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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표류하는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안착 할 수 있나?

2000억원 모금액 중 50억원만 완료…약속 이행 의지 없어

홍세기 기자 | 기사입력 2017/09/19 [09:59]

[기획] 표류하는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안착 할 수 있나?

2000억원 모금액 중 50억원만 완료…약속 이행 의지 없어

홍세기 기자 | 입력 : 2017/09/19 [09:59]

 

▲     © 국토매일


[국토매일-홍세기 기자] '4대강 입찰담합’으로 받은 제재가 지난 2015년 광복절 특별 사면을 통해 사라졌다. 당시 건설사들은 거친 비난 여론을 의식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총 2000억원 규모의 사회공헌기금을 내기로 합의했지만 여전히 50억원 정도를 모으는데 그쳤다.

 

이미 지난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거치면서 미르, K스포츠재단 등에는 수백억원의 자금을 지원해놓고 본인들이 약속한 2000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50억원 규모의 기금만을 모아 온갖 비난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여론을 의식했어야 할 건설사들이 왠 일인지 온갖 비난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뻔뻔한 태도를 ‘초지일관(初志一貫)’ 유지하고 있다. “이미 지나간 이야기를 해서 뭐해요”, “협회가 합의 하지 않고 한 이야기다” 등등 건설사 관계자들의 속내는 부담스럽다는 것. 

 

LNG 저장탱크 입찰 담합 혐의 사실로…자정결의 무색

 

최근 대형건설사들의 통영·평택·삼척 LNG 저장탱크 입찰 담합 혐의가 재판과정에서 사실로 드러나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소된 건설사 중 대부분은 4대강 사업 담합행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어 더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3조5000억원대 입찰을 담합한 혐의(공정거래법·건설산업기본법 위반)로 기소된 경남기업·동아건설산업·대림산업·대우건설·삼부토건·SK건설·GS건설·한양·한화건설·현대건설 등 10개 건설사가 지난 5일 열린 첫 공판에서 불법행위를 인정했다.

 

이들은 지난 2005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한국가스공사가 발주한 LNG저장탱크공사 입찰 12건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순번을 정해 골고루 수주를 받는 방법을 이용했다. 이른바 ‘짬짜미’다. 차례가 아닌 건설사들은 기존 합의된 가격보다 더 높은 금액의 입찰 내역서를 제출해 들러리 역할을 했다. 

 

이번 짬짜미는 최저가 낙찰제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해당 건설사들에게 역대 두 번째로 높은 351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번 공판으로 건설사들은 불똥이 어디로 튈지 노심초사(勞心焦思) 하고 있다. 담합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지난 2015년 약속했던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 대한 기부 이행 여론이 재차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     © 국토매일


건설업계 자정 결의·사회공헌재단 설립 약속은?

 

특히, 이번 담합 사태에는 대림산업, 대우건설, SK건설, GS건설, 현대건설 등 지난 2012년과 2014년 4대강 사업 관련 공사 담합 행위가 적발돼 처벌을 받은 회사도 포함돼 있다. 

 

당시 대부분의 대형건설사들이 두차례나 4대강 사업 입찰 담합 비리로 2012년 6월 1차 턴키 담합, 2014년 11월 2차 턴키 담합에 연루돼 관급공사 입찰 참여가 제한되고 있던 상황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제공했다. 2015년 정부가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건설사들의 담합 입찰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당시 정부가 4대강 담합에 연루돼 관급공사 입찰참여가 제한돼 있던 건설업체에 광복절 특사로 면죄부를 주자 기업들은 사회공헌재단 설립을 약속했다.

 

특사 혜택을 받은 그해 8월, 10대 건설사를 포함한 70여개 건설업체 대표들은 ‘건설업계 자정결의 및 사회공헌 사업 선포식’을 열고 “올해 2,0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을 출범시켜 사회공헌 사업을 확대 하겠다”고 말했다.

 

면죄부를 받은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 입찰제한이 해제된 업체들이 2015년 조달청을 통해서만 낙찰받은 것이 4조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재단 설립은 원활히 진행되지 않고 해를 넘긴 지난 2016년 1월이 돼서야 재단이 출범했다. 설립도 어려웠지만 더 큰 문제는 모금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시선은 따가울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연말이 다가오자 부족한 모금액에 대한 추가 편성에 대한 얘기가 재차 터져 나왔다. 당시 국정감사 시즌이 오자 일부 대형 건설사들이 재단 운영비를 출연할 것을 공헌하며 국정감사라는 소나기 피하기에 급급했다. 당시 대형 건설사 중 3곳은 연내로 50억원, 이듬해에 100억원을 내놓겠다는 방침까지 세웠었다.

 

국토부의 모금 독려도 잡음이 나왔다. 재단 설립이 건설사들의 자발적 의사에서가 아닌 국토부의 외압에 떠밀려 추진된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 이에 국토부는 “건설업계는 지난해 2000억 원 규모의 건설산업 사회공헌재단을 출범시켜 사회공헌 활동을 추진키로 약속한 바 있으나, 이후 1년이 다 되도록 47억 원 출연에 불과해 1차관 주재 주요 8개 건설사 CEO 간담회를 통해 대국민 약속이행과 업계 이미지 개선을 위해 출연을 독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별 분담액은 기업규모, 담합건수 등을 고려해 건설협회가 자율적으로 결정한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국토부는 “건설업계가 그 간의 잘못을 뉘우친다는 의미에서 국민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건설협회, 사회공헌재단 사무국 등을 통해 건설업계가 조속히 대국민 약속을 이행하도록 적극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 국토매일

 

약속했던 모금액 2000억원, 모인 금액은 50억원

 

2000억원 규모의 재단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던 건설사들은 지금까지도 50억원 규모의 기부금만이 모금됐다. 이에 건설사들은 SOC 축소, 해외사업 부진, 정부의 규제 대책으로 인한 국내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갖가지 핑계를 대면서 경영이 어려워 기금 조성에 시간이 걸린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 실적은 매년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말은 신용하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건설 비중이 높은 삼성물산 등 6개 건설사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조8100억원, 1조8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은 124.7%, 순이익은 574% 각각 증가한 수치다. 

 

또 최근 이어지고 있는 청약 열풍도 이들의 말에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더군다나 김현미 의원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되기 전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물산, GS건설, 대림산업, 두산중공업 등은 특별사면 이후 각각 150억원, 150억원, 150억원, 100억원을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에 기부하기로 약정했으나, 삼성물산 10억원, GS건설과 대림산업, 3억원을 납부하고 두산중공업은 전혀 내놓지를 않았다. 

 

반면, 삼성물산과 대림산업은 미르재단에 각각 15억 원과 6억 원을 출연했으며, 두산중공업은 K스포츠재단에 4억원을, 그리고 GS건설은 두 재단에 모두 7억8천만 원을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특별사면 시행 후 550억 원의 사회 기금을 내놓기로 한 이들 업체들의 현재까지 출연 금액 합계는 목표액의 2.9%인 16억 원에 불과했지만 사회적 공분을 일으킨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는 더 많은 돈을 기부했다. 

 

당시 김현미 의원은 “이들 업체들 스스로 국민과 사회에 약속했던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 2000억 원 출연은 물거품될 상황”이라며 “결국, 지난해 815 특별사면으로 부정당업자(국가계약법에 따라 입찰 참가 자격에 제한을 받는 사업자)에서 해제된 업체들은 국민과 사회에 약속했던 2000억원은 까마득히 잊은 채, 특별사면에 대한 보답이든 정부눈치를 보는 것이든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는 착실히 기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은 “지난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받은 48개 건설업체 중 절반에 해당하는 26개사의 부정당업자 지정 횟수가 5회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그 중에는 무려 57회나 부정당업자로 지정된 업체도 있어 큰 충격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의원은 “조달청을 통해서만 139차례 낙찰을 받는 등 꾸준히 실적을 올리고 있는 8.15 특별사면 건설업체들, 정부는 스스로 이들 기업들을 회생시켜준 만큼, 이들이 약속했던 사회공헌기금이 제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사회공헌재단 운영은 잘되고 있나?

 

2000억원이라는 거액의 규모는 모으지 못했지만 알찬 사회공헌 단체로서 활동은 잘 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먼저 주거환경개선사업에 3억원, 여성취약계층 주거개선사업 2억원, 불우이웃돕기사업 1억8000만원, 건설문화진흥사업 3300만원, 사회적의인지원사업 3000만원, 건설분야일자리창출분야 2000만원, 운영비 2억3000만원 등이 2016년도에 사용됐다. 

 

사업 목적은 다양하지만 어떤 사업에 쓰였는지는 확인하기 어렵고, 일자리 창출 분야 등은 모 메이저 매체에 거액이 지원된 사례도 있다. 

 

아울러 초대 이사장인 이상대 전 삼성물산 부회장이 개인적인 사유로 물러난 이후 공백이 지속되고 있어 건설업계가 사회공헌재단의 운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는 주장도 터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압박 움직임에 속타는 건설업계

 

건설산업사회공헌재단은 지난 6월 첫 이사회를 열고 기금 조성 논의에 착수에 들어갔다. 먼저 각 건설사가 매년 건설공제조합이 배당한 금액의 일정비율을 출연하거나 각 건설사가 가입하는 각종 건설공사 관련 보험을 건설공제조합에 가입해 조합의 이익금을 높여 이를 기금으로 내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기금 조성 방법이나 시기 등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재단기금을 직접 출연할 경우 앞서 문제가 됐던 미르재단이나 K스포츠재단 때 같은 논란에 휩쌓일 수 있고, 해외 발주처의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주주 가치 훼손으로 이사회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이미 1년 이상 기다려줬다는 신호를 보내며, 건설업계의 늦장 대응에 건설사 CEO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등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지난해에도 국정감사를 앞두고 건설사들은 기부의 뜻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증인 채택이 되지 않기 위해 나선 바 있으나 연말이 지나 해를 넘기고도 재단에 출연금을 내지 않았던 사례가 있어 정치권을 설득하기에는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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