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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대형 재난사고… 대한민국 안전은?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8/04/24 [13:33]

빈발하는 안전사고… 사망자 835명·부상자 1218명

세월호 침몰·제천 화재·타워크레인 사고 등 잇따라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대한민국이 반복되는 대형 재난으로 수많은 국민들의 목숨과 재산을 잃고 있다. 연이은 재난과 그로 인한 대규모 인명 피해 악순환은 우리 사회 재난 예방과 대응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시사저널e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대형 재난 사고와 피해 사례를 중심으로 재난 예방 대책을 집중 취재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앞장서야 할 제도적 대안도 꼼꼼히 짚어본다.

 

대한민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16년 기준 세계 11위다. 가난한 아시아의 변방 국가에서 명실상부한 경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암울한 성적표가 있다. 바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대형 재난에 대한 예방과 대응력이다. 


한국의 2015년 국민 1인당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0년 전인 2006년보다 28.6%나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 중 ‘안전’ 부분의 지수는 같은 기간 22.2% 오르는데 그쳤다. 국내 경제 성장의 속도에 비해 재난 등 국민 안전 분야의 성숙은 더딘 셈이다.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재난 사고는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행정부 재난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07~2016년) 다중밀집시설 대형 화재, 다중밀집건출물 붕괴대형사고, 지하철 사고, 산불 등 이른바 ‘대형 재난 사고’는 총 66건 발생했다.


통계치로만 1년에 6.6회 꼴로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문제는 재난 사고의 빈도 수보다 뒤따르는 인명 피해의 규모다. 이들 재난 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835명, 부상자는 1218명에 달했다. 실종자는 51명으로 나타났다.


전대미문의 해양사고 인명 피해가 컸던 세월호 침몰 사고(사망 304명)를 제외하더라도, 대형 재난 사고 1건당 8.2명이 사망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셈이다. 대형 재난 사고 1건당 부상자도 16.3명(세월호 사고 부상자 105명 제외)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대형 재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지적받는 것은 대부분의 대형 재난 사건이 미리 막을 수 있었거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 대형 재난 사고가 ‘인재(人災)’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12월 충북 제천의 스포츠센터 화재로 29명이 목숨을 잃은 사고는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최초 출동한 소방 인력은 13명이었지만 실제로 불을 끌 수 있는 진압대원은 4명 뿐이었다.


무전 교란으로 스포츠센터 2층 여자사우나의 구조가 급하다는 무전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 사이 2층 자동 출입문 앞에서 20명이 숨졌다. 스포츠센터 인근에 불법 주차된 차량을 치우느라 초동 대응도 늦어졌다.


제천 참사가 인재로 인한 대형 재난 사고의 종합판을 보여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제천 참사로 드러난 지방의 소방 인력과 장비 부족, 불법 주차 문제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던 문제다. 그러나 여전히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 제천 참사로 이어졌다.


공사 현장에서 빚어지는 각종 사고도 있다. 지난해 5월 1일 경남 거제시 삼성중공업 조선소에서 크레인 두 대가 충돌해 근로자의 날 쉬지 못하고 일하던 노동자 6명이 죽고 25명이 크게 다쳤다.


대규모 재난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지난해에는 특히 크레인 사고가 유독 많았다. 지난해 5월 삼성중공업 조선소 크레인 사고 이후 22일 만인 같은 달 경기 남양주시 현대힐스테이트 아파트 공사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부러져 노동자 3명이 숨졌다. 이후에도 사고는 계속됐다. 지난해 10월 10일 경기도 의정부 민락2지구 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이 부러져 3명이 숨졌다.


또 12월 28일 서울 강서구 등촌동 철거공사현장에서 크레인이 넘어져 시내버스를 덮쳤다.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명이 숨졌고 15명이 다쳤다. 지난해만 11번의 크레인 사고로 20명이 목숨을 잃었다. 대부분 크레인이 넘어져 인명 피해로 이어진 사고들이었다. 크레인 안전점검이 미진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자연재해로 인한 대형 재난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지난해 한반도 남단을 강타한 포항 지진은 한국이 더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앞서 2016년 경주 지진에 이어 지난해 포항 지진까지 두 차례 강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 때마다 내진설계가 안된 건축물이 무너져 내렸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전국 내진설계 대상 건축물 273만8172동 중 기준을 충족한 건물은 20.6%(56만3316동)에 불과했다. 포항 지진으로 부상자 90여명, 이재민 1400여명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는 770억원에 달했다.


송창영 한국재난안전기술원 이사장은 “오랜 기간 대한민국에서 여러 재난들이 반복됐으나 정부는 적절한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서 “재난이 일어난 후에야 사후약방문 식으로 대응해왔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예상치 못한 지진, 화재, 공사장 사고 등의 각 위험 요소를 모두 도출해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이를 통해 예산을 편성하고 법 개정에도 나서야 할 것”이라면서 “국민 개인들도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다. 개개인이 재난 대책에 대해 일상에서 공부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타워크레인은 ‘하늘 위 흉기’라고 불렸다. 지난 5월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크레인 충돌 사고 이후 한 해 동안 총 2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크레인 사고의 사망자 수는 2014년 5명, 2015년 1명, 2016년 10명이었다가 지난해 20명으로 늘었다. 국내 건물들이 고층화, 대형화 되면서 타워크레인 수요는 급증했으나 안전 규제가 미비한 탓이다.


지난해 11월 정부가 내놓은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책이 무색하게 한달 뒤인 지난해 12월 타워크레인 사고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여전히 타워크레인이 안전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지적한다. 해결책으로 타워크레인 검사기관을 평가하는 총괄기관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더불어 건설 현장의 하도급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땅 위’에서 검사받는 타워크레인…‘형식적 검사’ 문제 지적

 

전문가들은 타워크레인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장비 노후화를 지적한다. 노후 장비를 방치하는 부실검사를 예방하기 위해 검사 총괄기관이 필요하다.


과거에는 산업안전관리공단이 타워크레인 점검업무를 맡았다. 그러나 2007년 해당 업무가 국토교통부로 이관된 이후 민간업체가 검사를 전담하고 있다. 현재 타워크레인 검사는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받은 6개의 대행업체들이 진행한다. 검사는 세 종류다. 공사 현장에 타워크레인 설치 시 신규등록검사가 이뤄진다. 설치 후에는 6개월마다 정기검사가 시행되고 타워크레인의 주요구조를 변경하거나 개조할 경우 구조변경검사가 시행된다.


민간업체로 업무가 이관되면서 노동 현장에선 타워크레인 장비 정기검사가 소홀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정부 기준에서 ‘사용 제한’ 처리될 노후 크레인들이 버젓이 공사장에서 사용되고 있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국내에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총 6074대다. 이중 20.9%(1268대)는 20년 이상 된 노후 장비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추락사고로 5명의 사상자를 낸 의정부 타워크레인도 제조된 지 30년가량 돼 부품 노화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가 지난달부터 실시한 타워크레인 합동 점검에서 장비 불량 상태가 상당수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이달 16일까지 전국 공사장 300여곳에 설치된 타워크레인 495대에 대한 점검을 벌여 현장 안전관리 미흡, 장비 불량 등 314건을 적발했다. 적발된 타워크레인은 마스트 연결핀 규격이 기준에 미달하거나 볼트 조임 상태가 불량했다.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을 하는 한 업계 관계자는 “노후 크레인의 경우 부품이 짜깁기된 경우도 상당하다”며 “기존 민간기관의 정기검사 시 검사원들이 크레인에 직접 탑승하지 않고 외관 검사만 하고 끝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은 타워크레인의 지브(타워크레인의 꼭대기 탑에서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금속 격자) 등 높은 곳에 위치한 부위에 대한 검사에 한해서 설치자가 지상에서 실시한 자체검사 내용을 인정하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항이 악용될 경우 자칫 부실 검사가 관행처럼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항목이 누락돼도 검사기관을 평가할 정부기관이 전무한 탓이다.


타워크레인을 운용하는 임대업체가 검사기관을 선정하는 구조도 지적된다. 검사기관은 발주처인 시공사에게 좋은 평가를 얻기 위해 안전관리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도 업계에서 나온다. 실제로 불합격율이 높은 검사기관은 그렇지 않은 기관보다 검사 실적이 저조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불합격률이 17.9%로 가장 높았던 D업체는 총 190건의 검사를 진행했다. 반대로 불합격률이 2.9%로 낮은 기관이 맡은 검사 건수는 1935건으로 전체 검사 중 40%가량의 비중을 차지했다. 불합격 판정을 많이 내리는 검사기관일수록 임대업체에게 외면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타워크레인 검사기관을 관리, 감독할 국가 전문기관 설립을 대안으로 내놓았다. 지난 11월 정부는 ‘타워크레인 중대재해 예방대책’을 내놓으며 검사체계 개편을 제안했다. 검사기관에서 부실 검사 여부를 평가할 총괄기관을 지정한다는 방안도 포함돼 현장에 조속히 도입될 필요가 있다. 부실검사 적발 시 검사기관 영업정지 등 강력한 처벌도 요구된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는 “현재 국토교통부가 민간업체에 위탁해 진행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검사는 안전검사와 완성검사 모두 국가기관에서 철저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현장 하도급 구조가 만든 안전 사각지대

 

이외에도 건설 현장에선 타워크레인 운용주체 간 안전관리를 미루는 관행도 생겼다. 타워크레인 운용에 관여하는 원청건설사, 타워크레인 임대업체, 설치·해체 작업자 중 작업 전반을 총괄 관리하는 주체는 없던 탓이다.


이승현 전국건설노동조합 정책국장은 “원청건설사들은 임대계약을 체결한 타워 임대사에게 책임을 미룬다. 임대업체는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설치·해체 작업팀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1990년대 이전 건설사는 자체적으로 타워크레인을 운영했으나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장비 임대업체에게 타워크레인을 넘겼다. 이후 원청건설사, 임대업체, 설치·해체 업체, 이 세 사업자가 타워크레인을 운용한다. 원청건설사는 임대업체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대업체는 설치·해체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다. 외주 받은 업체가 또 다른 외주를 고용하는 식이다.


뒤엉킨 외주 관계 때문에 타워크레인의 장비관리는 더욱 어려워졌다. 과거 건설사, 타워크레인 업체가 타워크레인을 직접 보유하고 있었을 땐 장비의 기계적 특성이나 노후화 여부가 잘 파악돼 바로 교체하거나 보수했다. 그러나 현재 타워크레인을 운용하는 주체들이 모두 외주 관계로 맺어져 있다 보니 현장 노동자들은 장비의 이상 상태를 미리 파악하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 팀은 2인 1조로 움직인다. 작업할 때 서로 안전하기 위해서다”라며 “하청을 받은 입장이라 공기에 맞춰 작업을 빨리 끝내야 이윤이 난다. 현장에선 시간에 쫓겨 일하니 안전 사각지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더불어 건설사는 최저가 입찰제로 임대업체들에게서 크레인을 조달받는다. 임대업체는 건설사로부터 수주를 받기 위해 임대가를 낮춘다. 장비 유지관리비에 대한 투자가 줄고 ‘부품 짜깁기’가 발생하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일부 임대업체는 장비를 재임대 하거나 저렴한 중국산 장비를 수입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 수입된 1059대의 장비 중 689대는 중국에서 수입됐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건설사가 직접고용하거나 각 관리주체 간의 책임 역량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건설사 측에선 고용 비용이 부담된다. 건설업은 본질적으로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직원 단기채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기업 지원책이 요구되는 부분이다.


노동 현장과 전문가들은 하청업체 직원을 직고용한 건설사, 임대업체에 한해 세제 혜택을 주는 식의 방안을 논의한다.

 

김형철 전국타워크레인설치해체노동조합 홍보국장은 “하청업체 노동자를 상근직원으로 둘 경우 비용이 많이 나가 건설사 측에서도 꺼린다”며 “정부의 세제혜택 등이 건설사들이 직고용을 확대할 방안 중 하나”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공사장 사고가 터질 때마다 건설사가 직고용을 확대할 순 없다. 그러나 똑같은 사고가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에 한해 일정 부분 정책적으로 적용될 가치는 있다”고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의 타워크레인 운용주체 간 안전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된다. 공사장에 전문신호수 배치를 의무화하고 설치·해체 작업자 실습교육을 확대하면 현장인력의 전문성을 높일 수 있다.


원청건설사의 관리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정부에서 공사현장에 안전 관리 감리사를 배치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타워크레인 사고 예방대책이 더 이상의 지체없이 건설 현장에 적용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수영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정부의 대책 중 전문자격제도 신설이나 안전교육 강화 등 실효성 있는 제도도 있다”며 “하루빨리 현장에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도 23일 업무보고에서 타워크레인 사고와 관련한 일부 대책을 내놓기도 해 주목받고 있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20년 이상 된 노후 타워크레인은 원칙적으로 사용을 제한하고, 중대 재해가 발생한 타워크레인의 임대업체에 대해 1회 영업정지, 2회 등록 취소를 하는 2진 아웃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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