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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최민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자담보책임, 발주자 불공정을 해소해야

국토매일 | 입력 : 2017/08/08 [16:39]

 

▲     ©국토매일

[국토매일] 최근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 관련하여 발주자가 지나치게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비근한 예로서, 시공자의 귀책 사유가 없는 하자에 대하여 보수 책임을 부과하는 사례가 있다. 예를 들어 지하철에서 준공 후 수 년이 경과된 후에 발생하는 균열이 있는데, 이는 통과 차량이나 터널 상부의 충격에 기인하는 사례가 많다. 그런데 현행 법에서는 최장 10년간 시공자에게 균열을 보수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교량 공사의 경우, 준공 후 10년이 지난 시점에서 주요 구조부의 페인팅을 다시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반복된 교통 하중으로 교량의 신축이음장치가 마모된 경우, 이를 하자로 판정하여 보수를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조경공사에서는 발주자의 관리 미흡으로 수목(樹木)이 고사(枯死)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다. 

 

건축물의 예를 보면, 사용 과정에서 방수층이 노후되거나 설비의 고무패킹이 마모되어 누수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자연적인 성능 저하나 마모, 또는 발주자의 유지관리 소홀에 기인하는 하자까지 보수 책임이 부과되는 사례가 많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는 하자책임기간이 장기화되어 있으며, 시공자에 대한 면책 규정이 명확치 않기 때문이다. 

 

-외국은 일상적인 하자에 대하여 1-2년 책임 부여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세부 공종별로 1-3년의 하자책임기간을 규정하고 있으며, 시설물별로 주요 구조부에 대해서는 5-10년의 책임을 부과하고 있다. 이는 외국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긴 편이다. 

 

주요 외국의 사례를 보면, 시공자의 고의·과실에 기인한 중대 결함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하자에 대해서는 1-2년으로 책임 기간을 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 건설현장에서도 하자담보책임기간은 대부분 1년 내외로 설정되는 사례가 많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가 발주한 공사의 하자보증기간은 계약서와 공사 현장이 소재한 주법의 규정에 따르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대부분 1년으로 파악되고 있다. 영국의 공공공사 표준도급계약약관에서는 계약 체결시 도급금액의 10% 수준의 이행보증증권을 제출토록 요구하는데, 하자담보책임도 보증에 포함되며, 보증 기간은 대개 1년이다. 또, 하자의 보수는 유보금(retention money)을 담보 수단으로 하는 사례도 많은데, 그 한도는 계약금액의 5% 이하가 보통이다. 

 

일본의 공공공사 표준도급계약약관에서는 하자의 보수 또는 손해 배상 청구가 가능한 기한을 정하고 있는데, 목적물 인도 후 목조건물이나 설비공사는 1년, 콘크리트구조물은 2년 이내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그 하자가 수주자의 고의 또는 중대 과실로 생긴 경우에는 그 기한을 10년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자담보책임과 품질보증을 구별해야

 

국내의 하자책임기간이 장기화된 이유는 성수대교 붕괴 사고 등을 거치면서 부실공사를 방지한다는 취지하에 시공자의 책임기간을 크게 늘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계적으로 시공 하자의 80% 이상이 준공 후 1∼2년 이내에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책임 기간이 지나치게 장기화된 경향이 있다. 또, 하자에 대한 객관적인 판정 기준이 미흡한 상태에서 시공자의 책임만을 가중시켰다는 지적도 있다. 

 

법적으로 보면, 고유한 의미의 하자담보책임 이외에 품질보증기간 등이 혼재되면서 시공자의 하자책임기간이 장기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고유한 의미의 ‘하자담보책임’이란 준공 시점에서 흠결 없는 목적물을 납품해야 하는 시공자의 책임을 의미한다. 다만, 준공 시점에서 확인이 어려운 잠재 하자(latent defects)가 있기 때문에 1-2년 정도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설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비하여 품질보증기간이란 제조업을 예로 들 때 생산자가 아무리 주의를 기울이더라도 확률적으로 불량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에 대하여 생산자가 책임을 지는 것이다. 이는 생산자의 고의·과실을 요건으로 하기 때문에 고유한 의미의 하자담보책임과는 성격이 다르다. 

 

-종합과 전문의 하자책임기간은 일치해야

 

한편, 국내에서는 시설물 종류 이외에 세부 공종별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정하고 있다. 이는 방수나 도장공사 등을 원도급할 경우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를 하수급자의 하자담보책임기간으로 혼동하는 사례가 많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원수급자와 하수급자의 하자책임기간은 동일해야 한다. 외국의 약관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하수급자의 하자책임기간을 따로 정하고 있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결국, 현행 법체계 하에서는 일반적인 하자의 경우 전문공종별 책임 기간에 맞추어 원수급자의 하자책임기간도 종료되도록 규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자책임기간을 단기와 장기로 구분 필요

 

해외 사례나 법적 검토를 토대로 할 때, 현행 하자담보책임기간을 경미한 단기 하자와 중대 결함에 대한 책임 기간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건조수축 균열이나 창호의 개폐 불량 등 일반적인 하자에 대한 책임기간은 1-2년으로 규정하되, 시공자의 고의·과실에 기인한 침하나 부분붕괴 등 중대한 결함은 5-10년으로 책임기간을 규정할 수 있다. 

 

현행 법의 체계 하에서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단기 하자와 장기 하자로 구분할 경우, 일상적인 단기 하자에 대한 시공자의 책임기간은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규정되어 있는 19개 세부 공종별 책임기간으로 규정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다. 또, 현행 법에 규정된 14개 시설물 종류별 하자담보책임기간은 장기(長期) 하자에 대한 책임기간으로 규정할 수 있다. 즉, 고의과실에 기인한 중대 하자에 대한 책임기간, 즉 품질보증기간으로 명시할 수 있다.

 

-시공자의 면책 규정을 명확히 해야

 

시공자에 대한 면책 규정도 명확히 해야 한다. 건설산업기본법에서는 시공자의 면책 사유로서 발주자가 지급한 자재가 품질 기준에 미달했거나 발주자 지시에 따라 시공한 경우, 목적물을 내구연한이나 구조내력을 초과하여 사용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즉, 시공상의 잘못이 아니라, 사용 단계에서 자연적인 성능 저하나 발주자의 유지관리 부실 등에 대한 시공자의 면책 규정이 명확치 않다. 

 

국제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FIDIC계약조건’을 보면, 자연적인 성능저하(wear and tear)에 대해서는 시공자의 면책을 명확히 하고 있다. 또한, 영국에서 주택의 하자 보수를 담당하는 NHBC(National House Building Council)에서는 10년 보증을 행하는데, 보증 대상이 되는 것은 설계시공기준을 위반하여 발생한 구조상 중대 결함 또는 지반의 침하나 융기에 의한 결함으로 한정되어 있다. 즉, 3~10년 장기 보증의 경우 재료의 자연적인 성능 저하, 건조수축 균열, 결로에 의한 손상, 또는 유지보전을 게을리하여 생긴 손상에 대해서는 NHBC가 면책을 가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해외 사례 등으로 판단할 때, 자연적인 성능저하나 유지관리 소홀에 기인한 하자까지 시공자에게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현재의 하자담보책임 규정은 발주자의 불공정한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제는 건설공사의 하자담보책임 제도를 글로벌스탠더드에 부합되도록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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