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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동현 한양대 교수(한국산업경영시스템학회장)

철도 인적오류 예방, 시스템 관점이 필요하다

국토매일 | 입력 : 2018/04/24 [08:42]

[국토매일] 국내 철도사고 통계에 따르면, 철도사고는 최근 10년간(‘07->’16) 71.3% 감소했다. 인구 천만 명 당 철도사고 사망자수도 세계 2~3위 수준으로 철도 안전성이 상당히 개선됐다. 이는 복선화, 전철화, 자동화 등 지속적인 시설개량과 건널목 입체화, 스크린 도어 및 선로변 안전 울타리 설치 등 안전시설물 확충을 위한 정부와 철도운영기관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인적오류에 의한 사고의 비중은 전체 철도사고의 60~70%로 여전히 높다. 이는 과학기술의 지속적인 발전으로 기계적인 안전성은 높아지는 반면 인간 고유의 특성은 크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구의역 스크린 도어 정비업체 직원 사망사고나 공항철도 선로작업자 사망사고와 같은 철도 현장 작업자의 사망사고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장 작업자의 사망사고가 자살자를 제외한 철도사고 사망자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고의 원인을 절차 미준수나 안전 불감증 등의 인적오류로 단순하게 분석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분석과 대책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인적오류를 바라보는 두 가지 관점(사람 관점, 시스템 관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먼저, ‘사람 관점’은 인적오류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적오류를 저지른 개인의 오류나 위반 등 잘못된 부분에 집중하여 그들의 망각, 부주의 그리고 안전 불감증과 같은 정신적인 취약점을 지적한다. 이 관점은 인적오류를 문제의 근본원인으로 보고 사고를 설명하기 위해 사람의 잘못된 부분을 찾는다. “나쁜 일은 나쁜 사람에게 일어나는 거야” 라면서 개인의 처벌에 집중한다. 이렇게 단순하게 원인을 분석하면 우리는 주로 관련자들의 실수들을 지적하고 재교육 및 개인반성을 하도록 한다. 물론 해당자들은 다음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일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 다른 사람이 그 업무를 한다면 어떻게 될까? 같은 사고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한편 ‘시스템 관점’은 개인의 일하는 조건, 즉 직무특성, 직무환경, 조직요인 등에 집중하여 인적오류를 막거나 그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방지벽(defenses) 구축을 위해 노력한다. 이 관점은 인적오류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잘못했느냐”가 아니라 “왜 방지벽이 실패했느냐”에 더 관심을 갖는다. 인적오류는 사고의 근본원인이 아니다. 최상의 조직도 인적오류는 발생한다. 하지만 그 조직은 비록 인간의 조건을 바꿀 수는 없지만 인간이 일하는 조건은 바꿀 수 있다는 인식하에 인적오류에 영향을 미친 근본원인을 찾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


시스템 관점은 인적오류 사고가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이나 행동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자, 직무특성, 직무환경, 조직요인 간의 다이내믹한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한다는 관점이다. 그런데 우리는 사고조사를 시스템적으로 하고 있을까? 철도사고분석보고서 214건에 기술된 사고원인을 분석한 국내 연구결과에 따르면, 현행 철도사고분석보고서는 사고의 원인을 주로 작업자의 정신상태, 작업자의 지식, 경험 또는 능력 부족, 작업자 간 의사소통 문제 등 주로 작업자 요인에 초점을 맞춰 기술하고 있다. 직무특성, 직무환경, 조직요인을 사고원인으로 기술하는 비중은 낮았으며, 특히 조직요인은 단지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특성, 직무환경, 조직요인 등 사고에 영향을 미친 근본 원인에 대한 분석은 미흡한 편이다.


최근 개최된 철도안전 토론회에서 모 철도운영기관에 근무한다는 어떤 분이 “1988년에 발생한 인적오류 사고가 지금도 발생한다”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대구 지하철 화재사고나 세월호 사고 등 대형 참사가 발생할 때마다 인재에 의한 사고라고 하면서 인적오류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러나 사람에 대한 처벌에는 관심을 갖지만 정작 그런 사고가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 어떠한 개선이 필요하고 실제로 그러한 개선이 이루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다. 시스템 관점은 조직이 장기적으로 학습하고 근본적인 개선책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하에서는 시스템 관점에서 인적오류 예방 및 감소 방안을 세 가지 측면에서 살펴본다. 


첫째, 인적오류분석체계(방법론)의 활용이다. 시스템 관점의 철저한 인적오류 원인 분석만이 유사 사고의 재발을 막는다. 인적오류분석체계를 활용하여 오류 영향요인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분석결과를 시스템 개선 및 교육훈련에 반영해야 한다. 사고 경험이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 문화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적합한 인적오류분석체계가 필요하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철도, 원자력, 항공 등의 산업을 중심으로 인적오류 원인분석을 위해 다양한 방법론들이 제도적으로 준용되고 있다. 그 결과, 오류 원인의 꾸준한 감소에 상당히 기여하고 있다. 국내 철도 산업의 경우 원자력이나 항공 산업에 비해 다소 늦었지만 국토교통부가 이미 지난 2005년 철도안전사업의 일환으로 인적오류분석체계 HEAR(Human Error Analysis and Reduction)를 개발했다. 이렇게 개발된 HEAR는 코레일이 지난 2014년에 자사의 상황에 적합하도록 수정했다. 타 철도 운영기관도 각 운영기관의 특성에 맞게 HEAR를 조금만 수정하면 바로 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


둘째, 방지벽의 설계다. 안전할 조직일수록 평상시에 인적오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거나 설사 인적오류가 발생해도 사고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방지벽을 설계한다. 방지벽은 인적 방지벽, 물리적 방지벽, 그리고 행정절차적 방지벽 등 다양한 수준에서 설계 가능하다. 인적 방지벽은 인적오류가 발생해도 다른 사람이 인지하여 대응하도록 하는 체계를 의미하며 2인 1조 근무체계나 감독자의 점검체계가 예이다. 물리적 방지벽은 인적오류가 사고로 전개되지 않도록 고안된 기계나 설비로 자동열차제어장치(ATC)나 선로작업자 보호를 위한 선로작업 양방향 정보교환시스템이 그 예이다. 행정절차적 방지벽은 인적오류 발생을 막는 안전 규정이나 절차를 마련하는 것으로 지적확인 환호응답이나 하루 3.5시간의 기본 작업시간 확보 등이 있다.


마지막은 조직의 안전문화 구축이다. 조직의 안전문화는 인적오류 발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안전 문화가 결여된 조직일수록 인적오류가 더 많이 발생한다. 모든 사람이 안전을 당연하면서도 최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문화를 확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조직의 안전문화는 조직 구성원의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안전을 경시하는 문화라면 그 조직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안전관리 부서뿐만 아니라 현장에 근무하는 한 사람 한사람이 모두 안전관리 조직이라는 인식을 확산하여 밑으로부터의 안전문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인적오류는 사고의 근본원인이 아니다. 시스템 관점은 인적오류에 영향을 미친 근본원인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안전한 조직은 사람은 가변성이 높은 존재라는 것을 인식하고, 인적오류가 발생해도 그것을 빨리 발견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며, 사고와 유사한 시나리오에 대해 지속적으로 반복훈련하며,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해 지속적으로 상상하며, 지엽적인 처방보다 시스템적 개선을 모색한다. 또한 안전 담당자의 직무 안정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고 인적오류의 심층 분석을 위한 전문가의 양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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