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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쓴소리] 공기업 일자리 창출 실적 뻥튀기 의혹

숫자 조작으로 경제는 안 살아 난다

국토매일 | 입력 : 2018/11/20 [11:44]

▲ 백용태 본지 편집국장    

[국토매일-백용태 편집국장] 고용 한파’가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더욱 매서워지고 있다. 

 

악화일로를 걷던 취업자 수 증가 폭은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10만 명을 넘지 못하고 있다. 통계청은 12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서 지난달 취업자가 전년 같은 달 대비 4만5000명 증가했다고 밝혔다.

 

취업자 수 증가 폭은 지난 2월 10만 명대로 떨어진 후 8개월 연속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몰아친 2010년 이후 최장기간 기록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통제가 수월한 공공기관을 동원해 단기알바, 임시직 등 2개월에서 1년 안팎의 ‘체험 형 인턴’이란 이름의 ‘가짜 일자리’에 나서고 있어 비판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정부는 통계청의 발표 직후 연내 공공기관에서 최소 5000명 내외의 공공기관 ‘체험 형 인턴’을 채용하겠다는 긴급처방을 내놨다. 취업기간 최단 2개월 이상의 단기일자리를 만들어 구직기간이 장기화되고 있는 취업준비생 등에게 직장경험을 쌓도록 하겠다는 게 정부의 취지다.

 

이는 지난 1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듯 기획재정부가 최근 3만 개 안팎의 단기일자리 마련을 추진하며 각 부처와 공공기관 등에 실적과 채용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경제성적표가 유난히 초라한 현 정부가 ‘통계조작’을 통해 국민의 눈을 속이려 한다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자리는 지원이 끊기면 곧 바로 사라질 맛보기 식 ‘가짜 일자리’가 아니다. 적정임금에 적정 근로조건이 충족되고 평생 자아실현을 하며 일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갈구한다. 결국 정부의 이번 대책은 계약기간이 끝나면 다시 실업자로 돌아가게 하는 것으로 상대적 박탈감만 더 키울 수 있는 그릇된 ‘땜질정책’으로 밖에 볼 수 없다.

 

게다가 기간연장과 정규직 전환문제로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개연성도 높다. 통계숫자를 염두에 두고 이러한 정책을 남발하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은커녕 막대한 국민세금만 삼키게 해 국가재정에 압박을 줄게 뻔하다.

 

이와 함께 정부가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에게 일자리 창출 드라이브를 건 것은 ‘경영효율성’ 침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기업은 공공재라는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지만 그 본질은 효율성, 생산성, 수익성 등 경제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방만한 경영으로 적자기업이 많은 이들에게 또 다른 부담을 준다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이런 지적에 “채용여력과 업무상 필요가 있는 공공기관에 적극적 일자리 확충을 요청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라고 반박하고 나섰지만 일자리 실적을 ‘뻥튀기’하려는 의도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해 보인다.

 

이런 정부의 대응이 최근의 고용시장 상황과 동 떨어진 처방이라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연령별 취업자 현황을 보면, 취업자 감소가 우리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30~50대에 집중되고 있는 반면, 정부가 취업 취약계층으로 지목한 20~29세 청년층과 60세 이상 노인층에서는 취업자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공공기관 ‘체험 형 인턴’이 30~50대 취업자가 급감하고 있는 고용시장 현실을 감안하지 않은 ‘헛발질’이라고 비판한다. 가정경제를 책임져야 하는 30~50대 가장들에게 인턴들이 수행하는 ‘행사안내’, ‘서류정리’와 같은 일이 대책이 될 수 있냐는 반문도 나온다.

 

단기 일자리를 통한 ‘통계 부풀리기’는 과거 정부에서도 반복해온 일종의 관행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도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 모습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는 지난 통계청장의 경질에서 보듯 지표에 대한 강박관념이 그 어느 정부보다도 강하다. 하지만 ‘통계화장’을 위해 의미 없는 국민혈세를 더 이상 낭비해선 안 된다.

 

통계조작은 국민 실생활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작보다 더 나쁘다. 현 정부는 ‘일자리 뻥튀기’를 통해 일시적 위기를 모면하려 하지 말고 일자리 창출의 주체인 기업을 옭아매고 있는 각종 규제를 완화함과 동시에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기업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할 수 있는 신사업 발굴에 매진하도록 해야 한다. 

 

고용한파를 벗어나기 위해 내놓은 궁여지책이 세금 퍼주기식에 머물지 않고 민간부문으로까지 확대 돼야 한다. 일자리 정책의 골든타임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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