 

사고 복구를 위해 우선 탈선차량의 대차를 분리해야 하는데 프랑스에서 시험결과 대차 하나를 분리하는데 평지에서 서너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따라서 사고 초기에는 터널 내에서 수행하는 차량복구의 어려움을 감안하여 복구예정을 3일 기한으로 발표했다.

 

대차를 분리할 때 가대차(假臺車)가 필요하여 당시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급히 수송하기도 했다. 그만큼 복구에 오랜 시간이 예상되었으나 탈선차량 하나의 대차를 분리한 이후에는 기중기 두 대를 이용하여 합동으로 들어 올려서 복구시간을 30시간으로 단축할 수 있었다. 

 

망양보뢰(亡羊補牢)’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전국책(戰國策)에 나오는 고사로, 초나라 양왕 때‘장신’이라는 대신이 국사에 대한 충언을 하였으나 양왕이 화를 내며 받아들이지 않자 그는 조나라로 피한다.

 

후에 진나라가 초나라를 침공하자 도망치던 양왕은 장신의 충고가 옳았음을 깨닫고 크게 뉘우치며 장신을 다시 불러“이제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장신은“토끼를 발견한 뒤 사냥개를 불러도 늦지 않고, 양을 잃은 뒤 바로 양 우리를 고쳐도 늦지 않습니다(見兎而顧犬 未爲晩也 亡羊而補牢 未爲遲也)”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 말의 원래 뜻은 '일이 잘못된 후에도 빨리 깨닫고 수습하면 늦지 않는다.'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우리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라고 하면 이미 잘못된 후에는 손을 써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원래 이 고사성어는 부정적인 의미보다는 잘못되었어도 늦게나마 고치면 된다는 긍정적인 뜻과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지난 연말 발생한 강릉선KTX 사고현장에서 기중기 두 대를 이용하여 동시에 탈선차량을 복구하는 장면을 TV로 보면서 광명역KTX 탈선사고 복구 당시 상황이 떠올랐다. 광명역 KTX탈선사고 차량 복구과정에서 얻은 교훈을 살려 그동안 복구훈련을 제대로 한 결과 신속한 복구가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선로전환기 문제로 인한 사고는 탈선차량 복구와 같은 교훈을 얻지 못한 것 같다. 강릉선KTX 열차사고도 선로전환기의 문제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된 대로 선로전환기의 표시등회로가 바뀌어 설치되었다면 개통된 지 일 년밖에 되지 않은 선로이기 때문에 최초 설치 단계는 물론 인수인계 단계에서도 정상적인 기능시험이나 연동시험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광명역 KTX탈선사고가 선로전환기에서 발생하였음에도 소 잃고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지 못해 또다시 고속선로 선로전환기에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지난해 발생한 강릉선KTX 탈선사고를 보면서 탈선차량의 복구는 제대로 된 것 같으나, 진작 더 중요한 선로전환기에서 사고를 막지 못한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 철도사고 예방에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지만 무엇보다도 운행선상에서 열차탈선을 야기할 수 있는 선로 분기기, 즉 선로전환기의 안전만은 무엇보다도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할 것이다.

 

이미 ‘소를 잃었더라도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망양보뢰(亡羊補牢)’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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