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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진단] 출혈경쟁 유도하는 위기의 한국 철도산업

국토매일 | 입력 : 2018/01/23 [10:59]

[국토매일] 지난해 조선업계는 신규 수주를 작년 대비 약 4배 가까이 달성했다. 글로벌 조선해운 조사기관 클락슨은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 올해 573만 6182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 152척)를 수주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수주량인 156만9439CGT(56척) 보다 3.56배 많은 수치라고 지난해 12월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발주량의 29.4%로 지난해 16.6%였던 데서 대폭 상승한 수치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새해를 맞아 대우조선소를 방문해 힘든 시기를 구조조정과 혁신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고 조선소 임직원들에게 당부와 격려의 목소리를 냈다. 오랜 불황이 걷히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계속해 향후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나오고 있다는 의미다.


조선업이 위기를 맞은 이유는 금융위기, 해운업 침체, 유가 폭락 등 여러 이유가 있지만 저가수주의 출혈경쟁이 큰 이유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대우조선해양 부실 등 국내 조선산업을 사지로 몰아넣은 ‘제살 깎아먹기식 저가 수주경쟁’이라고 입 모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조선사들은 공장을 돌리려면 저가수주라도 따와야 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저가수주로 인한 치킨게임은 한국철도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2015년 3월 서울메트로에서 발주한 서울2호선 전동차 200량 입찰과 지난 6월에는 인천시에서 발주한 7호선 연장선 16량 사업, 이달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 발주한 진접선 50량 입찰에서도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 3사가 입찰 지원했다. 2015년 2호선, 7호선 연장선, 진접선 사업의 낙찰가는 발주처에서 미리 정해놓은 가격 대비 현저하게 낮은 가격 이었다.


이는 철도차량제조기업 3사(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합병 전 출혈경쟁으로 인해 낙찰률이 낮았던 199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이며 이는 제한된 국내 수요를 확보하기 위해 3개사의 출혈경쟁이 심화돼 채산성을 약화 시킨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발주처의 낮은 예가(발주처에서 미리 정해놓은 가격)도 문제다. 시장조사를 거쳐 예가가 결정되는데 출혈경쟁으로 이미 낮아질 대로 낮아진 가격이 기준이 되어 예가가 낮게 형성 될 수 밖에 없다. 발주처는 경쟁입찰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고 지자체의 부채를 탕감하는 구조지만 철도 업체는 낮은 차량 가격 때문에 품질과 경쟁력이 약화 되고 저비용에 따른 기술력을 상승 시킬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선진국에서는 공급과잉에 따른 출혈경쟁을 방지하고 자국 철도산업 보호를 위해 1국가 1기업 체제를 펼치고 있다. 일례로 중국은 자국 내 출혈경쟁에 따른 저가입찰과 자국 철도기술 진보를 위해 2014년 매출 기준 세계 철도차량 시장 점유율 1, 2위를 기록한 중국철도차량 제조업체인 중궈난처(CSR)와 중궈베이처(CNR)를 합병 시켜 중국중차(CRRC)을 탄생시켰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스위스 등 철도 완성차량 제작업체를 보유한 글로벌 국가들도 공급과잉과 경쟁심화에 따른 1국가 1기업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고속 광역급행철도망(GTX) 구축과 한반도의 X자형, U자형 고속철도망 구축과 적극적인 R&D와 설비투자를 늘려 시속 600km대, 세계 3위권 고속철도 강대국으로서의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철도 산업 육성 대책을 담긴 공약을 내놨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사업을 통해 철도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지도 좋지만 철도차량 제조업체끼리 출혈경쟁을 유도하고 자국 철도 산업을 보호하지 않는 입찰제도정비가 우선돼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경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철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한다. 1999년 이전 우리는 철도산업 경쟁을 통해 과거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고 빅딜을 통해 하나의 철도회사로 통합하자는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 현재의 국가기간산업의 방향이 어떻게 가야 할 것인지는 직시해야 할 때다. 공급이 수요보다 많은 시점에 경쟁을 통해 철도산업을 발전하려 한다면 과당경쟁의 저가수주로 인해 산업 성장이 요원해 질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정부는 철도산업을 안정시킬 수 있는 신선한 정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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