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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건설기술자 교육제도 경쟁시스템 전환해야”

건설기술인 11,695명 설문조사 "독과점 형태 교육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80% 찬성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8/08/14 [09:36]

▲ 건설기술자들이 교육을 받고있다.     © 국토매일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국내 건설기술자 교육시스템을 전면 혁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팽배하다. 지난 20년 이상 특정기관들이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의 건설기술자 교육체계를 전면 경쟁시스템으로 전환, 4차 산업시대 걸 맞는 선진교육 커리큘럼으로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개선의 여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이 사안은 건설기술 정책 가운데 시정돼야 할 적폐 중 하나이기도 하다.

 

현재 건설기술자 종합교육은 건설기술교육원을 비롯해 건설산업교육원, 영남기술교육원, 호남기술교육원,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등 6개 기관이 맡고 있다. 그러나 지난 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던 최초기술자 교육 미이수로 인해 무려 40여만명이 과태료 처분위기에 봉착, 대혼란을 야기했던 일을 건설산업계는 기억하고 있다.

 

이는 기존 교육기관으로는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교육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충고와 맥을 같이 하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해 발간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교육내용 중 설계 및 시공에 편중된 교육이 70%를 넘어 법적 기준 채우기에 급급할 뿐 융복합 기술 등 시대가 요구하는 선진교육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됐다.

 

따라서 미래 글로벌 시장을 리드할 수 있도록 현행 독점체제를 철폐, 신규 교육기관 지정을 확대해 경쟁체제로 전면 바꾸고 기술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혀 줌은 물론 교육의 질적 수준을 한층 끌어 올릴 수 있는 제도적 혁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기존 기술자 교육의 의무화를 보다 현실적이고 탄력적으로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즉 강제적 의무교육이라는 제도가 오히려 기술자들의 기술능력 배양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산업계의 목소리에 대해 국책연구기관에 근무하는 A모 박사는 건설기술자 교육은 4차산업 요소기술과 접목하는 등 새로운 교육훈련기관 지정을 통해 기술자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교육 경쟁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시기 라고 강조했다.

 

서울대 B모 교수는 시장이 요구하는 기술과 기업의 기술역량에는 차이가 있음을 인식해야 하며 공정한 경쟁시대 교육훈련기관의 다양화 또는 경쟁체제 시행은 바람직한 시대적 변화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같은 정책적 개선이 촉구된다는 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국내 건설기술자 11,695명이라는 많은 인원이 참여한 설문조사가 있어 건설산업계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존 교육에 대한 만족도는 약 절반 정도가 불만족하다 답했으며 이 가운데 교육의 다양성 및 차별화가 미흡하다는 견해가 무려 74%로 나타나 현행 교육의 문제점에 대한 건설기술자들의 불만이 팽배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20년 넘도록 유지되고 있는 현행 독과점 형태의 교육체계에 대해 총 응답자 11,695명 중 9,294명에 해당하는 80%가 기술자교육의 독과점 실정에서 벗어나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 건설기술정책의 시급한 혁신이 촉구되고 있다.

 

건설기술자 의무교육을 수행하는 기관은 국토교통부가 지정한다. 하지만 건설기술자가 폭등했던 19984개 기관 지정 후 20년간 신규 지정기관은 ‘0’이다. 그 사이 건설기술자 수는 304772(1998)에서 765474(2016)으로 2.5배 늘었다. 신규 교육기관 수요가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교육기관 신청을 해도 국토부가 번번이 퇴짜를 놓는다.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선 일정 기준을 충족한 모든 유형의 기관에 법정 직무교육 시장을 개방하고 있다. 교육기관의 진입장벽은 대폭 낮추되, 운영 심사와 갱신 제도를 통해 양질의 교육기관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교육기관 진입 자체를 막는 방식을 택했다. 그런데 사후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일단 진입한 뒤엔 퇴출이나 재 진입을 위한 제도적 장치도 없다.

 

신규 진입을 원하는 기관들은 혁신이 실종된 건설기술자 교육시장에 메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꾸라지들이 노는 연못에 메기를 풀어놓으면,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움직임이 많아져 미꾸라지의 고기질이 좋아지는 것처럼 건설교육에도 적당한 긴장과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논리다.

 

지금처럼 의무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이 동일 권역 내에서 거의 독점적 시장을 형성하는 구조에선 교육의 질 개선을 위한 노력에 소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외국처럼 교육기관 진입장벽을 낮추되,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평가를 통해 지정 갱신 및 재지정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이미 고용노동부는 기관 건전성평가와 역량평가(성과+현장) 점수를 합산해 각각 5년 인증, 3년 인증, 1년 인증, 인증유예 등 교육기관 등급을 4개로 나누고 있다.

 

한 건설기술자는 의무교육이 만든 독과점 시장에 안주하는 기존 교육기관에 경쟁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법정직무교육 외에 스마트도시, PM 등 특별교육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수요자 맞춤교육을 확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기존 교육기관들은 포화상태의 교육시장에 교육기관을 추가 지정하면 교육의 질은 더 낮아지고 과당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김정중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회장은 "20년간 신규 교육기관 지정 없이 사실상 독과점처럼 운영되다 보니 교육의 품질이 떨어지고 기술인들의 불편과 불만이 확대되고 있다""건설기술인의 자질 향상을 위해 새로운 교육기관을 지정하고 자율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과 서비스를 향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이와 관련 국토부 관계자는 기존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면밀히 분석하는 등 차제에 건설기술자 교육체계에 대한 전반적인 개편 안을 마련, 늦어도 연내 정책방향을 내놓을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건설기술자 의무교육 변천사>

기술사를 포함해 국내 모든 건설기술자들의 교육훈련이 의무화된 것은 1980년이다. 당시 정부는 건설공사 부실을 막고 건설기술자들의 역량 제고를 위해 건설업법에 건설기술자와 기술사의 보수교육을 의무화했다. 이후 건설기술자 의무교육은 대형 사건사고를 거치면서 강화됐다.

 

198684일 발생한 독립기념관 화재사건을 계기로 흩어져 있던 건설업 기술관련 조항을 하나로 묶어 건설기술관리법으로 일원화했다. 19911992년에 바다모래를 사용한 아파트 부실시공, 팔당대교 붕괴, 신행주대교 붕괴 등이 잇달아 발생하자, 1994년부터 50억 원 이상 공공공사에 책임감리제를 도입했다. 이때 건설기술자와 별도로 감리원에 대한 교육이 만들어졌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건설기술자 등급제가 도입됐고, 등급에 따른 교육이 이뤄졌다.

 

1997년에는 건설기술자 교육이 초중급 기술자와 고특급 기술자로 이원화하면서 초중급을 위한 최초교육이 도입됐다. 이후 2001년에는 승급교육이 신설됐고, 2007년에는 특급기술자를 대상으로 하는 계속교육이 신설되면서 현재와 같은 최초교육, 승급교육, 계속교육의 체계가 완성됐다. 2010년말에는 감리제에 이어 품질관리자 제도가 도입되면서 관련 교육이 신설됐다.

 

건설기술자 의무교육이 또 한번 크게 변화한 것은 2014년이다. 건설기술관리법을 건설기술진흥법으로 전면개정하면서 건설기술자, 감리원, 품질관리자로 구분하던 건설기술인력을 건설기술자로 통합했다. 또 감리원은 건설사업관리자로 명칭을 바꾸고 업무범위를 넓혔다.

 

건설기술자 등급 구분도 기존의 자격 및 학경력 방식을 합쳐 건설기술자경력지수(ICEC)’를 새로 도입했다. 이에 따라 법정교육도 건설기술자 수행업무에 따라 설계시공, 건설사업관리, 품질관리 등 3가지로 구분했다. 최초교육 시기도 업무 수행 전으로 변경했다. 건설사업관리기술자, 품질관리기술자에 대한 계속교육이 신설됐고, 건설사업관리기술자 중 안전관리자를 대상으로 안전교육이 의무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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