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묻지마 개발사업으로 혈세 줄줄이 새는 경전철”

쌓인 빚만 3천 6백억 의정부 경전철, 왜 파산철이 됐나

박찬호 기자 | 입력 : 2017/06/08 [16:57]

 
경기·대전 지자체 트램 노면전차 열풍 왜?

 

▲ 인천공항 자기부상열차 모습                                             © 국토매일 자료 사진

 

[국토매일-박찬호 기자] 지난 5월26일 서울회생법원은 의정부 경전철에 대해 파산선고를 내렸다. 지자체의 국내 민간사업으로는 첫 판례이다. 이로써 의정부 경전철은 2012년 7월 첫 운행을 시작한 이후 4년 10개월 만에 문을 닫게 됐다. 지난 1월말까지 4년 6개월 동안 쌓인 적자 3600억 원은 고스란히 의정부 시민들이 부담하게 됐다. 3600억 원은 시민 1인당 126만원 가구당 319만원을 부담을 해야 한다.

 

이에 국내 경전철 사업이 기로에 놓였다. 국회와 지자체의 무리한 사업 추진에 정부와 국책 연구원의 방관, 민간사업자의 운영능력 부족까지 삼박자가 맞아 들어간 결과다.

 

달릴수록 손실… 엉망인 수요예측

 

의정부시는 경전철이 개통되면 하루 평균 7만9000명이 이용할 것이라는 수요예측 결과를 바탕으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막상 개통하고 보니 초기 이용객 수가 하루 1만여명에 불과했다. 운행 5년차인 작년엔 11만8000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로는 3만5000명으로 30% 수준이다.

 

2009년 이전까지 민간사업자는 정부 사업에 참여할 때 일정 손실을 재정 지원받을 수 있도록 최소운임 수입보장(MRG) 계약을 맺었다. 의정부 경전철도 실제 이용객 수가 예상치에 못 미치면 정부가 수입보장을 해주기로 했는데, 이용객 수가 50%에도 못 미치면 수입보장을 전혀 안 해준다는 예외조항이 들어갔다. 사업자 측에서도 설마 이렇게 승객 수가 적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설마가 현실이 된 것이다.

 

1990년대 말, 전국 지자체에선 경쟁적으로 경전철 사업을 추진했다. 철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외환위기 전후로 국가 재정은 빠듯해지면서 도시철도보다 적은 돈이 들어가는 경전철이 획기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시 인구가 2020년 52만명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의정부시의 지극히 낙관적인 전망치가 포함됐다. 그러나 의정부시 인구는 2008년 이후 43만명 수준에서 크게 늘어나지도 줄지도 않고 있다.

 

철도를 건설하는 데 수요예측은 수익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다. 수요예측에는 역사 인근 타 교통수단의 수송실적, 주변도로 및 연결도로 상황, 경쟁노선 존재 여부 등 다양한 변수가 고려된다.

 

경전철의 경우 당시에 없던 새로운 교통수단이어서 합리적인 분석 대신 사업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됐다. 바꿔 말하면 경전철에 대한 수요분석 모델이 존재하기도 전에, 정부와 지자체가 성급하게 도입을 추진했다는 말이 된다.

 

시민들이 지하철, 버스 등 교통수단 중에서 경전철을 얼마나 이용할 지를 나타내는 수단분담률은 경전철 특성을 반영해 계산해야 했지만, 교통연구원은 당시 경전철을 위한 별도의 모델이 없다는 이유로 민간사업자가 임의로 개발한 모델을 사용해 추정했다.

 

또 이용객이 경전철 역사에 접근하는 시간을 평균 10분에서 5분 정도로 줄이고, 통행률을 산정할 때 국가교통데이터베이스 자료가 아닌 의정부시의 내부 자료를 사용해 실제보다 30% 넘게 부풀린 사실도 지난 2013년 감사원에 적발됐다. 

 

경전철 노선은 시내를 도는 형태로 만들어져, 시내에서 서울로 나가는 사람이 많은 인구 특성을 반영하지 못했다. 도입 취지가 '출퇴근족의 교통 불편 해소'임에도 불구하고 출퇴근족보다는 시내를 오가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하도록 노선이 설계된 것이다.

 

설계 과정에서 이용객 확충을 위해 노선 변경이 고려됐으나 설계 변경에 수백억 원이 들어가고 아파트를 지나가도록 노선이 변경될 것을 우려한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해 지금의 노선으로 만들어졌다.

 

서울 지하철 1호선으로 갈아탈 수 있는 정류장이 15개 중 1개뿐이고, 강남권 출퇴근족은 차라리 버스나 의정부역(1호선)에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게 편리한 구조다.

 

거기다 개통 초기 폭염과 낙뢰, 폭설과 한파 때면 수시로 멈추는 등 안전사고가 빈발한 것도 의정부 시민들이 경전철을 외면하게 된 계기가 됐다.

 

파산, 의정부시 2200억 원 물어줘야 할 판

 

법원이 최종적으로 파산선고 후 지급금으로 2200~2300억원 정도를 민간사업자에게 물어줘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간 투자금에서 감가상각을 한 금액으로 의정부시와 사업자의 협상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

 

의정부시는 새로운 사업자를 선정하거나 자체적으로 경전철을 운영해야 되는데, 이 경우 획기적인 운영 효율화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를 그대로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시의 돈을 아끼기 위해 민간투자를 받아 추진한 경전철 사업이 오히려 곳간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이다.

 

민자사업자의 사업 포기가 다른 경전철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부산~김해, 용인 등 다른 경전철 사업에서도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데 시에서 손실을 보전해줘 근근이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 의정부 경전철 모습                                       © 국토매일

 

부산~김해·용인 경전철, 사업자 손실보전에 수백~수천억 지출 

 

MRG(최소운영 수입보장)는 고속도로와 항만 등 공공시설을 민간이 건설한 후 매년 얻는 수익이 예상치보다 적을 경우 정부가 보전해 주는 제도다. 부족한 정부 재정을 대신할 민간 사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됐지만, 정부 재정 부담이 지나치게 크다는 이유로 2009년 폐지됐다. 

 

그러나 MRG 폐지 전에 정부와 민간 사업자가 계약을 맺은 경우에는 여전히 손실을 보장 받는다. 지난 2011년 개통한 부산~김해 경전철은 예측 수요를 과다하게 산정한 탓에 MRG 부담이 커져 지자체 재정이 휘청거리고 있다.  

 

개통 첫 해부터 작년까지 김해시는 1186억원, 부산시는 700억원을 MRG 명목으로 투입했다. 승객 수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면 앞으로 15년 간 두 지자체는 1조8000억원의 MRG를 추가로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용인 경전철은 개통 전부터 우여곡절이 많았다. 당초 민자사업자에 운영을 맡기기로 하고 MRG 계약도 맺었으나 재정 부담이 30년간 3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자 용인시는 MRG에서 실제 비용의 부족분만 지원하는 비용보전방식(SCS)으로 재 협약을 맺었다. 

 

시는 계약 변경과정에서 민자사업자에 배상금 등 7700억원을 물어줘야 했고 매년 운영비용 명목으로 300억원 가량을 줘야 한다.  

 

이렇게 경전철 사업이 지지부진한데도 불구하고, 선거철마다 경전철 사업은 여전히 인기 좋은 공약 중 하나다. 지난 19대 총선 때 전국에서 경전철 공약이 23개 쏟아졌지만 이 중 이행된 것은 한 개도 없었다. 20대 총선 때도 경전철 관련 공약이 68개나 나왔다. 여전히 철도 유치가 지역주민들의 표를 얻을 수 있는 강력한 공약이라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자체마다 트램 1호 도시 내걸고 경쟁

 

대전시는 지난해 10월, 도시철도 2호선을 트램(노면 전차) 방식으로 건설한다는 내용의 기본계획 변경안을 국토교통부에 제출했다. 자가용 증가로 인한 교통 체증 문제로 고민해온 대전시는 지난 2014년부터 친환경 교통수단인 트램을 도입해 대중교통을 활성화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대전시 트램은 서대전역~정부청사역~유성온천역~진잠~가수원역(32.4㎞/정류장 30개) 구간에 오는 2025년 개통 목표로 추진된다. 시비를 들여 대덕구 등에 시범노선을 2020년까지 개통할 예정이다. 시는 트램을 추진할 경우 사업비가 5723억원으로 고가 자기부상열차로 건설할 때보다 약 60% 정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 지자체에선 요즘 트램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친환경인데다 가성비가 좋은 교통수단이라는 이유로 서울 경기 대전 제주 등 각지에서 너도나도 도입하겠다며 발 벗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트램은 아직 국내법상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다 다른 교통수단 대비 경제성이 뛰어난 지도 불확실하다. 표가 된다는 이유로 국회와 지자체에서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고 있어 트램이 제2의 경전철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경기 대전 제주 등 지자체, 트램 경쟁 가열

 

우리나라에서는 서울과 부산 등 대도시에서 1960년대까지 트램이 운행됐지만, 버스 운행이 확대되고 자가용 이용이 증가하며 교통 체증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최근 지자체들이 트램을 잇따라 도입하고 나서고 있다. 트램은 도로에 선로를 깔아 운행하는 전차로 홍콩과 유럽에선 흔하게 볼 수 있는 교통수단이다. 땅을 파지 않기 때문에 공사비가 지하철의 6분의1, 경전철의 2분의1 수준이고 전기로 움직여 친환경 교통수단이라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위례신도시 북쪽의 서울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신도시 남쪽의 우남역(지하철 8호선) 간 5.4㎞를 운행하는 트램을 오는 2021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다.

 

수원시도 수원역과 화성행궁~야구장~장안구청을 잇는 6㎞ 구간에 트램을 설치하기로 했다. 성남시도 신분당선 판교역~판교테크노밸리(10.38㎞, 성남1호선)와 판교차량기지~판교지구, 정자역(13.70㎞, 성남2호선) 2곳에 트램 건설을 추진한다.

 

제주도도 트램 도입을 검토 중이다. 제주시 한라생태숲에서 한라산 성판악 휴게소에 이르는 7㎞ 구간이 대상이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 교통 혁신을 위해 트램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트램 달리려면 갈 길 멀어

 

하지만 국내에 트램이 도입되기 위해선 갈 길이 멀다. 국내법상 트램은 아직 교통수단으로 분류조차 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트램이 교통수단으로 인정받으려면 도시철도법, 철도안전법, 도로교통법이 개정돼야 하는데 현재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상태다.

 

트램이 경제성이 있는지도 아직 불확실하다. 트램은 건설비와 운영비가 기존 지하철보단 적게 들지만 국내에 건설된 사례가 없기 때문에 실제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 구체적으로 추산하기는 어렵다. 거기다 시내버스, 택시 등 기존 교통수단보다 경제적으로 뛰어나다고 보기도 어렵다.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경전철과 트램이 반드시 필요한 교통수단으로 둔갑돼 수천억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달릴수록 손실이 나면서 지자체 재정을 옭아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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