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권혁기 한국시설안전공단 국가내진센터설립추진단장

국가 지진대책의 패러다임 전환

국토매일 | 입력 : 2017/07/28 [09:22]
▲ 권혁기 단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 수억 년을 진화해온 인류는 근대에 들어 무역 분쟁, 자원 전쟁, 지정학적 이유 등으로 지구라는 구성원으로 많은 해결 과제를 안고 있으며, 사회적으로는 산업화를 통해 고도로 발달된 사회가 만들어짐에 따라 복잡한 도시 속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갈등에 직면하고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 울리히 벡(Ulrich Beck, 1944-2015)은 1986년 ‘위험사회’ 라는 저서를 통해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산업화와 근대화 과정이 실제로는 위험한 사회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경제발전에 의한 산업화와 근대화로 대형 도시들을 탄생시키며 인간사회를 복잡성과 다양성의 틀에 몰아넣고 있어 도시화로 인한 사건 및 사고,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홍수,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강진 등은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사회를 살고 있는지 단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연재해로 분류되는 지진은 과거보다 더 활발한 활성도를 보이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지진을 과학적으로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후 지진 발생 횟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작년 발생한 912지진은 우리나라 지진관측 이래 가장 큰 규모로서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갖는 데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 지진에 의한 시설물의 안전문제는 그 어느 때 보다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고, 정부는 지진에 대비한 내진기준 강화와 적용 대상범위 확대 등을 통해 내진성능을 확보해 가고 있다.

 

다만, 국민안전처의 ‘기존 공공시설물 내진보강 기본계획’에 따르면 공항, 도로, 철도 등의 주요 공공시설물의 내진성능 확보율은 42.4%이며, 2015년 12월 국토교통부 조사 결과 전국 건축물 중 내진성능이 확보된 건축물은 6.8%로 조사돼 기존 시설물의 내진성능 확보는 아주 부족한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사실, 단순하게 본다면 지진에 대한 시설물의 내진대책은 신규 시설물의 경우 내진설계 기준의 철저한 적용이고, 기존 시설물은 합리적인 내진성능평가에 따른 경제적이고 신뢰성 높은 내진보강이라고 할 수 있다. 내진설계 기준 적용은 법적 요건을 강화해 추진한다면 큰 무리가 없겠지만 기존 시설물의 내진보강은 민간 소유 시설물이 많기 때문에 경제적 이유 등으로 내진보강에 어려운 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까지 내진설계기준 강화 측면에서 내진대책을 추진했고, 기술적인 연구 또한 이 분야에서 주로 수행돼 기존 시설물에 대한 합리적이고 경제적인 내진보강을 실시하기 위한 정부 정책 및 제도 등의 보완과 다양한 연구는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은 비용, 시간 등 모든 면에서 쉽지 않으므로 정부 정책은 신규시설물의 내진설계기준 강화 체계에서 기존시설물에 대한 내진보강 및 관리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존 시설물에 대해 내진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방향에 대해 몇 가지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적으로, 현재 우리나라는 각 개별법에 의해 기존 시설물을 관리하고 있어 각 부처별로 내진 대책을 수립 및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 차원의 실무적인 통합 관리가 미흡해 내진보강에 대한 설계와  보강 실시 결과에 대한 신뢰성 저하가 우려되고 내진보강 예산의 중복 투자 등의 관리도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안전진단과 성능확보를 담당하는 국가차원의 기구를 만들어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둘째, 기존 건축물에 대한 내진보강은 공공건축물에 대해 우선 추진하고, 민간건축물은 실효성을 얻기 위한 정부 정책의 강화가 필요하다. 공공 건축물은 법적 규정에 근거해 예산을 지원하여 내진보강을 추진할 수 있으나, 민간 건축물은 정부에서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미흡한 상태이다. 국민안전처가 발표한 지자체별 내진보강을 위한 지방세 감면 현황을 보면 최근 몇 년 동안 천만 원 이하 수준으로 민간건축물의 내진보강 지원을 위한 지방세 감면제도는 거의 유명무실한 수준이다. 따라서 지방세 감면 확대 등 실질적인 세제 지원 등의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

 

셋째,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 설계 및 보강 결과에 대한 실태점검을 실시해 문제점을 지속 개선하고, 내진보강 장치, 기구 등에 대한 검·인증 제도를 시행하고 민간 전문기관들이 참여토록하여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필요가 있다.

 

넷째,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이하 시특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제3종 시설물이 시특법 관리 체제에 놓이게 되어 제3종 시설물에 대한 내진관리 체계 조사 및 적정 성능 수준 등을 검토하여 시설물의 용도, 규모, 노후도 등을 고려한 내진대책이 수립 시행돼야 한다.

 

다섯째, 다양한 기존 시설물의 내진보강 매뉴얼을 지침 또는 기준화해 내진성능평가에 대한 실무 적용성을 높이고 내진보강 연구를 활성화해 보강 기술에 대한 고도화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현재 내진보강에 대한 기초 연구가 매우 부족한 상태임에도 기존시설물에 내진 보강을 실시하고 있어 강진 발생 시 보강 성과에 대한 기능 발휘에 의구심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섯째, 내진설계 및 보강에 대한 국내 전문가가 매우 부족한 실정이므로 전문 심화교육 과정을 마련하여 전문가 양성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해야 한다.

 

이상의 몇 가지 기존시설물 내진보강과 관련한 현황과 개선사항을 기술했으나, 기존 시설물에 대한 내진 보강 성과를 얻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국가의 지진에 대한 대응체계의 패러다임을 신규시설물에서 기존시설물로 전환하는 것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며,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정책과 세부 계획을 수립하고 실행에 옮기는 실천력이 필요한 때이다.

 

‘지혜로운 자는 역사를 통해 배운다’는 말이 있듯이 우리는 작년 9·12지진을 계기로 느낀 점이 많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며, 지진에 대한 국가대응체계의 패러다임  전환은 대응체계 구축 자체가 아니라 대응체계 구축을 통한 인간 존엄이 기본적 가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하며, 이것이 이뤄질 때 비로소 우리사회는 위험사회에서 안전사회로 전환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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