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주도시철도 2호선 착공 앞두고 ‘삐걱’

한성원 기자 | 입력 : 2018/02/21 [11:19]

시민단체, ‘구간 쪼개기’ 착공 꼼수 지적… 환경영향평가 받아야
광주시, 이미 충분한 공감대 형성… 올 상반기 착공 원칙 고수

 

 

[국토매일-한성원 기자]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계획이 올 상반기 착공을 앞두고 삐걱거리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피하기 위한 이른바 ‘구간 쪼개기’ 착공이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다.


광주도시철도 2호선은 시청~월드컵경기장~백운광장~광주역~첨단~수완~시청의 순환구간과 백운광장~진월~효천역의 왕복구간 등 41.9㎞ 노선으로 계획됐다.


땅을 4m 정도 파서 차량 2칸에 150여 명을 태워 나르는 저심도 경전철로 3단계로 나뉘어 건설될 예정이다.


총 사업비는 2조5000억원 수준이다.

 

‘구간 쪼개기’ 착공, 묘수냐 꼼수냐

 

문제는 광주시가 오는 6월말 전에 광주도시철도 2호선 1단계 공사 구간(17.06㎞) 중 운천저수지에서 월드컵경기장까지 2.89㎞을 쪼개 우선 착공하려 한다는 데 있다.


올해 12월 전 구간(41.9㎞)의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고 내년 1월 실시설계가 나오기도 전에 일부 공사를 먼저 착공하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광주지역 21개 시민단체가 참여한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지난달 30일 공개한 성명서를 통해 “편법으로 시작된 광주도시철도 2호선 착공을 중단하고 시민의견을 수렴하는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광주시가 ‘구간 쪼개기’라는 편법을 동원해 환경영향평가를 받은 만큼 광주도시철도 2호선 연내 착공을 즉각 중단하라는 주장이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공사구간이 4㎞ 이상이면 무조건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광주시가 우선착공 구간인 운천저수지~월드컵경기장 4.5㎞를 2.89㎞로 나눠 환경영향평가를 교묘하게 피해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는 “수조원이 투입되고 10년 이상 공사가 예상되는 대규모 사업의 무리한 강행은 ‘광주시민의 미래’가 아닌 선거를 앞둔 ‘시장의 미래’ 만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며 윤장현 광주시장을 비난했다.


‘광주도시철도 공론화요구 시민모임’은 광주도시철도 2호선 착공 반대를 주장하며 한 달이 넘게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또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이 본격화되는 2020년부터 광주시 지방채 규모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고 도시철도 1·2호선의 적자가 1년에 1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빛고을 광주가 재정파탄으로 ‘빚고을’이 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반대자의 발언도 없는 공청회, 관심도 정보도 부족한 시민들을 상대로 한 의견조사 등은 면피용 형식적 절차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면서 시민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도시철도를 착공한다는 시의 주장을 ‘명백한 대 시민 기만’으로 규정했다.


광주시의회의 역할도 주문했다.


시민단체들은 “견제와 감시라고 하는 의회 본연의 기능을 회복해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광주의 인구변화와 도시구조, 재정형편, 도로사정 등을 고려해 새로운 대중교통체계 모색을 위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광주도시철도 2호선 우선착공 계획 논란이 불거지면서 회자되고 있는 사례가 서울시와 경기도가 공동 건설한 별내선 8호선과 하남선 5호선 연장 공사다.


광주시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의 사례를 근거로 제시하며 “도시철도사업 공구 분할로 인해 환경영향평가 대상 미만인 경우 국토교통부 사업승인 후 우선 착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철도업계 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전에 우선공사를 한 구간은 ‘작업구’ 굴착 등 경미한 공사에만 해당한다”며 “별내선·하남선 사례의 우선시공 면적은 경미해 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지 않아 광주도시철도 2호선 공사와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경기도는 1조2000억원 규모의 별내선 3~6공구(12.8㎞) 공사 구간 중 10억원을 투입해 ‘수직구 굴착 공사’만 우선착공 할 수 있는 사업승인을 받았다.


수직구 공사란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 30m쯤 수직으로 파 작업구를 만드는 공사다. 사업비 규모로 보면 전체 공사의 0.0008%에 불과하다.


하남선 5호선 연장공사 중 2~5공구(6.6㎞) 공사도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뒤 2016년 본공사가 시작됐다.


경기도 관계자는 “수직구 공사는 환경영향이 미미하고 환경영향평가 구간이 아니어서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공사를 시작했지만 좌우로 굴착해 파고들어 가는 공사는 환경영향평가가 끝나기 전에 시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환경부·시의회 환경평가 권고… ‘진퇴양난’ 광주시

 

광주시는 또 지난 2014년 환경부가 내놓은 ‘환경영향평가 등 질의회신 사례집’을 근거로 우선시공구간의 경우 환경영향평가 및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규모 미만으로 도시철도법에 따라 국토교통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받아 적합한 절차를 거쳐 공사 착공이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측에서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등을 들어 광주도시철도 2호선 1단계 17.06㎞ 중 2.89㎞를 우선 착공하더라도 전체 사업(1단계 전체)에 대한 환경평가를 실시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환경영향평가법 시행령 제31조 별표3을 살펴보면 같은 사업자가 동일 영향권역에서 같은 종류의 사업을 하는 경우로서 각 사업 규모의 합이 평가 대상규모에 이른 경우는 그 사업 전체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


우선착공 하는 구간만 놓고 보면 환경평가 대상이 안 되지만 우선착공을 시작으로 연이어 진행될 공사의 규모가 17.06㎞로 평가 대상이 되기 때문에 전체 구간에 대한 환경평가를 마치고 착공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단체 측의 주장이다.


결국 환경부는 광주도시철도 2호선 우선착공 계획을 둘러싼 ‘환경영향평가 논쟁’이 불거지자 “논란을 없애기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고 착공할 것”을 권고하기에 이르렀다.


지방선거가 임박한 상황에서 의견이 분분했던 광주시의회도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논란이 해소되지 않으면 착공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당초 대다수 시의원들은 이미 도시철도 2호선 사업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진행됐는데 너무 뒤늦은 대응이라는 시각이었다.

 

광주시-시민단체, ‘지방채무관리’ 2라운드 공방

 

‘구간 쪼개기’ 착공 논란으로 촉발된 광주시와 시민단체의 공방은 지방채무관리 문제로 2라운드를 맞았다.


광주경실련은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광주시가 공시한 지방채무관리계획에는 2018년 지방채무가 당초 1167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했으나 하반기 들어 19억원 감소하는 결과를 공시했다”며 “6개월 사이에 지방채무계획의 편차가 1186억원 발생한 것도 모자라 도시철도 사업비는 1526억원 늘어나는데 지방채무는 줄어드는 모순된 예측결과를 공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지난해에도 축제·행사 예산을 축소공시하고 지방채무관리계획까지 과도하게 조정해 마치 예산낭비와 지방채무 증가 없이 건전재정을 운영한 것처럼 공시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광주시는 “2017년 3월 공개자료는 지난 2016년 11월 확정된 ‘2017 중기지방재정계획’의 지방채 장기전망을 근거로 한 것이며 2017년 10월 공개자료는 2018년 예산편성 과정에서 확정된 지방채 발행계획을 반영한 것이어서 두 자료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채무관리계획을 변경 공시한 것은 도시철도 2호선 투자사업비나 연도별 투자계획이 대폭 변경됐고 3월 공개 시점의 채무 전망액과 10월 공개시점의 지방채 예산 편성액 사이에 큰 차이가 발생해 수정 공개했다는 것이 광주시의 설명이다.

 

광주시의 선택, 시민 목소리 담아낼까

 

광주상공회의소는 최근 성명을 내고 “광주도시철도 2호선이 지난 2002년 노선 기본계획 수립 후 15년째 표류하는 우여곡절 끝에 착공을 앞두고 또 다시 이를 반대하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면서 “도시철도 2호선이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설득과 소통을 통해 조속히 착공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표명했다.


대한건설협회 광주시회도 호소문을 내고 도시철도 2호선 건설계획에 힘을 실었다.


협회는 “도시철도 2호선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진행되는 건설사업인데도 착공을 불과 몇 달 앞두고 다시 재검토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를 초래하고 광주시민의 갈등을 초래할 것”이라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차질 없이 건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광주시가 지역 시민모임 등 반대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광주도시철도 2호선 건설 4대 원칙 중 하나인 임기 내 착공을 실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 목
내 용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