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종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

석면 폐기물 안전처리… 우리 사회의 시급 과제

국토매일 | 입력 : 2017/07/04 [11:21]
▲ 안종주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 겸 운영위원     © 국토매일

[국토매일] 석면은 인간이 만든 물질이 아니다. 지구의 화산 활동과 지질 등이 어우러져 만들어진 규산염 광물이다. 광물이면서도 섬유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강철보다 강하고 산·알칼리에도 잘 견디며 열에 잘 견디는 놀라운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 때문에 석면은 오랫동안 기적의 광물, 마법의 물질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하지만 이제는 석면은 인간에게 여러 종류의 암을 일으키는 것이 명백하게 확인된 1군 발암물질, 즉 인체발암물질이다. 물론 석면은 동물에도 암을 일으킨다.

 

석면이 인간에게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은 이미 1960년대에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그 이후 세계 각국에서 석면사용을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 현재 50여 개 나라가 여기에 동참하고 있다.

 

이때부터 석면은 화려한 별명 대신 ‘침묵의 살인자’, ‘조용한 시한폭탄’ ‘죽음의 먼지’란 무시무시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현재까지 석면이 인체에 일으키는 암은 흉막암, 복막암 등 악성중피종과 폐암, 후두암, 난소암 등이다.

 

위암 등 소화기계암과 기타 몇몇 암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암을 일으킨다고 명백하게 입증되지는 않은 데다 그 피해 가능 대상자가 매우 희귀해 선진국에서조차 별 관심은 두지 않고 있다.

 

19세기 말부터 현대문명의 필수품 된 마법의 물질 '석면' 

 

대규모 석면 매립지가 남아공과 러시아 우랄 산맥 등에서 발견되면서 석면은 19세기 말부터 생활과 산업 전반에 걸쳐 사용돼 왔다. 20세기 산업 발전과 생활의 편리함은 석면과 함께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박, 비행기, 브레이크라이닝 등 자동차, 슬레이트, 텍스 등 건축자재, 개스킷 등 전자·전기제품을 비롯한 각종 생활용품에 석면은 필수품처럼 쓰였다. 3천여 종의 각종 제품에 사용됐다고 하니 우리는 1백년 넘게 석면을 헤어질 수 없는 영원한 친구처럼 생각해온 것이다.

 

석면이 진폐증의 일종인 석면폐증과 각종 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인간이 알고도 선진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만 완전 사용을 금지하고 있을 뿐 여전히 중국, 인도,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과 후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 중반부터 필자를 중심으로 석면의 위험성을 알리고 경고하는 보도와 저술 등을 통해 사용금지를 촉구했다. 하지만 정부가 법으로 사실상 석면 제품 제조·유통·사용금지를 한 것은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09년이 되어서다.

 

2010년과 2011년 잇달아 석면피해구제법과 석면안전관리법을 제정해 석면 노출로 인해 암 등 석면질환에 걸린 시민들의 의료요양과 생활지원을 시작했다.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벨기에, 일본 등에 이어 세계에서 6번째로 선진국에 견주어도 비교적 이른 시일 안에 관련 제도를 마련했다.

 

석면 피해는 주로 석면 광물로 캐는 석면 광산 노동자와 석면을 다루는 노동자, 예를 들어 석면 제품을 직접 다루거나 석면 제품을 해체·폐기하는 건설 관련 노동자와 조선소, 자동차 수리공, 배관수리공 등 작업장에서 이뤄진다.

 

환경성으로는 석면 제품 제조 공장 인근 주민과 석면 광산 인근 주민, 석면 폐기물 처분장 인근 주민, 그리고 재건축·재개발 현장 인근 주민 등에게서 피해가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1960년대 새마을운동 석면슬레이트란 애물단지 남겨

 

세계 각 나라들은 서로 비슷한 유형의 석면 위험을 안고 있다. 하지만 나라마다 약간 다른 특성도 있다. 현대 문명의 필수품처럼 여겼던 석면 제품의 사용, 특히 건축 자재 시공과 해체·철거에 따른 석면 질환 위험은 만국 공통이다.

 

우리나라는 이 가운데 특히 1960~70년대 사회 전반에 걸쳐 진행됐던 새마을운동의 일환으로 이뤄진 농어촌 지붕 개량공사 때문에 석면슬레이트가 다량으로 쓰였으며 이것이 지금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정부 조사 결과 아직 해체·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는 석면건물은 약 130만 동 된다.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무허가 건축물이다. 주거가옥이 절반가량이며 축사·창고·공장 지붕이 나머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환경부를 중심으로 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5~6년 전부터 석면슬레이트 안전관리 종합계획을 세워 낡은 슬레이트지붕을 안전한 다른 건축재 지붕으로 교체하고 있다.

 

하지만 예산 부족과 민간 자부담 등 때문에 매우 더디게 이뤄지고 있다. 현재 방식으로는 2050년이 돼도 석면슬레이트 지붕 철거는 완전히 이뤄지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학교석면 제거, 석면 매립지 확보는 사회 부담으로 작용

 

둘째 학교를 비롯한 공공건물과 다중 이용 시설, 그리고 아파트 등 각종 주거·상업건물에 석면이 벽체, 천장재 등으로 사용된 양이 슬레이트 등을 포함하면 무려 4천만 톤가량 된다. 남산을 평지로 만들 때 나올 수 있는 흙·바위 양의 5~10배가량이나 된다.

 

이들 석면 건축자재 해체·철거 때 안전관리를 잘못할 경우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이 10~40년 뒤 심각한 석면질환에 걸릴 위험성이 있다. 또 이를 안전하게 철거했다 하더라도 어마어마하게 나오는 석면폐기물 처분이 심각한 국가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석면폐기물은 지정폐기물이어서 아무데나 묻을 수 없고 매우 엄격한 관리를 하는 특정폐기물처분장에 묻어야 한다. 현재 이런 곳은 몇 군데 되지 않으며 지금 포화상태에 있다. 앞으로 새로운 석면매립장 건설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매립할 곳이 없어 석면폐기물을 불법처리하거나 아예 해체·제거 공사를 진행할 수 없게 된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더구나 갈수록 폐석면 매립 단가가 올라가 이것이 개인은 물론이고 국가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좁은 국토에 님비현상이 여전한 현실 속에 석면 폐기물 안전 처리는 석면 건물 안전 철거 못지않게 우리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해결해야 할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석면이 발달된 지질구조를 지닌 국가 중 하나이다. 일제 때 제국주의 일본은 이런 점을 파악하고 전국 곳곳에 석면 광산을 개발했다. 석면을 비행기, 군함 등에 사용할 내화제품을 만들기 위한 원료로 쓰기 위해서였다.

 

석면광산은 특히 충·남북 지역을 중심으로 밀집돼 있다. 이는 다시 말하면 이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석면이 땅 속에 묻혀 있다는 것을 뜻한다. 흔히들 이를 자연발생석면이라고 한다. 석면은 공기 중으로 날리지만 않으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지역을 개발한다고 멋대로 파헤치면 심각한 건강·안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 현재 환경부는 전국을 대상으로 석면분포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지도에 담은 광역 및 정밀석면지질도를 작성 중이다. 자연발생석면지역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하는가도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감당해야 할 석면 부담 가운데 하나이다.

 

안종주/<조용한 시한폭탄, 석면>(1988) <석면, 침묵의 살인자>(2008) 저자, <한겨레> 전 보건복지전문기자, 환경기자클럽회장, 전국석면환경연합회 회장, 서울대 보건학 박사, 환경부 석면안전관리위원(현), 서울시 안전자문위원(현),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 자문위원 겸 운영위원(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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