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김승종 국토연구원 토지정책연구센터장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지 마라

국토매일 | 입력 : 2017/08/08 [16:32]

 

[국토매일] 오늘날 상가건물 임대인과 임차인의 관계는 ‘조물주 위에 건물주’라는 말로 대신할 정도로 과거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를 연상시킨다. 1945년 광복 직후 소작료는 수곡총액의 80%를 상회하였고, 임차농가는 85.9%에 달했다. 농림어업이 GDP의 40%에 달하던 당시에는 생존을 위해서 농지가 필요했고, 이로 인해 지주와 소작인의 관계가 형성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농지개혁법」(1950년)을 통해 유상몰수?유상분배를 시행하여 농지개혁 직후 임차농가 비율을 8%까지 완화시킨 바 있다. 2016년 말 현재 농림어업의 GDP 비중은 2.2%인 반면, 서비스업의 GDP비중은 59.2%에 달하고 있다.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질수록 서비스 공간을 제공하는 자와 생계를 위해 그 공간을 이용하는 자 사이에 갈등관계가 심화될 수밖에 없다. 

 

지난 2015년 5월 13일 국회는 상가권리금을 법제화하는 내용으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임법」)을 개정하였다. 이를 통해 지난 수십 년 간 제도권 밖에서 관행적으로 거래되어온 권리금이 법제화되었고, 상가임차인이 권리금을 회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되었다. 첫째,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기회를 보장하고, 이를 방해한 임대인에 대해 임차인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되었다. 둘째, 모든 상가건물 임차인에게 대항력을 인정하여 건물소유자가 변경되더라도 5년 동안의 계약갱신청구를 인정하였다. 셋째, 권리금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 권리금 산정기준을 마련하였다. 넷째, 권리금 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권리금 표준계약서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 청구기간이 5년밖에 되지 않으며, 임대인이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 임차인의 권리금이 보호되지 않는 등 상가임차인은 여전히 불안한 지위에 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상가임차인 지위 강화를 위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는 상가임차인의 계약갱신청구권 행사기간이 현행 5년에서 10년으로 연장하고, 현행 9%인 보증금과 임대료 인상률 상한선은 5% 이하로 낮추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또한 실태조사를 거쳐 상가 임차인이 90% 이상 보호받을 수 있도록 환산보증금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재건축의 경우 건물주가 임차인 보호방안을 마련하도록 할 예정이며, '상가임대차 분쟁조정위원회'를 신설해 상가 임대차분쟁의 신속한 해결을 도모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한 권리금 보호대상에서 제외되었던 「유통산업발전법」상 대규모점포와 국공유재산에 대한 개선도 이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상가임대차관계는 기본적으로 당사자 간의 계약관계로서 계약기간과 내용 및 상대방선택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 또한 임대료는 경기변동, 상권변화, 업종변경 등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한다. 따라서 모든 상가임대차계약을 10년까지 연장하면서 차임증감청구권을 5%로 제한하는 것이 임대인의 지위가 과도하게 제한될 우려를 간과할 수 없다. 그러나 상가임차인은 상가건물에 수 천 만원에서 수 억 원까지 시설투자를 하면서도 「민법」 상 비용상환청구권(626조)이나 부속물매수청구권(제646조)을 행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임대인이 계약체결 시 임대목적물의 원상회복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와 같이 임대인이 차임과 보증금을 매년 9%씩 증액하는 경우 차임과 보증금은 임대차계약이 5년에 달하는 시점에 41%, 9년에 달하는 시점에는 100%까지 상승하게 된다. 2008년 「상임법」 개정 당시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7.31%(2008년 8월)이었던 반면, 현재 시중은행 대출금리는 3.44%(2017년 6월 기준)에 불과한데도 불구하고, 「상임법」 상 차임 등 증액기준은 아직도 9%로 남아있다. 따라서 현행법상 상가임대차관계에서 상가임대인은 임차인보다 여전히 우월적인 지위에 있기 때문에 입법적 개입이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하여 국회에 계류 중인 「상임법」 개정안은 13개에 달한다. 또한 「지역상권 상생발전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동법에서는 지역상생발전구역을 지정하고 계약갱신요구권 10년 연장, 차임 증액기준 개선, 지역상생협의체 마련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상권이 형성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 전문가 대부분은 상가임차인이 상권형성에 기여한다고 보고 있다. 안타까운 사실은 임차인의 노력으로 상권이 개선되면, 임대료가 상승하게 되고, 기존 상가임차인들은 임대료 부담 때문에 다른 곳으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상가임차인이 상권을 개선하여 상가가격을 상승시키는 데 기여하는 사실을 망각한 채 상가임대인이 상가임차인을 자본이익의 객체로만 인식하는 데 있다. 따라서 상가임대인은 매달 임대료라는 황금알은 낳아주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어리석은 생각을 버리고, 상가임차인과 협력적 상생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임법」 의 성격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상임법」은 개인 간의 임대차관계를 규율하는 「민법」의 특별법으로 인식되어 왔지만, 경제·사회변화에 따라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한 현실에 직면하고 있다. 상가임대차관계는 이제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도 확대되고 있는 만큼 민사법적 접근이 아니라 행정법적 접근이 요구된다. 따라서 상가임대차 시장변화에 즉시 대응하고,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상가임대차 관계를 개선할 수 있도록 「상임법」 의 소관부처를 국토교통부로 이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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