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효율화로 서비스 질 높여 국민 혜택주는 게 진짜 공공성”

40여년간 건설교통 실무 거친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

조영관 기자 | 입력 : 2017/10/16 [11:12]

 

철도시설공단·철도공사 상하분리 이끌며 철도구조개혁 선봉
“철도경쟁체제 위해 상하 분리 바람직… 컨트롤타워 역할 필요”

 

▲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가장 큰 공공성은 제대로 된 철도 운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로소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며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투입했는데 운영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게 바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 조영관 기자

 

[국토매일-조영관 기자] 정종환 전 국토교통부 장관(70)은 세간의 평가와는 달리 아이러니하게도 정치적인 잣대에서 가장 자유로운 인물이다. 김대중 정부 제21대 철도청 청장을 지냈고, 노무현 정부에선 한국철도시설공단 초대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제1대 국토해양부 장관에 발탁됐다.

 

그의 40여년에 걸친 건설교통 실무 발자취에는 ‘철도’라는 하나의 연결고리가 있다. ‘철도를 사랑한 남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정종환 전 장관에게 국내 철도 산업 발전을 위한 열쇠는 효율화로 대변되는 민영화였다. 정 전 장관은 철도구조개혁의 선봉장이었다.

 

정종환 전 장관은 5년마다 정부에 따라 정책이 부상하거나 사장되는 등 부침을 겪고 있는 국내 현실에서 특히 철도 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 전 장관은 “정치적 수사 없이 정말 대한민국의 철도 발전을 위해서 궁극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 것인가를 설정하고 그에 대한 단계별 전략을 구사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국내 철도의 현주소를 진단한다면?

 

지금 철도는 내가 추진하던 방향하고는 너무나 다르게 가고 있다. 철도청장 당시 민영화를 하나의 목표로 계획을 세우고 우선적으로 추진했다.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았다.

 

철도 운영체제 벤치마킹을 위해 직접 일본에 갔었는데, 일본의 관계자들이 말하길 우리의 전철을 밟지 말라는 것이었다. 일본은 국영철도를 시작으로 공사화를 거쳐 민영화됐다. 그 공사화의 시간이 철도발전 측면에서는 허송세월했다는 것이다. 공사화하면 더 잘될 줄 알았는데 국영 때보다 더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철도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자신들이 겪은 공사화 과정을 겪지 말고 소위 민영화로 가는 게 낫다고 말했다. 결국 민영화가 답이라는 것이다. 대한민국 철도발전의 나침반 격이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놓치고 공사화로 가다보니까 지금 이렇게 헤매고 있다고 본다.

 

- 일본의 철도 공사화 기간에서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었나.

 

모럴 해저드(moral hazard·도덕적 해이)다. 구조개혁이나 고통을 감내하는 노력을 통해 군살빼기 등 제대로 혁신을 했어야하는데 모럴 해저드 때문에 잘못된 방향으로 간 것이다. 부채만 늘어나고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는 등 철도 산업이 이상한 방향으로 갔다는 것이다.

 

- 공공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은데.

 

공공성이라는 건 말만 그렇지 실체가 없다. 가장 큰 공공성은 제대로 된 철도 운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비로소 국민들에게 혜택이 돌아가게 하는 것이다.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명목으로 세금을 투입했는데 운영에 있어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게 바로 국민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다. 과연 공공성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봐야 한다.

 

- 초대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철도공사와 철도공단 상하 분리를 이끌었는데.

 

당시 2004년 고속철도 개통을 앞두고 고속철도건설공단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내가 ‘철도구조개혁’을 단행한 장본인이다. 고속철도 건설 완료를 앞둔 상황에서 조직의 앞날 등 내부가 어수선해 교통정리가 필요한 시기였다. 고민 끝에 일반철도와 고속철도 건설은 철도시설공단이 하고, 운영은 철도공사에 넘겨주자는 상하분리 안을 냈다.

 

사실 프랑스 등 외국에서 시설과 운영을 분리한 사례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향후 철도가 민영화로 간다고 했을 때 철도운영회사가 하나가 되라는 법은 없다는 생각이었다. 복수의 운영회사가 나오면 시설이나 노선 배분 등 관리감독을 정부가 해야 한다. 때문에 철도시설공단과 코레일로 건설·시설관리와 운영을 이원화시키는 건 너무나 자연스러운 결론이었다.

 

- 두 기관이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열차 사고 등 문제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 있다.

 

두 기관이 제대로 정상적으로 운영된다면 서로 책임소재를 떠넘길 필요가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사고 조사를 정확하게 해야 하는 것이다. 처음 철도청장을 맡고 가장 신경 썼던 게 사고조사였다. 그동안 사고조사가 제대로 안 됐다. 철저한 사고 조사를 통한 원인 규명이 안 되면 사고 예방도 할 수 없는 것이다.

 

사고 원인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시설·신호·운전·차량 등 각 분야의 세력에 의해 서로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엔 사고 원인이 은폐되기 때문이다. 철저하게 사고조사담당관을 세워 사고 원인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규명할 수 있다면 사고예방은 이뤄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철도청장 재직 당시 사고 원인 조사 권한을 주고 어느 누구도 간섭 못하게 했다. 청장 직보(直報) 체계를 만들어놓으니까 원인조사 결과가 이른 바 조직의 ‘파워 게임’에 의해 나오는 게 아니라 조사관의 조사에 의해 나오고 결국 한번 발생한 사고는 재발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실 이 같은 마이너한 문제를 갖고 철도공단과 철도공사의 관계를 논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 장래 철도의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각 기관의 역할 분담을 제대로 하면 되는 것이다. 솔직히 철도공사가 그동안 너무 욕심을 부렸고, 철도 장래에 대한 비전제시를 못한 측면도 있다.

 

궁극적인 책임은 국토교통부의 리더십 부재라고 본다. 어떻게 업무 역할을 분담하고 방향을 확실히 한 다음 국토부가 리더십을 발휘해 관계 정리를 해줬어야 한다.

 

모든 문제에서 볼 때, 국토부의 철도에 대한 리더십과 방향 설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절실히 느낀다. 두 기관이 티격태격하고 있는 것은 국토부가 제대로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철도 민영화를 가정한다면 관제권을 철도시설공단이 갖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앞으로 제3의 철도운영회사가 나타났을 경우 관제권을 두고 다툼이 날 수 있다. 중립적으로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철도시설공단에 관제권을 줘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본다.

 

지금과 같은 어정쩡한 상황은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가 결국 싸울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국토교통부가 해결해야 한다.

 

▲ 40여년간 건설교통 실무 거친 정종환 전 장관은 "철도를 위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전혀 교류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 조영관 기자

 

- 철도공사와 철도노조는 철도공단과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철도공사의 부채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인가.

 

건설 부채는 운영사가 갚아야하는 것이다. 두 기관이 분리돼서 부채가 쌓인 게 아니다. 철도청장 당시 업무를 보면 철도 건설에 대한 비중은 20%이고, 80%가 철도운영에 대한 업무였다.

 

결국 철도공사와 철도시설공단하고 분리를 통해 철도에 대한 투자와 고속철도 건설이 크게 늘어났다.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철도를 건설하느냐에 집중하다보니까 효율적인 철도 건설이 가능한 것이다. 만약 분리가 안 됐다면 가당치도 않은 얘기다.

 

상하 분리는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 이 같은 장점을 얼마든지 승화시킬 수 있는데, 국토교통부의 리더십 부족으로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가 서로 싸움하는 기관이 되고 오히려 관계가 더 복잡해진 것이다.

 

특히 철도시설공단과 철도공사가 분리된 건 민영화 수순이었던 만큼, 장래에 운영회사가 늘어날 상황을 고려한다면 당연히 두 기관이 분리돼야 하는 것이 맞다. 어느 한 회사가 건설과 운영을 모두 갖고 있으면 이른바 ‘갑질’을 하게 되고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철도 건설은 국가의 책임이기 때문에 철도시설공단은 국가를 대신해 건설을 담당하는 소위 ‘프로젝트 매니지먼트’ 기관인 것이다. 철도경쟁체제가 되기 위해 두 기관의 분리가 바람직하다.

 

두 기관을 통합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통합을 하면 대한민국의 철도는 후퇴할 것이다. 서로 싸운다는 작은 단점 때문에 장기적인 철도 발전의 문을 닫는 격이다.  철도시설공단은 철도 효율화를 위한 하나의 발판이다.

 

- 그렇다면 민영화 수순이라고 보는 SR(수서고속철도)은 정착됐다고 보나.

 

시늉만 하는 것이다. 오히려 철도공사와 SR 모두 멍드는 것이다. 비용만 늘어나고 비효율적이다. 경쟁체제를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철도공사 자회사 체제로 무슨 경쟁이 되겠나. 요금이 내려갔다고 하는데 거리가 짧으면 당연히 요금이 내려가는 것 아닌가. 난센스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안 하려면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맞다.

 

- 항간에서는 SR과 철도공사의 통합설이 흘러나오고 있는데.

 

지금과 같이 한다면 차라리 통합하는 게 낫다고 본다. 경쟁체제를 하려면 지금과 같은 자회사 체제로는 안 된다. 지금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이다. 비용만 많이 발생하고 실질적인 경쟁 효과는 보지도 못할뿐더러 괜히 분리운영하면서 편법으로 경쟁체제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어정쩡하게 중간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에 휘둘려 미봉책으로 결정하다보니까 지금과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 철도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철도 실무를 담당할 때 느낀 것은 철도 종사 직원들이 사명감도 크고 전문가에 대한 자긍심도 높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그런 게 줄어든 것 같다. 공공 철도는 자긍심과 자부심으로 운영돼야 한다.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어서 굉장히 안타깝다. 각 기관이나 개인들이 이익만 추구하면 안 된다. 철도를 위해 진지하게 토론하고 논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전혀 교류를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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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kahn 17/10/19 [13:14]
철도의 나갈 방향을 명확히 집어준 내용이라 생각됩니다. 국민을 위한 철도로 공공성을 강화하는 길이 곧 철도효율화라는 언급에 동의합니다. 수정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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