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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발주제도 ‘갑’ ‘을’ 문화 해소 첫걸음

전기설비, 통신설비처럼 기계 설비도 분리발주 법제화가 시급 -‘갑’과 ‘을’ 대신 ‘협력사’로 파트너라는 인식전환이 필요

백용태 기자 | 기사입력 2013/05/28 [10:44]

분리발주제도 ‘갑’ ‘을’ 문화 해소 첫걸음

전기설비, 통신설비처럼 기계 설비도 분리발주 법제화가 시급 -‘갑’과 ‘을’ 대신 ‘협력사’로 파트너라는 인식전환이 필요

백용태 기자 | 입력 : 2013/05/28 [10:44]

   
▲ 대한설비건설협회 정해돈 회장
정해돈 대한설비건설협회 회장은 분리발주, 주계약자 공동도급제도 관철을 위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정 회장에게 이 두 가지 제도관철은 건설업계의 ‘갑’‘을’ 문화 해소를 위한 출발점이 되는 의미를 갖는다.

그는 “그 동안 이 제도의 시행을 놓고 많은 걱정이 있었지만 발표되는 연구결과를 보면 그것은 기우”라며 “오히려 적정 공사비를 확보한 전문 업체들이 양질의 공사를 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전기설비, 통신설비처럼 기계 설비도 분리발주 법제화가 조속히 시행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래는 정해돈 회장과의 일문 일답.


- 최근 갑을문화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설비건설업계도 수직적인 갑을문화로 애로가 많았을 것이다. 이에 대한 회장님의 생각은?

정 회장= 최근 ‘라면 상무’, ‘호텔 주차시비’, ‘막말우유’ 사건이 불거지면서 갑의 횡포가 만연한 우리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들 사건들로 인해 그동안 숨죽이고 있던 을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리사회에 갑을문화가 새롭게 정착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또 이 기회에 수직적인 갑을문화 개선을 위해 시스템 전반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일고 있다.
이에 따라 ‘갑’과 ‘을’ 대신 ‘협력사’를 쓰거나 아예 ‘갑을’이란 단어를 쓰지 않는 곳도 있다. 그러나 용어를 고친다고 해서 수직적인 갑을문화는 바뀌지 않는다. 갑에 유리한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한 미봉책에 불과하다.

갑을문화가 만연해 있는 건설업계에도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 걸맞게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다. 건설업계에서 갑은 흔히 원도급인 종합건설로, 을은 하도급인 전문건설로 불린다. 그러나 원도급도 꼼짝 못하는 수퍼갑이 존재한다. 바로 발주기관이다. 갑을문화 청산을 위해서는 공공공사 발주의 최정상에 있는 발주기관을 비롯하여 종합건설사, 전문건설사가 서로 신뢰하고 성심을 다하는 문화가 정착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발주기관은 제값 주고, 종합건설사는 제값을 받음은 물론 협력업체에 제대로 주고, 전문건설사는 제대로 성실히 시공하는 문화와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 새정부 국정과제에 대규모공사 분리발주 법제화가 채택되어 분리발주는 건설산업계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다. 분리발주 법제화에 대한 설비건설업계의 의견은?

정 회장= 새 정부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중소기업 보호를 경제정책의 큰 틀로 세웠다. 이와 함께 건설업의 체질 개선을 위해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를 국정과제로 채택했다. 그동안 정부는 불공정 하도급 거래 방지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 왔으나 그 효과는 미미하다.

경제민주화란 갑을관계에서 을이 불평등을 덜 느끼게 하는 제도적인 배려이다.

지금의 수직적인 원·하도급 관계에서 벗어나 하도급이 원도급과 동등하게 적정공사비를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개선이 바로 경제 민주화다. 따라서 분리발주, 주계약자 공동도급이야말로 경제민주화의 첫걸음이다.

얼마 전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공공공사 분리발주 법제화의 효과 및 도입방향’ 보고서에서 분리발주가 공공의 이익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일부에서 분리발주의 문제점으로 제기하고 있는 공사지연, 하자분쟁 및 효율성 저하 등은 기우에 불과하며, 철저한 공사관리와 발주자 보호장치 활용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분석자료를 내놓았다.

따라서 공공공사 분리발주 체제가 확립되면 실제 시공을 담당하는 전문건설업체에게 정부가 일을 직접 맡김으로써 현재 만연하고 있는 하도급 관련 불공정 행위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적정공사비를 확보한 전문업체는 우수 인력과 우수 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시공품질은 물론 전문성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실제 건설공사에서도 설계도서가 분리되어 있어 하자책임 구분이나 공정관리에 지장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사 원가산정의 기준이 되는 표준품셈도 독립되어 작성한다. 기계설비는 독일·일본·미국 등 건설 강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분리발주를 통해 공공예산 절감, 부가가치 및 고용창출 효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통합발주의 문제점도 해결할수 있을 것이다.


- 전문 건설업계를 비롯해 종합역시 최저가 낙찰제도 문제가 아직 마무리 되지 않은 실정이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100억원이상 공사에 대한 최저가 낙찰제도를 관철 시키기 위해 추진 중으로 앞으로 이 문제는 업계 생존 차원의 문제다. 이 문제에 대해 정 회장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 물었다.

정회장= 최저가낙찰제는 지난 2001년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와 공사비 절감을 위해 도입된 이래 2003년 500억원 이상, 2006년 300억원 이상 공사로 확대됐다.

정부는 2012년부터 최저가낙찰제를 또다시 100억원 이상으로 확대 하려고 했으나 전 건설업계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쳐 시행시기를 2014년 1월로 2년 유예됐다.

이는 최저가낙찰제 도입 후 저가수주로 인한 건설업체의 경영난 가중, 산업재해 증가, 부실시공 및 내국인 고용감소 등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더구나 경기침체로 건설업체들이 저가낙찰을 불사하면서 하도급업체는 물론 기계장비·자재업체와 건설근로자에게도 연쇄적으로 피해를 주고 있다.

건설산업의 생산주체인 원·하도급, 자재업계, 근로자 등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한결같이 최저가낙찰제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국회는 건설생산주체 모두가 왜 한목소리를 내는지 귀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에서 이미 오래 전에 최저가낙찰제를 폐지했고 최고가치낙찰제로 전환한 것을 교훈으로 삼아 즉시 폐지해야 한다.

또한 실적공사비 제도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 지난 2004년부터 공공 건설공사에 적용 중인 실적공사비는 공공공사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다. 실적 공사비로 인해 깎인 가격으로 예가가 결정되고 거기서 또 깎인 가격인 최저가로 낙찰된다. 이처럼 깎은 데 또 깎는 악순환 구조가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만 건설산업은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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