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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적정공사비, 왜 현실화 되지 못하는가?

공사 품질과 안전… ‘적정공사비’가 좌우

변완영 | 입력 : 2017/11/21 [09:39]

불공정규정 및 불공정관행 ‘적폐청산’돼야

산업경쟁력 확보 위해 입· 낙찰제도 개선

공사비 산정 및 관리프로세스 개선 필요

 

▲ 공공청사 공사현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변완영 기자] 공공공사비 최종결정은 발주자와 입찰자간의 경쟁의 산물이다. 따라서 상호간의 격차를 줄여야 정상적이다. 오랫동안 발주기관들은 공사발주 전 단계에서 정확한 설계와 적정한 공사비 산정에 관심을 갖기보다는 예산에 맞춘 공사원가 산정과 저가경쟁을 유도해 많은 리스크를 시공사에 전가했다. 또 계약 체결 후 부실설계를 수정ㆍ보완하기 위한 설계변경, 공기연장 등에 따른 추가비용 보전을 회피하면서 모든 것이 건설업체의 잘못인 것처럼 호도해 온 게 사실이다.

 

발주기관이 예산삭감에만 치중해 공사발주 전 단계부터 불합리한 원가 선정 기준의 적용기준, 과도한 공사비 삭감 관행 및 사실상 저가투찰을 유발하는 가격경쟁위주의 입찰 시스템 운영으로 공사비 부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지적돼왔다. 또 공사비 보전 없는 설계변경과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의 전가 등 불공정관행이 공공연하게 나타났다. 이는 건설업체의 적자 및 부도로 이어졌고, 공사비 부족으로 인한 공공시설물의 품질이 저하되고 안전사고 위험이 증가해 국민의 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실제 산업계 수주금액, 초기예정가격의 50~70%수준

 

건설산업은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도가 높다. 지난해 경제성장률의 60%, 올해 상반기 성장률의 55%를 차지할 만큼 역할이 크다. 하지만  대한건설협회(대건협)에 따르면 지난 10여 년 사이 영업이익률이 10분의 1수준으로 대폭 줄었고, 공공공사만 수주하는 기업의 평균 이익률은 2005년 이후 10년간 거의 매년 마이너스를 기록해 적자 업체수비율이 2010년 이후 6년 연속 30%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또 공공공사에 의존하는 토목업체의 경우 2005년 전체 4,145개사 가운데 약 40%에 육박하는 1,621개사가 폐업, 올 7월 현재 불과 2,524개사만 남아 있는 현실은 하루하루를 간신히 버티고 있는 우리 건설업체들의 자화상이다.

 

표준품셈 평균 20%하향조정, 표준시장 단가(실적공사비) 품셈대비15%하락, 실적공사비 적용 확대 등으로 설계가격은 낮아지고 계약심사 제도운용, 기초금액, 복수예비가격 산정 등에서 발주기관의 공사비 삭감이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자재나 장비물가 급등으로 중소 전문건설업체는 공사 채산성이 약화돼 부도 등 경영위기에 직면해 있다.

 

공공공사 공사비 선정의 주요 산정 기준은 표준시장단가, 표준품셈, 거래실례가격, 견적 등이다. 표준시장 단가는 지난 10년간 각종 지표대비 평균 36.5%하락했다. 표준품셈은 2006년 이후 지속적인 하향조정으로 평균 18%가 하락했다. 이에 따라 단가대비 생산성도 동반하락 했다.

 

김상범 동국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삭감위주의 총사업비 관리가 비합리적으로 기획단계에서 초기예정가격 대비 실제 건설 산업계의 수주 금액은 약 50~70%수준”이라며 “기재부 예비타당성 검토부터 발주기관 최종검토 때는 13.47%가 삭감된다”는 것이다. 즉 조달청 총사업비 검토(7.44%), 발주기관 자체적 조정(10.71%), 주무부처 자체검토(11.44%), 기재부 예산검토(11.6%), 발주기관 최종검토(13.47%)를 거치면서 실제 공사금액의 86.53%로 수주된다는 것이다.

 

적정공사비를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공사원가 산정기준에 공사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는 공종별 분류 외에 발주방식이나 공사규모 시공조건 등 사업특성에 따른 실적 단가의 구분이 돼 있지 않고 모든 공사에 대해 동일 단가를 적용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표준시장 단가를 적용하는 경우는 재료비나 노무비 등의 물가상승이 발생하더라도 공사낙착률이 하락하면 실적단가도 하락하기 때문에 실적단가를 물가변동률의 지표로 활용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6개월 단위로 발표하는 실적 단가의 변동에 기준해 물가변동률을 산출하므로 계약금액의 조정지표로 사용하기에는 시차가 크며, 최근 단기간에 폭등하는 철근 등 주요 자재는 물가변동이 발생하는 시점에서 계약금액 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공사현장의 운영관리 및 현장 경비성 비용의 간접공사비중 이윤 등 제 경비 항목에 대해 최저한도로 기재하거나 누락시키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간접공사비를 구성하는 비목 중 간접 노무비와 기타 경비 등은 공사 소요기간에 따라 비용의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사기간을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예산부족→적정공사비 미확보→공기연장→실질적 국가예산 증가

 

건설산업의 공사비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의미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공공공사는 건설을 많이 수행하는 기업일수록 적자 업체수가 증가하고 영업이익률이 하락한다는 보고가 있다. 즉 공공공사의 비중이 높을수록 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된다. 건설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적자폭은 확대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양적으로 감소할 뿐만 아니라 건설업계는 비용절감 압박에 시달리고 무리한 공기단축과 설계변경으로 이어지면서 일자리의 질적인 저하도 동시에 발생한다는 것이다.

 

건산연 연구에 의하면 전체공공공사 중 약30.9%가 공기연장이 발생하고 있고, 공기연장이 발생하는 주된 원인은 발주기관의 예산 부족을 꼽았다. 예산부족으로 공기가 증가하고 간접비가 증가함에 따라 결국 장기적으로 보면 실질적인 국가예산은 다시 증가하는 악순환 된다.

 

공사비부당삭감해소 · 추가비용 미지급 · 불공정규정 등 '불공정관행' 해소 해야

 

먼저 불공정관행해소 방안으로는 첫째 공사비 부당삭감을 고쳐나가야 한다. 불합리한 복수예가 산정기준 운영에 따른 계약 상대자에게 부당하게 공사비를 삭감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 지방계약법 안에 복수예비가격 범위율(±2%)를 명시하는 것이다. 그래서 예정가격작성 기준에 관련 규정을 법령화 하는 방안이다. 

 

또한 국토교통부 지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발주기관은 예산절감을 목적으로 요율이 낮은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적용요율을 준수하도록 하고, 안전강화를 위해서 낙찰률 적용 배제할 필요가 있다. 

 

예산부족, 설계오류, 착오 등으로 인해 과도하게 낮게 예정가격을 산정한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자체의 실적 중심의 계약심사제 운영이 주된 원인인데 운영기조의 개선과 공사비 의의신청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추가비용을 미지급하는 불공정관행을 해소해야한다. 물가변동으로 인한 계약 금액조정횟수를 최대한 억제해 부담을 계약상대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문제이다. 현행 국가계약법이나 지방계약법 기준에 따라 계약 금액을 조정해 나가야한다. 

 

또 현행 법률상 보장하는 실비를 반영하지 않아 계약상 이익을 부당하게 제한하거나 피해를 전가 시키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특약 운용을 폐지, 국가계약법상 근거를 명확히 하고, 총사업비 관리지침에 일반관리비와 이윤을 포함하는 등 관련 내용을 개정해야한다. 별도예산확보보다는 일방적으로 기존설계의 수량을 조정해 간접비나 추가비용 증가분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추가공사 시 별도 예산 확보해야 한다. 

 

인허가, 민원, 토질(지질조사) 같은 기본조사 등 공사수행에 필수적인 발주기관 과업을 계약 상대자에게 전가하는 때가 있는데 이런 경우 국토부 권고에도 불구하고 4대 공사의 과업전가가 여전하다는 평가이다.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시점이다.

 

입· 낙찰제도 개선…가격경쟁 중심 탈피해야

 

적정공사비확보를 위해서는 가격평가중심의 입찰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공공공사 가운데 300억원 이상 공사는 종합심사낙찰제와 기술형입찰제를, 300억원 미만 공사는 적격심사낙찰제를 적용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적격심사제 낙찰률은 80~87.7%, 종합심사낙찰제 낙찰률은 79.1% 수준이다. 일본은 낙찰률이 92% 수준이며, 100%를 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한건설협회는 공공공사 입낙찰제도와 관련해 저가투찰로 인한 가격경쟁 심화 등 최저가낙찰제로 인한 폐해를 해소하고자 종합심사낙찰제를 도입한 결과 낙찰률이 소폭 상승했으나 실제 건설업계 수익성 개선효과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적격심사낙찰제는 순공사비 증가요인을 반영해 공사규모별 낙찰하한률을 10%내외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 가격중심입찰제를 지양하기위해서 입찰가격 배점도 단계적으로 축소해야한다.

 

종합심사낙찰제 개선 방향으로는 균형가격 산정시 입찰금액을 상· 하위 동일 비율로 제외해야하고 사업별 별도 산정이 가능한 단가심사의 경우 적정단가 기준 하한선을 상향해야한다. 또 복수동점자일 경우 저가 투찰자 우선에서 균형가격 근접 우선으로 기준을 개선해나가야 하고, 투찰금액균형가격 초과/미만 점수편차 감점폭을 동일하게 설정해야한다. 가격이 낙찰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현행입찰가격 배점을 축소해나가는 방법도 고려해 볼만 하다. 

 

기술형 입찰제는 순수내역입찰방식의 경우 가격경쟁에 따른 덤핑투찰방지를 위해 입찰 참여시 점수에 따른 등급별 상· 하한서 기준을 마련하고 낙찰 하한율을 폐지해야한다. 또 발주자와 시공사간 최소협상가격산정 기준을 개선해 종심제평균낙찰률을 기술형입찰평균낙찰률로 바꿔야한다.

 

다음으로 예산절감 목적이 수반된 각종계약예규 및 발주기관별 세부일찰 지침을 정비하고 과다한 지자체 계약심사제의 잘못된 운영을 줄이기 위해서 구체적인 심사지침 혹은 사례집을 발간해서 배포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내 재무예산관리평가 비중을 축소한다든지 고유 목적 사업비 집행과 관련된 적정사업비 확보기준과 절차를 구축해 나가야한다.

 

기술형 입찰의 경우 기존 가중치 방식에서 확정가격최상설계방식으로 변경해야하고 시공책임형CM의 경우 입찰금액평가방식비중을 축소하는 등 저가유도요인을 해소한 후 시범사업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공사비산정 및 관리프로세스의 변화 필요

 

총 사업비관리제도를 개선해 과학적 견적 방법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발주기관별 사업특성에 맞는 견적방법을 개발하거나 단계별 견적 및 적산방식을 구체화하는 방법이 있다. 또 표준시장단가, 표준폼셈 체계와 연계하고 데이터를 활용한 보정체계들 개발해야한다. 지자체의 경우 외부전문기관을 활용하거나 발주기관 내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도 하나의 묘안이 될 수 있다.

 

그 외에 발주기관별 사업비 산정 및 관리절차나 단계별 사업비 조정절차를 구체화하는 경우도 있다. 예정가격과 낙찰금액의 과도한 차이를 소명하고 낙찰금액과 준공금액과의 차이를 분석하는 것도 요구된다.

 

전체공사비 검토 프로세스를 도입하는것도 생각해볼만 하다. 설계가격적정성을 검토해야 한다. 즉 당해공사의 전체공사비의 타당성을 검토하는 프로세스로 표준품셈, 표준시장단가 등에 공사비 산정을 검토해 일정규보나 조검을 갖추 사업중 선별해 3인의 전문가가 리뷰를 수행하는 것이다. 예컨대, 검토결과 ±5%를 벗어날 경우 재설계권고를 한다든지 공사비를 조정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공사비 의의신청제도를 도입해야한다. 발주기관 추정금액 등에 대한 의의신청제도를 도입해 이의제기 사항은 외부전문기관에 심의하는 제도를 도입해야한다. 아울러 표준시장단가제도나 표준품셈의 경우 개별단가보정과 직접공사비 보정이 필요하다. 예컨대 현장상황, 노무인력가용정도, 숙련도, 자재수급 등 다양한 항목이 있다.

 

최석인 건설산업연구원 기술정책연구실장은“적정공사비 문제만 해결된다면 사회경제적 파급효과는 공공공사 공비사 미지급금액 3조5천억원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경제성장률이 2%증가할 것이고 4만7500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며 실업률이 0.15%감소한다”면서 “또 가계소득이 1조6천억원, 민간소비가 1조2천억원, 소득격차가 1.25%해소된다”고 분석했다.

 

발주기관은 충실한 설계를 바탕으로 적정한 기준을 통해 정확한 공사원가 산정에 매진하여야 하며, 일단 산정된 설계금액에 대해서는 부당하고 자의적인 삭감을 해서는 안 된다. 지난10년동안 진행된 품셈기준 하향과 표준시장단가(실적공사비) 적용에 따른 과도한 공사비 하락이 과연 적정한지, 적격심사기준 낙찰하한율과 최저가낙찰제를 대신해 도입된 종합심사낙찰제도의 저가입찰 유도장치 등 현행 입찰제도와 얼마나 조화될 수 있는지에 대한 심사숙고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계약상대자의 책임 없는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비용을 둘러싸고 발주기관마다 진행 중인 수십 건씩의 소송 등 분쟁을 해결하고, 방지하기 위한 관련 기준의 조속한 개정도 필요하다.

 

건설인들도 제대로 된 시공으로 우수한 품질의 목적물을 완성하도록 노력함과 동시에 하수급인과 근로자에 대해서도 적정한 대가를 지급하고, 정해진 책임을 다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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