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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마당] 황의선 해양수산부 해사안전정책과장

스스로 지키는 해양안전, 모두의 관심과 노력으로 시작된다.

국토매일 | 입력 : 2017/08/08 [16:27]

 

[국토매일] 사고원인을 밝히는 데는 기술적인 분석과 사회적인 분석이 있다고 본다. 노선버스 운전자가 졸아서 사고가 발생한 경우, 그 사고가 졸음운전에 의한 것이라는 표면적인 원인을 밝혀내는 것이 기술적인 분석이고, 그 운전자가 운전을 하면서 졸 수 밖에 없었던 업무환경을 밝혀내는 것이 사회적인 분석일 것이다. 전자는 주로 현장 중심의 계도·점검·단속·처벌 강화로 이어지며, 후자는 사회·제도적 개선으로 이어지게 된다.

 

201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선박은 9만2천여 척(어선 6만7천여 척)으로 연간 6백만여 척의 선박이 연안을 항해하고 있으며, 2천3백여 건의 해양사고가 발생함으로 인해 118명(어선 103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했다. 최근 5년간 발생한 해양사고 8,404건 중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원인분석이 완료된 920건 중 91.4%에 해당하는 841건(어선 439건)이 항해 중에 전방경계를 소홀히 했거나 작업을 할 때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등 인적과실에 의한 것이고, 선박의 설비결함 등에 의한 사고는 12건으로 1.3%에 불과하며, 나머지 7.3%에 해당하는 67건은 악천후에 의한 불가항력 등에 의한 것이다.

 

왜 이토록 인적과실에 의한 해양사고 비율이 높은가? 이는 우리나라만 그러 것이 아니며 세계적으로도 유사한 통계를 보이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국제연합(UN) 산하 해사안전?환경 전문기구인 국제해사기구(IMO)는 1998년부터 모든 국제항해 선박의 소유자에게 국제안전관리규약(ISM)의 시행을 강제화 하였으며,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국내항해 화물선에 대해서도 확대 적용 중이다. ISM은 국제적으로 정한 내용에 따라 해운회사와 선박의 자체안전관리계획을 각각 수립하여 정부로부터 인증을 받은 뒤 그에 따라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도록 하고, 정부에서는 수시·정기적인 점검을 하는 제도다. 이는 정부의 하드웨어적인 선박검사·점검 강화만으로는 인적과실에 의한 해양사고를 줄이는데 한계가 있음을 전 세계가 공동으로 인식하고서 선박소유자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책임을 강화하고자 하는 국제적인 해사안전정책이었다.

 

하지만 ISM이 시행된 지 20여 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도 인적과실에 의한 해양사고가 여전히 대부분을 차지(물론 위 통계에 ISM이 적용되지 않는 어선과 소형선박도 포함되어 있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그 비율이 많이 차이나지 않는다)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해운회사와 선박에게 자율적으로 맡긴 안전관리의 이행이 미흡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ISM을 바이블처럼 잘 만들어 깨끗하게 보관하고 있지만 그 내용대로 이행하고 있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일일 수만 척, 연간 수백만 척에 달하는 선박의 운항상황과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작업을 직접 감시·감독할 수는 없지 않은가? 어떻게 해야만 할까? 정부, 해운회사와 국민이 함께 나서야 할 때다.

 

첫째, 정부는 해양사고에 대한 사회적인 분석에 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충돌사고의 경우, 어느 쪽 항해사에게 과실이 있는지를 가려서 형사적·민사적·행정적 제재를 가하기보다는, 그가 전방경계를 소홀히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분석해서 그 요인을 제도적으로 제선해주는 것이다. 둘째, 해운선사는 ISM을 통한 안전관리가 경영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기초수단임을 인식하고, 현장에서 충실히 이행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국민은 자신들의 목숨과 재산을 운송하며 해양오염을 유발할 수도 있는 선박에 대해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주식투자자들이 관심 있는 기업의 경영공시를 참조하듯이, 스스로가 이용할 선박에 대해서 “선박안전도 정보” 등을 참고하여 안전관리 수준이 나은 해운회사·선박을 선택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항공기에 탑승하면 안전벨트를 착용하는 것이 자연스럽듯이, 선박에 승선할 때도 구명장비의 위치와 활용법을 확인하고 안내받는 등 자신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은 스스로가 지키는 것이라는 점이다. 사고 후에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를 묻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정부·회사·국민 모두가 안전관리 주체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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