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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국가시설관리의 선진화를 위하여

국토매일 | 입력 : 2018/01/09 [14:36]

시설물 성능중심관리 올해 1월부터 시행
지하안전법, 내진안전법 등의 시설관리체계 확립 시급
진단, 점검, 성능개선 등의 민간영역 양성화 제도 필요

 

▲ 강영종 한국시설안전공단 이사장    ©국토매일

 
[국토매일] 새해아침이 다시 밝았다. 같은 해처럼 보이지만 항시 세상과 자연은 변하고 있어 같은 해가 아니다. 이맘때면 중부지방의 대부분의 나무들은 잎의 수분이 빠져 낙엽이 된 상태이고, 지상에 돌출되어 있는 나뭇가지들도 수분을 모두 뿌리로 내려보내고 영하의 겨울에도 살 수 있도록 준비를 마친 상태이다.

이 땅에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들은 계절변화를 포함한 환경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대응하는 능력을 가지도록 진화되어 있다. 만일 그러한 능력이 없었다면 그 생명체는 적어도 그 지역에서는 이미 도태되어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놀랍지만 지극히 지혜롭고 당연한 자연의 이치이다.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정치권력이 어느 정도 안정화되면서 국가재건에 전력을 다해 왔다. 국가가 부강해지기 위해 그 당시 가장 절실했던 것이 고속도로나 철도와 같은 교통시설의 확충이었고 이어서 산업시설확충을 통한 생산성 증대였다.

해방 직후만 해도 이러한 기반시설이 매우 미약하여 국가는 시설확충에 전력을 다했다.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설을 국가 단위에서 체계적이고 계획적으로 건설해나가기 위해 내무부 건설국이었던 조직을 1962년에 건설부로 승격하여 우리나라 건설의 견인차 역할을 맡도록 했다.

준비 과정을 어느 정도 거친 후 우리나라의 시설물 건설이 체계적으로 본격화 된 것은 1970년도부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국시설안전공단이 관리하고 있는 시설물통합정보시스템(FMS)의 자료에 의하면 1970년도에 812개에 불과했던 1, 2종 시설물의 수가 1990년에는 4,862개, 그리고 2015년도에는 77,000개 그리고 작년 말에는 86,000개를 넘어섰다.

이러한 시설의 확충은 단순히 국민의 편의만을 중진시킨 것이 아니라 국가의 경제생산성에도 지대한 효과를 미쳤다. 1970년에는 2.79조원에 불과하던 GDP는 1990년도에 198조원으로 증가했고 다시 2015년에는 1558조원으로 크게 성장 했다.

시설물의 양적확대와 GDP 증가의 상관관계만을 보더라도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음은 자명하다. 외국을 여행하다 보면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지 않은 선진국은 없고, 반대로 기반시설이 잘 되어 있는 후진국도 없다는 사실을 쉽게 직관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시설물의 확충은 국가경제 경쟁력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생산재에 대한 투자이다.

그러나 시설물의 확충은 무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지은 지 대략 30년 이상인 시설물을 노후시설이라 보고 시설물의 수명을 40년 정도로 가정할 때, 우리나라의 현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시설물의 평균수명을 40년이라고 가정하고, 국가에서 매년 일정한 시설의 양적 증가를 이룬다고 치면 40년 동안의 시설확충은 그 사회가 보유할 수 있는 최대치에 이르게 된다. 그 이후의 시설 확충은 최초에 건설된 시설이 수명을 다해 소멸되는 양과 같기 때문에 양적 증가는 정지된다.

이처럼 최대의 시설물 스톡을 확보한 국가는 시설물이 만들어 내는 생산성을 최대로 끌어 올리면서 비로소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그 후부터는 단순히 시설의 양적증가에 따른 생산성 증가는 기대하게 어렵게 되어 대부분의 선진국은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는 시기에 돌입하는 경향이 있다.

FMS 자료를 분석해 보면 우리나라의 SOC시설의 평균수명은 약 28년 정도이고 건축물의 평균수명은 약 44년 정도이다. 우리나라는 1970년부터 50년 가까이 거의 쉬지 않고 시설물의 양적 확충을 이루어왔다.  물론 일정한 속도로 건설해 온 것도 아니고 평균수명도 일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5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시설물의 양적증가가 이뤄져온 사실과 약 40년 정도인 시설물의 평균수명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가 보유할 수 있는 시설물 스톡은 최대치 가까이에 이르렀고, 노후시설과 수명이 다 된 시설의 양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점에 와 있다.

다시 말해 이제는 시설물의 확충 뿐 아니라, 최대치 가까이 확보된 시설물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가 중요한 시대에 돌입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과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사실 ‘건설’이 아닌 ‘시설’이다.

건설은 시설이 없기 때문에 시설을 만드는 행위에 다름아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시설확충에만 주력하여 건설산업과 건설정책만을 논하였으나, 이미 확보된 시설물 스톡양을 고려할 때 이제는 더 확장하여 시설정책과 시설산업에 대한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시설정책의 한 손은 건설정책이요 다른 한 손은 관리정책인 것이다.

시기적절하게 작년에 시설물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전부 개정되어 성능중심관리가 올해 1월부터 시행된다. 이를 통해 안전성 뿐 아니라 사용성과 내구성을 고려한 종합성능관리를 수행하게 되었다. 안전위주 시설관리에서 종합성능관리로 확대되는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시특법과 더불어
노후화 되고 있는 기반시설의 체계적 관리를 위한 법안도 준비가 한창이다. 건축시설 역시 안전성, 내구성, 사용성 외에 에너지 및 녹색환경성능을 추가해 관리되어야 한다는 취지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시설물이 안전하기만 하면 된다는 종래의 관리취지에서 이제는 시설물이 만들어 내는 경제적 사회적 가치를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초기 대비 성능이 현저히 떨어진 시설물을 방치하는 것은 그 시설이 만들어 내야 하는 사회경제적 가치손실을 방치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의 제도 및 법체계로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성능관리에 필요한 중복기능과 누락 기능, 시설물 분류에 따른 사각지대, 그리고 기존시설의 내진안전의 통합관리 등은 지속적으로 보완이 필요하다.

안전은 가장 우선해야할 사회적 가치이다. 시설물의 성능관리 뿐 아니라 고려해야 할 안전의 대상도 확대되고 있다. 일명 싱크홀로 불리는 지반침하현상으로 만들어진 지하안전법도 올해 시행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많은 기능과 조직이 만들어질 전망이다. 뿐만 아니라 2016년 9월의 경주지진에 이어 2017년 11월 포항지진의 발생은 우리나라 기존시설물의 내진안전관리에 큰 경종을 울려주었다.

앞으로 건설될 시설에 대한 내진설계에 대한 의무도 확대되어야 하지만 이미 포화에 가까운 기존시설물에 대한 내진안전장치의 마련이 시급하다. 현재 내진성능평가라고 불리는 내진안전진단이 충실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시설물의 안전등급에 내진안전등급을 포함하도록 정비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내진보강이 필요한 경우 가장 효율적이고 최적화된 내진보강설계와 내진보강기술 및 장치들이 적용되도록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방대한 양의 시설물에 대한 내진안전확보를 위한 우선순위 결정을 포함한 중장기 계획의 수립과 내진전문기술자의 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

시설물 안전 및 성능관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이제 보편화 되었다. 일관성 있고 누락 기능 없고 사각지대 없는 시설관리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울러 이러한 안전 및 성능관리업무를 업무 성격에 따라 공공영역업무와 민간영역업무를 구분하고 공공영역에서는 공공성을 바탕으로 하는 심판, 지도, 감독, 평가기능 위주로 담당하고 민간영역에서는 진단 및 점검실무와 시설성능개선 업무위주로 담당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현재의 영세한 민간영역산업을 중견화 하고 양성화하기 위한 정책과 제도의 마련도 필요하다. 

시대는 이제 건설위주에서 건설과 관리라는 확대된 패러다임을 던지고 있다. 관리의 개념역시 안전위주의 관리에서 안전과 시설종합성능으로 확대되고 있고 안전의 대상도 지하안전과 내진안전까지 요구하고 있다. 대상 시설물도 1,2종 위주에서 거의 모든 시설로 확대되고 있다. 관련 업무의 양적 팽창은 어마어마할 전망이다. 하지만 방치해서 잃을 손실이 더욱 크기에 방치할 수 없다.

이러한 시대적 환경변화에 우리는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생물은 도태되고 잘 대처한 생물은 살아남아 번성한다.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지속 유지하고, 시설성능 손실을 선제적으로 예방하여 경제성을 도모하며, 관련하여 새로이 만들어지거나 확대된 업무로 인해 창출되는 수많은 일자리확보는 변화에 현명하게 적응한 사회만이 누릴 수 있는 결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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