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양재섭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

국토매일 | 입력 : 2017/06/05 [18:52]
▲ 양재섭 서울연구원 도시공간연구실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도시재생 뉴딜은 기존 도시재생에 소규모 정비사업을 추가하고, 역세권, 공공자산 등 지역자산을 활용하여 경제적 활력을 높여가려는 정책이다.

 

이를 위해 5년간 약 50조원의 공공 재원을 투입하고, 500여곳을 선정하여 지원할 계획이다. 저성장시대를 맞아 공공 재원을 투입하여 쇠퇴지역을 활성화하고, 지역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1998년 영국 블레어 정부가 쇠퇴지역을 재생시키기 위해 10여년간 추진했던 ‘커뮤니티 뉴딜정책(New Deal for Comminity)’과 맥을 같이 한다.

 

2013년 도시재생특별법이 제정된 이래 중앙과 지방정부는 도시재생사업 추진기반을 마련하는데 주력해왔다. 중앙정부는 2014년 이후 46개 지역에 대한 마중물사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13개소 도시재생활성화지역 외에, 2017년 2월 17개 지역을 추가하여 재생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된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의의는, 민간 주도로 추진되던 기존 정비사업과 달리 쇠퇴지역의 활성화와 장소 중심의 종합적 재생을 위해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을 강조한 점이다.

 

또한 쇠퇴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전면철거 재개발을 통해 일신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주민의 역량을 강화하여 경제·사회·물리적 자생력을 높이는 쪽으로 전환한 데 있다.

 

하지만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와 문제가 발생했다. 재생사업 지원을 위한 공공 재원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으며, 저조한 주민참여 또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주민역량 강화에 중점을 두는 과정에서 물리적 환경정비와 주택개량 효과가 미흡하다거나, 중앙과 지방정부, 정부 내 부처 간 협력과 협업이 미흡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새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지금까지 추진해온 도시재생정책을 되돌아보면서 미진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극복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도시재생 뉴딜정책은 저성장·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한 정책이다. 1990년대 8~9%대를 기록하던 우리나라의 경제장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3% 아래로 떨어졌고, 2020년 이후에는 1%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의 도시정책은 줄곧 고도성장 시스템에 맞게 유지되어왔다. 도시 외곽에서의 대규모 신도시 개발과 노후주거지에 대한 재개발사업, 주택 및 도시 인프라의 양적인 공급 확대는 고도성장을 뒷받침하는 정책이자, 고도성장기이기에 가능했던 방식이었다.

 

저성장기에는 고도성장기에 가능했던 토지·주택의 양적인 공급 확대와 개발이익에 근거한 재개발사업, 공공에 의한 인프라 확충을 기반으로 한 개발 메커니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된다.

 

과거 개발이익에 근거해서 추진되던 뉴타운·재개발사업은 더 이상 추진되지 못해 재개발구역에서 해제되고 있으며, 학교·공원 등 공공 인프라를 공공의 재정만으로 확충·관리하는 데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저성장·고령화에 따른 복지 수요의 증가와 이로 인한 도시 재정의 악화, 사회적·공간적 양극화 심화는 도시정책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저성장시대 도시재생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반드시 유념할 부분이 있다.

 

첫째, 실패로 끝난 뉴타운사업의 경험과 교훈을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뉴타운사업은 사업대상지를 양적으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과다(過多), 과대(過大), 과밀(過密), 과속(過速)의 오류를 범했다. 도시재생사업도 마찬가지이다.

 

도시재생은 전면철거를 통해 쇠퇴지역을 수술하는 양약식 처방이 아니라, 지역의 활력과 자생력을 키워가는 한방식 처방의 성격을 갖는다. 조급증을 갖고 보여주기식으로 사업을 확대하거나 성과 중심으로 재생사업을 추진해서는 안될 것이다.

 

둘째,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후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의 추진과정을 면밀하게 기록하고, 지역별로 어떤 변화가 있으며,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주거지, 상업지, 산업집적지 등 지역특성을 고려한 지역관리체계(Area Management System)를 마련하여 재생사업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셋째, 근린재생형과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에 대한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노후주거지를 중심으로 추진되는 근린재생형 도시재생은 주민참여 확대, 주민협의체의 대표성 확보, 주민교육·홍보 등을 통한 주민역량 강화에 주력해야 하며, 도시재생지원센터와 자치구의 역할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한편, 경제기반형 도시재생은 쇠퇴지역의 경제적 활력과 공공성 강화를 위해 공공의 역할이 중요하며, 공공 재원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민간자본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지역의 일자리와 경제활력을 제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넷째, 소단위 정비모델 개발과 저층주거지에 대한 관리체계가 필요하다. 저성장시대에는 개발수요가 점진적·지속적으로 감소하기 때문에 기존 재개발 메카니즘을 통해 개발이익을 담보하기 어려워 진다.

 

특히 노후한 저층주거지는 주거환경을 점진적으로 개선해가면서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지역별 특성과 수요에 맞는 정비방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단독 혹은 소단위 정비모델을 마련하여 적용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기존 도시재생사업에 공간복지와 일자리 프로그램을 장착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노후한 시가지를 물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정비사업을 시행하고, 노인·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을 위한 사회복지정책은 별도로 추진해왔다.

 

그러나 저성장시대에는 사업성이 없는 노후지역에 노인 주거문제, 저소득층 생계문제, 빈집 방치 등의 문제가 복합적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도시재생사업에 공간복지와 일자리 프로그램을 장착하여 물리적 환경 개선과 함께 사람· 주택· 지역을 통합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노후지역의 사회적·경제적 활력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끝으로, 도시재생에서 공공의 역할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사업성이 높아 민간의 사업추진이 가능한 지역에서 공공은 사업 추진을 지원하고, 공공이 직접 사업을 시행하는 지역에서는 ‘공공 디벨로퍼’로서의 역할이 요구된다.

 

저층주거지와 같이 공공성이 요구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공공이 사업을 보증하거나 사업 자금의 조달을 지원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또한 중앙과 지방정부, 정부 내 부처간 협력과 협업을 통해 도시재생사업을 지원하는 협력시스템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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