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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터뷰] 배병길 한국건축가협회장

"건축은 언어너머의 세계를 공간에 표현 하는 것"

변완영 기자 | 입력 : 2017/10/26 [10:00]

 

염치의 미학’을 통해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소쇄원’ 최고의 건축

 

▲ 배병길 한국건축가협회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변완영 기자] 본지는 창간 12주년을 맞아 배병길 한국건축가협회 회장을 만나 UIA대회 뒷이야기와 그의 삶과 건축철학 등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건축 분야에서 세계 최대 규모이자 가장 권위 있는 국제행사인 ‘국제건축연맹(UIA·Union Internationales des Architects) 세계건축대회’가 지난달 4일~7일 서울에서 열렸다. 세계적인 건축 거장들이 서울시에 모였다. 전 세계 124개국의 건축계 대표들과 3만 여명의 건축인이 함께한 ‘제 26회 UIA 2017 서울세계건축대회’에서는 도시화 과정 속에서 건축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을 위한 건축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한국건축단체연합(FIKA) 배병길 대표회장은 “이번 대회는 건축이 산업이면서 문화예술이라는 인식을 확산하고 세계 각국 건축인들과의 교류와 해외진출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라며 “한국사회와 건축문화를 알리는 좋은 대회로 인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UIA, 건축인들의 정보·문화교류의 장 펼쳐

 

UIA의 의미에 대해서 배 회장은 “큰대회이긴 한데 월드컵처럼 잘 일반인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적으로 적극적인 호응을 받고 있지 않다. 그것은 조직의 문제라기보다는 건축이라는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그들만의 잔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건축하는 사람들조차도 호응이나 반응이 적은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이것은 향후 UIA의 과제일수 있다. 또 하나는 일회성으로 3~4일정도 전시로 끝나기 때문에 지속성이 부족하고, 3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했다.

 

또 UIA가 세계건축의 흐름을 주도하지 못하는 면도 있다. 가령 미국이나 유럽이나 지속가능한(Sustainable)주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도 간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건축으로 하나 된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건축인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각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즉 지역성(locality)을 이해하는 측면이 부각되어야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건축가협회와 대한건축사협회의 차이점에 대해 배 회장은 “한국건축가협회는 건축은 문화이자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반면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시험을 합격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일종의 직능단체로 서로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대한건축사협회는 건축사라는 자격증을 따서 건축사로서 업무를 하는 곳이라면 한국건축가협회는 1957년2월18일 창립돼 올해로 60년8개월로 역사가 오래됐고, 건축가로써의 강한 프라이드를 갖고 있는 회원이 4100여명이라고 했다. 건축이 예술일 수밖에 없는 건축의 당위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드웨어적인 것만으로는 삶의 질을 높여주지는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 배 회장의 대표작 '학의재' 북측전경                                                  © 국토매일

 

어떤 건축을 할지는 선택의 문제…다양한 경험이 자산

 

건축에 대한 이해를 전통에 둘 것인지 미래에 둘 것인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건축은 창조 작업으로 현재와 미래의 건축에 관심을 가진다면 이것은 일종의 과거와의 단절을 할 것이고, 과거와 합체할 수도 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서양의 것을 모방할 수도 있다.

 

배 회장은“건축은 편리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살기 편하고 아름다운 것은 기본이다. 불편하게 지어진 것도 있을 수 있다. 통로가 좁을 수도 있다. 의도적으로 통로가 좁거나 천장이 높을 수 있다. 이것도 건축가의 잘못이 아니다. 서로 다른 차이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라 면서 “공간의 흐름이나 리듬을 주기해서 높이기도하고 좁히기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건축가는 감정의 흐름을 조절해주고 싶어 한다. 건축가의 의도를 알든 모르든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서로 공감대를 형성해 간다. 기능을 중시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제공해주는 것이 건축가이다. 평이한 건축가는 창의적(Creative)인 생각을 안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요리사도 주방장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쉐프’라고도 부른다. 작은 차이가 미묘한 것이다.”라고 건축가의 역할을 말했다.

 

절제와 여운과 조화가 이뤄지는 ‘염치의 미학’

 

그의 건축철학은 ‘염치의 미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염치는 조선성리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국가와 나와 관계는 충, 친구와 인간관계는 의. 부모와 나와의 관계 효, 형제관계에서는 제, 염치라는 것은 나와 상대 혹은 사물과의 관계가 염치이다. 절제하고 삼가는 것이 곧 여운이 있는 것을 말한다. 염치가 없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부정적인 의미가 강하다.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기 피알시대에 살다보니 삶이 황폐해지기도 하다는 것이다. 

 

또한 자연을 바탕으로 올바른 관계설정을 해야 한다. 건축은 자연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자연이 주인이고 사람들은 임차인에 불과하다. 아무리 소유권을 주장해도 백년이상 사용할 수 없다. 자연이라는 커다란 시각에서는 자연을 임차해서 다시 자연으로 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염치의 마음이다. 예를 갖추어야한다.

 

자연을 가꾸고 상대편을 위하는 것이 곧 나를 위하는 것이다. 즉 내가 너를 존경하면 남도 나를 존경하는 것이다. 땅을 무조건적으로 파고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이해하고 제자리로 돌려주어야한다. 땅은 오랜 세월동안 물이 스며들고, 굳어지고 해서 현장을 지켜왔다. 이러한 땅을 마구잡이로 파헤친다면 저항을 못하지만 울림이 있고, 자연은 인간을 대적하게 될 것이다. 자연을 이해하는 것이 사람을 위하는 것이다. 자연을 자연스럽게 대해야한다. 

 

▲ 배 회장의 대표작 '현대갤러리'와 외부풍경                                  © 국토매일

 

호기심에 시작한 건축, 김중업 선생을 만나 건축의 넓은 바다로 항해

 

건축을 하게 된 계기는 호기심 때문이란다. 가만히 돌이켜보면 건축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는 것이다. 건축은 매력이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했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김중업 선생을 만나면서부터이다. 사람을 잘 만나야한다. 특히 전문영역일수록 더욱 그렇다. 김중업 선생을 만나서 인생이 달라졌다. 건축은 마음속에 있는 것을 풀어내는 것이다. 공부를 잘하는 것이랑 건축을 잘하는 것은 다른 것이다. 내공이 쌓여야 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건축한지 20년 정도 지나야 겨우 건축의‘ㄱ자’정도 안다며 건축의 어려움과 인내를 강조했다.

 

사실 그는 대학에서 교수님들에게는 배운 것보다는 김중업 선생에게 배운 것이 더 많다. 배 회장은 말하기를“그분은 우리하고 생각이 다르다. 대가이기 때문이다. 나는 갓 대학졸업한 수준이고, 선생님은 시적인 표현이 많아서 생각이 응축돼 있다. 생각이 응축된 건축가였다. 건축에 대한 시간이나 시각, 고민들이 응축되어서 농도가 짙었다.”고 스승에 대해 회고했다.

 

배 회장 음악에 대한 관심도 많다. 같은 예술영역에서는 비슷하다. 예술이냐 아니냐는 언어 세계를 넘어서는 표현할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있다고 봤다. 

 

“시인이나 음악가들은 사물을 표현하는데 있어서 정재된 언어나 음율로 인간의 희노애락을 표현하듯이 건축도 마찬가지로 언어 너머 세계를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건축이다”라며 건축의 매력을 설명한다. 즉, 시인은 언어로, 음악가는 소리로 세상과 소통하듯이 건축은 공간에 표현한다. 수단과 표현방법만 다를 뿐이다.

 

건축이고 문화이고 예술, 산업…건축문화진흥법 제정돼야

 

어떤 건축이 좋은 건축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는 주저함 없이 담양의 소쇄원을 들었다. 대표적인 염치의 미학이라는 것이다. 문만 열면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없어지기 때문에 그 안에서 문을 열면 자연 속에 있는 기분이 든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내세울만한 건축물이라고 칭찬한다.

 

건축과 인간은 상호작용을 한다고 하면서 어떤 공간에 사느냐도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건축은 사회성을 가진다는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에 대한 내공이 쌓일수록 인문학적으로 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건축가들도 제대로 건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건축물은 보통30~50년가니까 국가의 자산이다. 건축의 사회성을 따지면 건축을 잘하고 못하느냐는 국가의 격이 달라지는 것이다. 건축은 곧 격을 높이는 작업이다. 

 

따라서 한국건축가협회장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서“건축이 무엇인가 진정으로 알리고 싶다. 제대로 건축하는 것이 자산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소망을 피력했다. 건축은 문화이면서 예술이고 산업이기에 더욱 소명감이 든다는 부연설명이다. 건축은 산업과 문화의 쌍두마차가 이루어야한다.

 

건축이 산업과 문화에서 같이 가면 경쟁력이 있지 않겠나라고 반문한다. ‘건축산업진흥법’과 함께 ‘건축문화진흥법’도 제정을 해야 한다는 것이 배 회장이 정부에 바라는 것이었다. 

 

- 배병길 회장은

 

중앙대, 미국 UCLA 건축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국제갤러리 1관, 중광 예술촌 등을 설계했으며 한국건축문화대상, 서울시 건축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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