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기획] 대한민국 안전 위협하는 ‘법의 사각지대’

소방기본법, ‘불법 주·정 차량 손실보상 안하도록’ 개정추진

변완영 | 입력 : 2018/01/08 [17:51]

최근 5년간 안전사고150만여건 발생

재난안전법 ·시특법 등 손질할 부분 많아

 

▲ 영화같은 재난현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변완영 기자] 문재인 정부는 지난 5월 출범하면서 안전한 대한민국을 기치로 내걸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 목표에 다가가기가 여전히 버겁다. 안전은 짧은 기간에 온 국민이 안심할 수 있을 정도가 되기에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이다. 소방안전학과 대학교수는 우리나라가 안전한 국가가 되려면 적어도 3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는 자조 섞인 말도 한다. 대한민국은 ‘안전 불감증 공화국’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지난 한달 사이 3일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급유선이 낚싯배를 들이받아 뒤집는 사고로 낚시꾼 등 15명이 숨졌다. 16일에는 서울 이대목동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1시간 여 만에 4명이 거의 동시에 숨졌다. 21일 충청북도 제천 한 스포츠센터에서 대낮에 불이 나 29명이나 숨지고 36명이 다친 안타까운 사건이 벌어졌다. 

 

본지는 2018년 한해 화두를 ‘안전과 기술’로 잡았다. 안전은 곧 생명과 같다. ‘생명이 담보되지 않는 국가는 존재가치가 없다’는 상식적인 말을 곱씹으면서 안전 공화국을 만드는데 일조하고자 본지는 ‘안전 시리즈’를 기획했다. 

 

국회에서 안전하게(?) 잠자고 있는 ‘안전 관련 법’들

 

그 첫 번째가 ‘안전을 위협하는 법의 사각지대’이다.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기에 안전을 아무리 강조하고 떠들어도 법적인 장치가 갖추어지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사회 구성원들이 아무리 좋은 전략과 마음을 가지고 있더라도 국회가 제대로 된 법을 만들지 않고 안전을 지키는데 필요한 예산을 제때 처리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민의 생명을 보호할 ‘소방안전법’은 국회에서 발목을 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 계류 중인 소방안전 시스템 관련법 처리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 관계자는 “여야가 최근 연이어 발생한 대형화재의 원인과 정부의 대응을 두고 여러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중요한 건 그런 참사를 막기 위해 국회가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회에는 현재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이하 소방안전법) 개정안 등 다양한 소방안전 관련법 개정안이 올라와있다. 이 중에는 20대 국회가 들어서자마자 발의됐지만, 1년 6개월째 제대로 심사조차 받지 못 한 법안도 포함돼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정 의원은 지난 6월 소방안전 실무교육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을 받지 않은 소방안전관리자와 소방안전관리보조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근거를 담은 법안을 냈다. 같은 당 조응천 의원은 일정규모 이상의 공동주택에 소방자동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김성원 의원은 소방장비 실태조사에 관한 근거규정을 마련해 소방업무에 관한 종합계획에 반영하도록 하는 등 소방기본법도 국회통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난해11월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피난기구를 11층 이상 고층 건축물에도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했고, 자유한국당 박순자 의원은 같은해 6월 발의한 법안은 자동화재탐지설비가 화재를 감지하면 특정소방대상물 관계인 등에게 통신망으로 화재신호를 통보하는 기능을 갖추도록 했다. 이러한 다양한 법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현실이다. 

 

소방 예산과 관련해서는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이 소방기본법에 ‘국가는 소방업무에 관한 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여야 하고, 이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규정한 개정안을 냈다. 

 

교량·주택 등 90%이상 법적관리대상 제외 

 

지난달 3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최근 2012~2016년간 안전사고 발생건수는 총 151만5065건, 월평균 2만5251건에 달했다고 밝혔다. 5년간 사고가 가장 많았던 것은 교통사고로 9만2960건을 기록했고, 화재가 1만7847건으로 뒤를 이었다. 교통사고의 경우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9.4명(2014년)으로 OECD 평균 5.3명의 1.8배에 달하고 있고 34개국 중 32위 수준이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과 2014년 29만건이던 안전사고 발생건수는 2015년과 2016년 30만건을 넘어섰다. 이로 인한 인명피해는 5년 평균 매년 37만4327명의 사상자를 내고 있다. 교량·건축물·선박 등의 안전과 화재예방의 중요성을 인식했지만 여전히 유사한 인재가 반복되고 있다.  

 

조성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초빙교수는“우리나라는 관리하는 교량숫자가 3만개정도인데 일본은 70만개정도로, 이 차이생기는 것은 법적인 관리를 하는 교량의 길이가 우리는 20m이상 어여야 하지만 일본은 2m이상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2m~20m 교량을 몇 개나 있는지 파악도 안 되고 관리도 안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 교수는“국토부기록에 의하면 지난 1964년부터 2010년까지 무너진 다리는 무려 7,534개이다. 관리를 안 하기 때문에 무너진 것이고, 국민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다”고 피력했다.

 

오랫동안 시설물안전에 관한 연구와 강의를 해온 조 교수는“주택도 마찬가지로 사람이 사는 주택이 우리나라에 300만개정도이지만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상 관리대상인 주택은 3만개정도뿐이다”면서 “그나마 시특법도 20년이 넘은 지난1994년 성수대교가 무너졌을 때 급하게 비상시 만든 법인데 아직까지 큰 틀에서 그 체계가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 행안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국회의원(인천 남동 갑)은“안전 등과 관련된 법의 조항들이 선언적 의미만을 담고 있고, 현실적으로 법 운영 과정이나 그 과정 상 발생하게 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면서 “현재 소방기본법에는 긴급 출동에 방해가 되는 차량을 제거·이동시키는 것이 가능하도록 돼있지만(25조3항) 소방관들이 차량을 제거·이동시키는 과정에서 차량이 훼손될 경우 민·형사상의 책임 논란으로 번지면서, 소방관들이 불법주차 된 차량에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오는 6월부터 시행되는 개정된 소방기본법에는 불법 주·정차된 차량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실 보상을 하지 않도록 규정했다”며 “이처럼 안전 등과 관련된 법들이 원활히 시행될 수 있도록 조항들을 세밀하게 정비하는 노력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낙연 총리는 신년사에서 "특히 생명과 안전을 두텁게 보호해야 한다"며 "정부는 이 모든 과제를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안전·안심 대책은 이 총리가 취임 이후부터 가장 큰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기도 하다. 이 총리는 문 대통령에게 부여받은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올해에도 충실히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안전법의 사각지대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