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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마당] 이용욱 국토교통부 도로정책과장

국민에게 다가가는 고속도로

국토매일 | 입력 : 2018/03/06 [09:47]

[국토매일] 無道則安全(무도즉안전). 과거 우리나라 조상들은 한때 도로가 없는 것이 안전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고 한다. 주변 이민족의 침략을 자주 당한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전란으로 인해 외부 침략의 경로만 터주느니 차라리 길이 없는 편이 안전하다는 생각인데 일견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한다. 그랬던 우리나라 도로가 오늘날에는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묶는 데 기여하면서 전체 사람과 물자 이동의 90%를 담당하는 핵심 기능을 맡고 있다. 전국의 고속도로를 단 하루라도 폐쇄한다고 가정하면 오늘날 도로의 역할이 어느 정도인지 금방 짐작이 갈 것이다.


국민에게 있어 도로가 갖추어야 할 기본은 무엇일까? 기본적으로 도로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이 만들어내는 문명의 얼굴이고 실핏줄처럼 이어져 우리 사회의 중요한 동맥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도로는 대표적인 공공재이다. 여러 가지 특수한 경우가 있을 수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도로는 누구에게나 열려있다. 2017년말 기준으로 전국에 13,977km 수준의 간선 국도가 갖추어져 있는데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언제든지 무료로 국도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성남-장호원 구간이나 평택-세종과 같이 최근에 개통한 국도는 고속국도와의 차이를 거의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한 시설을 갖추고 철저히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러나, 전국에 도로를 건설해달라는 요구는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반면 국가의 재정 여건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모든 간선도로망을 무료로 이용하기에는 곤란하다. 이에 정부는 1963년 유료도로법을 제정하여 신규 고속도로 수요 증가에 따른 재원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바 있다.


똑같은 거리를 이용한다면 똑같은 요금을 지불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도로 이용자들은 단지 민간자본을 활용하여 건설한 고속도로를 이용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고속도로보다 더 높은 통행료를 지불하고 있다. 고속 서비스를 조기 제공하기 위해 부족한 국고를 보완하여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18개 민자 고속도로의 경우, 국가가 건설한 고속도로보다 통행료 수준이 평균 1.48배에 달한다. 도로 공급자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합리적인 측면이 있을 수 있으나 도로 이용자의 관점에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결과이다.


정부는 이처럼 국민들이 느낄 수 있는 불합리를 완화하고자 ’17.7월, 민간투자사업으로 절차를 진행중이던 서울-세종 고속도로 사업을 국가와 도로공사가 투자하는 재정사업 방식으로 전환하였다. 민간이 아닌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통행료 체계를 적용함에 따라, 당초 9,250원 수준으로 책정될 예정이었던 통행료가 7,710원으로 인하되어 30년간 국민들의 통행료 경감액을 약 1조8천억원 가량 덜 수 있었다.


정부는 국민들이 핵심 공공재인 고속도로를 더욱 부담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적어도 국가간선도로망에 대해서는 민간이 건설ㆍ운영하는 민자고속도로 사업방식보다는 공공부문이 주도하는 사업방식으로 주요 노선들을 확충해 나갈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 북부의 핵심 간선도로이면서 상대적으로 통행료가 높다는 지적이 많았던 서울외곽 북부구간 고속도로 등 민자 고속도로의 통행료도 최대한 조속히 낮출 수 있도록 민간사업자와의 협상 등 관련 행정절차를 추진 중이다.


고속도로 이용부담을 낮추는 것은 물론 안전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 2016년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사고는 2,195건, 사망자는 239명에 달하는데, 사고발생 건수와 사망자수가 낮아지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여전히 많은 수의 인명피해가 고속도로에서 발생하고 있다. 장시간 운전으로 지친 운전자들에게 고속도로 졸음쉼터는 아무리 가도 보이지 않는 휴게소를 대신해 존재하는 한줄기 오아시스 같은 장소이다. 졸음쉼터가 설치된 구간의 고속도로 사고건수는 7%, 사망자수는 3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졸음쉼터 설치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17년 현재 전국 고속도로에는 270개소의 졸음쉼터가 설치되어 있는데, 정부는 ’17년 5월에 제정한 바 있는 고속도로 졸음쉼터 설치 및 관리지침에 따라 올해부터는 지침에 맞게 기존 졸음쉼터를 개선하고 신규 졸음쉼터를 더 확충해나갈 계획이다. 2020년까지 민자 고속도로를 포함하여 70여 곳의 졸음쉼터가 새로 설치되고, 운영 중인 졸음쉼터에는 차량이 드나들 때 이용하는 진출입로 길이 연장, 안전·편의시설 확충을 추진한다.


고속도로를 이용할 때 한 번 쯤은 들르게 되는 휴게소도 앞으로는 확 달라져야 한다. 그 동안 시중가격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지적이 많았던 휴게소 먹거리들의 가격을 낮추고 음식 맛은 높이는 한편 모바일 주문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의 도입, 청년창업 매장 확대, 지역내 신생 스타트업 창업가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지원서비스 제공 등 고속도로 휴게소를 제대로 혁신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계획이다.


인구감소·저성장, 4차 산업혁명, 포용성·안전·환경 등 국민들 요구의 다원화 등 새로운 정책환경을 맞이하면서, 국민들의 눈높이와 요구 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져 있고, 과거의 방식대로만 한다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지금은 이용자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정책적 노력을 더욱 더 기울이고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비싼 통행료, 개성없고 그저그런 휴게소 음식과 서비스, 잦은 혼잡, 교통 사망사고, 영세 화물차에 대한 배려 등 국민들께서 개선을 요구하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숙제는 여전히 산적해있다.


최근 국민들의 다원화된 요구는 참여와 소통이 정책의 필수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런 정책적 환경을 고려할 때, 성급하게 그릇된 방향으로 내달리는 것보다는 올바른 방향을 찾아가면서 한 걸음씩 걷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한달음에 만족스러운 답을 내놓으면서 모든 과제를 다 일거에 해소할 수는 없지만, 조금씩 그러나 착실히, 국민들이 최대한 수용할 수 있는 답을 찾기 위해 필요한 모든 채널을 열고, 정책적 노력을 다 해 나갈 계획이니, 언론과 국민 개개인 께서도 정책 생산 단계부터 정부 정책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여 아낌없이 좋은 정책을 만드는데 참여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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