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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공공공사비 정상화와 관련된 우려와 일본의 선례를 통한 교훈

국토매일 | 입력 : 2018/08/30 [23:29]

▲ 전영준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     

올 상반기 건설업계를 되돌아보면 최대의 화두는 단연 공공공사비 정상화라 할 수 있다. 건설관련 단체가 공동으로 적정공사비 확보를 위한 공사비 탄원서 제출과 함께 건설 70년 역사상 처음으로 7,000여명이 운집한 대국민 호소대회를 개최하는 등 생존을 위한 투쟁을 연이어 진행하였기 때문이다.

 

사실 건설업계의 이러한 공공공사비 현실화 요구는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간 업계의 계속된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예산절감 기조 아래 제도 개선이 오랜 기간 지지부진해 왔다. 결국 최근 들어 정부의 SOC 투자 지속감소에 따른 시장 축소의 우려와 함께 공사비 책정의 기준인 단가 또한 물가상승률에 미치지 못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자 장외투쟁까지 나섰다. 마치 임계점에 다다른 모양새다.

 

다행인 점은 최근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부처와 공공발주기관에서 공공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점이다. 가장 먼저 포문을 연 것은 국토교통부이다. 지난 6월 건설산업 혁신방안을 통해 최근 공공공사 원가산정과 계약제도 전반에 걸쳐 공사비의 부족, 품질 저하를 유발하는 요인을 찾고 개선방안을 강구키로 하였기 때문이다.

 

이에 뒤이어 국토교통부와 건설업계, 건설노조 합동으로 건설산업 혁신 노사정 선언을 통해 적정공사비 마련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하였다. 총리실 또한 적정공사비 및 공기 보장 등을 논의하는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를 개최하는 등 이를 뒷받침하는 논의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이에 발맞추어 LH공사를 비롯한 4대 공사 또한 자체적으로 공사비 정상화를 위한 로드맵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이와 더불어 올 초 공사비 부담삭감 등 공공발주자 불공정행위에 대한 제도 개선을 권고한 감사원 보고서도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그 간의 논의내용을 살펴보면 개선하겠다는 의지만 내비쳤지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없는 속 빈 강정 상태이다. 공공발주자의 공사비 부당삭감과 추가공사 비용전가 등 명백한 부당특약에 해당하는 불공정행위 근절과 함께 예산절감 중심의 불합리한 입찰제도에 대한 소폭 개선 만이 논의되고 있을 뿐이다.

 

이 또한 다수 부처에 걸친 사안으로 인한 이견으로 실제 개선이 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이기에 이미 자체적 개선 의지를 내비친 일부 공공발주기관 또한 관련 법·제도가 우선 개선되어야 한다고 소폭의 움직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이달 경기도는 100억원 미만 중소규모 공공공사의 공사비에 대해 건설사가 부당한 이익을 취해왔다며 표준시장단가 적용 확대를 정부에 건의하면서 최근 정부의 기조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공공공사비 정상화와 관련되어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는 국면이다.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예산반영 단계에서부터 공사비가 부족하게 책정되는 현실과 더불어 계약심사제도 등의 기 운영 중인 제도 및 입찰 절차를 거치며 삭감되는 우리나라 공공조달의 특성 등을 외면한 채 자칫 일반 국민에게 그간 건설업계가 공사비를 부풀려서 지급 받았다는 오해가 확산될 까 우려스럽다. 

 

공공공사비와 관련된 이러한 혼란스런 상황을 해결할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최근 일본의 관련 정책 변화 방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의 경우 또한 공공공사의 공사비 정상화와 관련된 여러 문제를 유사하게 겪었으며, 우리보다 앞서 해결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공공공사비 정상화와 관련된 몇 가지 주요 공공공사비 정상화 정책을 소개하면, 우선적으로 지난 2005년 관련 법률 개정을 통해 이른바 공공발주기관의 예정가격 ‘후려치기’를 금지하였다. 부당한 예정가격 삭감으로 인해 견적 능력을 갖춘 건설업자가 배제될 우려가 있으며, 덤핑 수주를 조장하고 공사의 품질과 안전 확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정 사유를 통해 원도급자에 대한 예정가격 삭감은 결국 하도급자나 노무자에 대해 악영향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원도급자의 1차적인 법률 위반 행위에 그친 것이 아닌 공공발주자의 잘못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와의 차이점이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공공발주자의 예정가격 삭감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작하여 배포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산전용을 목적으로 또는 설계변경을 대비하기 위해 예정가격을 미리 감액하여 발주 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예산부족 또는 지자체 재정의 건전화를 위해 일반관리비 등을 일방 감액하여 발주하는 행위 역시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공공발주자의 부당한 예정가격 감액에 대해 제도가 도입된 지 10년이 지난 2015년에는 국토교통성과 총무성이 함께 관련 행위 근절을 위한 공문 발송과 함께 모든 공공발주자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여 이행여부를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주요 공공발주자를 중심으로 개별 공사의 예정가격이 부족하게 책정되었으면, 입찰단계에서 이를 시정할 수 있는 새로운 공사계약방식의 적용이 확산되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와 같이 공공발주자가 책정한 표준적산 금액이 바로 예정가격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입찰자가 발주자가 산정한 공사비에 이의를 제기한 경우 관련 공청회를 실시하여 개별 단가의 조정 후 예정가격을 정하는 새로운 계약방식의 운영이 그 것이다.

 

이러한 계약방식의 도입을 통해 개별단가가 시중단가에 비해 부족하게 책정되는 경우를 보완할 수 있어 공사비 정상화에 큰 도움이 된다는 평가이며, 발주자 또한 불필요한 유찰이 발생하지 않아 행정력을 낭비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기존 저가덤핑 입찰 방지 관련 제도를 더욱 정교하게 조정하여 낙찰자의 적정 이윤을 함께 보장하는 방식으로 관련 제도 변경을 추진하는 등 공공공사비 정상화를 위해 우리나라보다 더욱 다양한 관점에서 관련 노력을 경주해 나아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보다 합리적 시각을 바탕으로 공공공사비 정상화와 관련된 새로운 정책의 추진이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는 일본과 같이 공공공사비 삭감 실태에 대해 정부부처 합동으로 다방면에 걸쳐 주기적 실태조사를 실시한다던지, 관련된 복수 법률의 체계적 정비 및 시중가격에 턱 없이 부족한 예정가격을 보완할 수 있는 계약방식의 도입 등에 대해 고려 가능할 것이다.

 

더 이상 예산절감이라는 미명 아래 건설업계의 요구를 묵살해서는 안 된다. 또한 주무부처가 상이하다는 이유로 기존 불합리한 공사비 산정 체계와 삭감 중심의 제도 들은 내버려 둔 채 개별부처의 소관 법령만을 개정하는 땜질식의 정책도입도 근절해야 한다. 

 

다음 달 기획재정부는 공공공사 공사비 정상화와 관련된 혁신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에는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되어 더 이상 이러한 논쟁이 지속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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