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두용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과 교수

타워크레인 사고 재발방지 대책

국토매일 | 입력 : 2017/11/07 [09:40]

노후화나 불량 타워크레인 증가 · 검사 부실화  ·  작업수칙 미준수

"결국은 외주화 문제 …안전에 왕도란 없다"

 

▲ 박두용 한성대 교수     ©

[국토매일] 타워크레인 사고가 심상치 않다. 올해만 해도 타워크레인 사고로 벌써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5년간 25대의 타워크레인이 무너져 모두 35명이 사망했는데, 작년에 10명, 올해가 13명으로 최근 타워크레인 붕괴사고가 급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근 타워크레인 사고가 급증하게 된 일차적 원인은 최근 건설경기 활황으로 크레인 사용대수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4년 등록된 타워크레인은 3,171대였던 것이 2015년 3,673대, 2016년 5,432대로, 2014년 대비 각각 116%, 171%로 증가했다. 올해는 7월말까지 등록대수가 5,980대로 최근 3년 만에 거의 2배가 되었다. 

 

전문가들은 최근 사고 급증의 원인으로 노후화와 불량 타워크레인 증가를 꼽고 있다. 갑자기 수요가 증가하니 그 동안 창고에 처박혀 있던 중고 타워크레인이 다시 시장으로 나오게 되었고, 여기에 중고수입산까지 가세하여 노후화되었거나 결함이 있는 불량 타워크레인이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노후화된 타워크레인이나 수입산은 순정부품을 조달하기 어렵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비정품을 사용하는 경우가 생기게 되며, 그만큼 사고 발생 가능성은 커지게 된다.

 

그러나 지난 10여 년간 타워크레인 검사는 되레 약화되었다. 2008년부터 타워트레인의 검사는 공공기관에서 민간기관으로 이양됨에 따라 부실검사에 대한 우려가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물론 민간기관이 공공기관보다 검사의 질이 낮다고 단정 짓긴 어렵지만,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민간기관은 원칙대로 까다롭게 검사하고,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검사비용도 문제다. 현재 50톤 이상의 타워크레인 검사 단가는 9만8천원, 10톤 이하는 8만5천원에 불과한데 타워크레인 검사의 어려움이나 중요성을 감안할 때 검사 단가가 턱없이 낮은 형편이다. 이 정도의 비용으로 비파괴 검사기기와 같은 전문장비를 가지고 전문가가 꼼꼼하게 검사하기엔 수지가 맞지 않는다. 따라서 경험이 낮은 비전문가를 투입하거나, 장비 없이 육안 및 동작검사만으로 검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 실정이다.

 

노후화나 불량한 타워크레인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현장에서 작업절차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이다. 최근 사고를 모두 분석한 결과를 보면 사고의 주요원인이 기계적 결함에 있었던 것은 20%에 불과하며, 작업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80%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대부분 설치와 해제 작업 중에 발생한다. 원청건설사는 타워크레인 임대사업자와 임대차 계약만 체결하면 임대사업자가 현장에 타워크레인의 설치하고 해체하며 타워크레인 기사까지 공급한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이용하는 자는 원청건설사로부터 시공을 하도급 받는 하청업체이다. 설치와 해제작업은 소속된 일명 ‘도비팀’이라고 하는 5명 정도로 구성된 작업자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에 약 140개의 도비팀이 활동하고 있다. 이 중 임대업체 직영은 20개에 불과하고 나머지 120개 팀은 설치와 해체만 전문으로 하는 소규모 영세업체 소속이다. 임대업체는 이들에게 설치와 해체작업을 다시 도급을 준다. 

 

정리하자면, 원청건설사 타워크레인을 임대계약을 하면 임대업자가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고 임대종료 후에는 해체하여 가져간다. 사용하는 동안 타워크레인 운전은 임대업자에 소속된 조종사가 운전한다. 즉 원청건설사든 현장에서 시공을 하는 하도급건설업체든 타워크레인의 설치나 해제, 운전에 관한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모든 책임은 임대업자가 지도록 하고 있다. 임대업자는 가장 위험한 작업인 설치와 해체를 다시 하청업체에 도급을 주고 있다. 

 

원청건설사에서는 가능하면 임대기간을 짧게 하는 것이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시공을 맡은 하도급업체에서는 임대기간 내 타워크레인을 이용하는 작업을 마쳐야 하므로 서두를 수밖에 없다. 임대업자는 임대기간이 만료되면 하루빨리 해체하여 다른 곳에 재임대하는 것이 유리하다. 도비팀도 건당 비용을 받으므로 가능한 빨리 설치하고 해체해야 한다. 어느 한 곳도 브레이크가 없는 이러한 구조에서 건설 물량이 증가하면 사고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타워크레인 사고가 주는 교훈

 

최근 급증하는 타워크레인 사고는 우리 사회의 안전체계가 그만큼 취약하다는 것이 드러난 것이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불안전한 시스템의 시그널로 보아야 한다. 최근 타워크레인 사고를 단지 타워크레인만의 문제로 보고 그 대책만 세웠다가는 또 다른 대형안전사고를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하루빨리 건설안전체계 나아가 국가안전체계를 바로 잡아야 한다. 타워크레인 수요가 늘어났다고 해서 불안전한 타워크레인이 시장으로 유입되거나 사용될 수 있는 사회는 결코 안전한 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사고예방이나 안전에 왕도는 없다. 오로지 기본과 원칙만이 있을 뿐이다. 안전선진국이라고 해서 특별한 비법이나 노-하우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없는 특별한 법제도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안전만큼은 반드시 원칙을 지키도록 하고 있으며, 예외가 없다는 것이 특별하다면 특별하다고 할 수 있다. 안전에서는 이를 보편성의 원칙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하자면 왕도가 없다는 말과 같다.

 

건설안전이든, 산업안전이든 또는 화학물질안전이든 제품안전이든, 국가안전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2가지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하나는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며, 다른 하나는 권한과 책임의 일치원칙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이란 안전은 경제개발이나 산업진흥을 하는 부처와는 독립된 부처에서 견제와 균형을 제대로 할 때 안전사회가 구축된다는 원리에서 나온 것으로, 안전관련 부처가 경제나 산업관련 부처를 제대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출 때 비로소 국가나 사회의 안전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견제와 균형의 원칙은 자동차로 비유하자면 엔진과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경제 및 산업관련 부서가 엔진이라면 안전부처는 브레이크라고 할 수 있다. 엔진에게 브레이크 역할을 맡길 수 없듯이 경제나 산업 부처에게 국가안전을 맡길 수 없다.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는 사고를 피할 수 없듯이 안전부처에 의한 견제가 없는 사회는 사고를 피할 수 없다. 독립된 안전부처가 없거나, 있어도 독립성과 견제능력이 떨어진 사회는 안전 후진국일 수밖에 없다.

 

안전의 두 번째 원칙은 권한과 책임의 일치원칙이다. 우리나라 안전의 고질적인 문제는 권한은 과도하게 위에 있는데 책임은 늘 권한이 없는 아래 사람에게만 묻는다는 것이다. 사고가 반복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권한을 가진 자에게 책임을 묻거나 안전관리 책임을 준 자에게 그에 상응하는 권한을 주어야 할 것이다. 

 

타워크레인 사고는 위와 같은 원칙이 깨진 대표적인 사례이다. 2008년부터 타워크레인 검사는 건설기계관리법에 의해 고용노동부 소관에서 국토교통부로 넘어갔고, 검사는 공공기관에서 민간기관으로 이관되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건설현장에서 원청사는 타워크레인 임대계약만 맺을 뿐, 타워크레인의 설치·해체 및 사용에 과한 모든 관리 및 책임은 소규모 영세업자에 불과한 임대업자에게 일임하고 있으며, 그나마 가장 위험한 설치와 헤체 작업은 또 다시 영세소규모의 설치 및 해체팀(일명 도비팀)에 하청을 주고 있는 실정이다. 권한과 책임의 일치원칙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사고는 가장 약한 고리를 뚫고 나온다. 안전의 기본과 원칙이 작동하지 않는 사회에서는 언제, 어디에서, 또 다시 타워크레인이 무너질지 모르는 일이다. 아니 타워크레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타워크레인의 붕괴사고는 또 다시 세월호 참사와 같은 비극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경고 사인인지도 모른다. 국가안전관리체계의 근본적인 개편이 시급하다. 

 

* 박두용 교수는 한국안전학회 부회장직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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