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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 원전’ 선언부터 ‘공론화’까지… 대한민국 원전의 미래는?

문 대통령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은 운항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

한성원 기자 | 기사입력 2017/10/25 [17:44]

‘탈 원전’ 선언부터 ‘공론화’까지… 대한민국 원전의 미래는?

문 대통령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은 운항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

한성원 기자 | 입력 : 2017/10/25 [17:44]
▲ 공론화 과정을 거쳐 건설 재개가 결정된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 현장 


[국토매일-한성원 기자] 지난 6월 19일 부산 기장군에 위치한 고리 원자력발전소 1호기가 영구 정지됐다. 1978년 4월 29일 국내 첫 원전이라는 이름 아래 상업운전을 시작한 고리 1호기는 이후 40여 년간, 특히 1980∼9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기에 부족했던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남기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이 날은 대한민국 에너지 대계에 있어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더 큰 의미를 갖는 날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이 날 고리 1호기 영구 가동중지 선포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은 ‘탈 원전’ 정책으로의 전환을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설계수명이 끝난 원전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운 바 있다. 지난 정부에서 수명연장이 결정된 월성 1호기의 폐쇄, 30% 수준의 공정률을 나타내고 있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등이 바로 그것.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문 대통령의 복안이다.


표면적으로 문 대통령이 탈 원전 정책을 강조한 근거는 국민의 안전이다. 문 대통령은 “원전의 설계수명 연장은 운항선령을 연장한 세월호와 같다”는 말로 탈 원전에 대한 굳은 의지를 드러냈다.


탈 원전 정책이 공식화되자 각계각층의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서울대 공대 학생회는 “정부의 독단적인 탈 원전 정책 추진으로 차세대 원전 개발 사업 등이 위기에 처했고 학문은 존폐의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며 탈 원전 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정감사에서는 급격한 신재생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전기요금이 400% 인상된 캐나다의 예를 들며 탈 원전 정책이 국민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이미 1조6000억원이 투입된 신고리 5·6호기 건설이 중단되면서 한국수력원자력 노조와 원전 시공업체 측이 대규모 농성을 벌이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전개되기에 이르렀다.


이에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과 재개에 대해 공론화를 거쳐 결정할 것을 천명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였다.


‘공론화’ 100일간의 막전막후


지난 20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약 3개월간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 대 정부 권고안을 발표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재개 여부에 대한 공론화 결과는 재개 59.5%, 중단 40.5%로 나타났다. 총 4번의 설문조사에서 조사 회차를 거듭할수록 공사 재개와 중단의 차이가 더욱 커져 최종적으로 19%p의 유의미한 차이가 났다는 것이 공론화위원회 측의 설명이다.


원전의 축소, 유지, 확대 등 정책방향에 대해서는 원전 축소 의견이 53.2%로 가장 많았다. 유지 의견은 35.5%, 확대는 9.7%에 그쳤다.


결국 공론화위원회는 공론화 기간 내내 ‘뜨거운 감자’였던 신고리 5·6호기에 대해서는 건설 재개를 권고하면서도 원전 축소 의견까지 함께 제시해 정부의 탈 원전 정책에 힘을 실어준 셈이 됐다.


문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45회 국무회의를 통해 “이번 공론화 과정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한층 성숙시키고 사회적 갈등 현안 해결에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며 “국가적 갈등 과제를 소수의 전문가들이 결정하고 추진하기보다는 시민들이 공론의 장에 직접 참여하고 여기서 도출된 사회적 합의를 토대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훨씬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날 정부는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내용 및 정부방침안을 심의·토론한 뒤 신고리 5·6호기 공사재개를 의결하고 ‘에너지 전환(탈 원전) 로드맵’을 발표했다.


대한민국 원전 정책, 어디로 향하나


정부가 발표한 탈 원전 로드맵은 크게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노후 원전 수명연장 금지, 그리고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계획을 제외하면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는 이 같은 탈 원전 로드맵이 추진될 경우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이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으로 인해 64개 협력사들이 한수원에 접수한 피해보상 청구금액만 해도 960억원에 이르는 상황이다.


신규 원전 6기 건설 백지화에 따른 매몰비용 역시 2000∼300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 한수원의 설명이다. 신한울 3·4호기 설계 용역비 등에 1539억원, 천지 1·2호기 일부 부지 매입비용 등으로 885억원이 들어갔다. 해당 지자체로부터 수백억원대의 특별지원금을 받은 부분도 공사가 중단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여기에 협력사 배상비와 지역 지원금 등을 더해 매몰비용을 최대 1조원 이상으로 추산하기도 한다.


또한 월성 1호기의 가동을 내년 1월부터 설계수명 만료일인 2022년 11월 20일까지 중단할 경우 한수원이 1조4991억원의 전력 판매 손실을 입을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고 있다.


로드맵에서 탈 원전 정책의 대안으로 제시한 신재생에너지 확대 가능성도 미지수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늘리려면 2030년까지 매년 20조원을 쏟아 부어야 함은 물론 전기요금 인상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의 전력 공급은 석탄이 39.3%, 원전이 30.7%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LNG 발전 비중은 18.8%,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5%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전기요금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먼저 탈 원전 정책을 시행한 독일, 일본 역시 20%가량 증가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건설 등 국내 산업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계획됐던 원전 건설이 백지화되면 한수원과 계약을 맺은 협력사와 근로자, 지역 건설업체까지 내상이 깊어질 것은 자명하다.


일단 정부는 탈 원전에 따른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한편 해외 원전수출을 적극 지원해 이를 상쇄한다는 입장이다.


사우디, 체코, 영국 등과의 정상회담 및 장관급 회담을 추진함은 물론 고리 1호기 영구정지를 계기로 58개 상용화기술 중 미확보 17개, 38개 원천기술 중 미확보 11개 기술 개발도 계획하고 있다.


또한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해외 원전해체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동남권 원전해체연구소 설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용역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탈 원전 정책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지난 19대 대선 당시 정책공약으로도 내걸었던 것으로 향후에도 흔들림 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정책추진 의지를 공고히 했다.


백 장관은 또 “이번 탈 원전 로드맵 발표로 원전 산업 생태계는 신규 건설과 해체 산업 부분으로 나뉜다”며 “신규 원전 수출은 국익이 우선되고 리스크 관리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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