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박구병 한국시설안전공단 건설안전본부장

현장중심의 건설안전문화 정착을 위한 제언

국토매일 | 입력 : 2017/05/23 [17:16]
▲ 박구병 본부장            © 국토매일

[국토매일] 근래 들어 만나는 건설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안전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바뀌고 있는 듯하다. 이제 건설업도 단순히 법률을 지키는 수준에서 벗어나, 안전은 기업과 사업의 경쟁력뿐 아니라 이미지 차원에서도 중점 관리해야할 영역으로 부각되고 있다.

 

하지만 깊게 들여다보면 현실은 조금 다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몇 해 전 해외뉴스 중에 미국 포브스에서 발표한 미국 내 가장 위험한 직업 TOP10 안에 건설노동자가 포함된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있다. 가장 앞선 선진국이라 인정받는 미국에서 조차 건설업은 위험한 일자리로 인식이 되는 듯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국내 상황을 살펴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대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년만 해도 대형건설사고인 남양주 지하철 건설현장 폭발사고, 칠산대교 슬래브 전도사고가 연이어 일어나 많은 재해자가 발생하고, 물적 피해도 결코 작지 않아 건설시공사의 존폐를 결정하기도 한다.

 

지표상으로도 건설업 재해율은 전체 산업에 비해 아직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2014년 잠시 개선됐던 재해율도 다시 증가되는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건설사고의 특성을 살펴보면, 특히 중·소형공사(공사비 50억 미만)에서 발생 빈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건설기계(타워크레인 붕괴, 이동식 크레인 전도 등) 및 가설구조물 붕괴사고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기존에 마련된 각종 안전수칙이나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것인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으며, 건설공사의 안전관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건설안전 정책 및 제도를 소개하여 이해를 높이고 앞으로 개선해야 할 점에 대해서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먼저, 최근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건설안전정책을 살펴보면 크게 4가지 정도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첫 번째, 기존 시공자와 감리자에게만 의존해왔던 시공단계 중심의 안전관리 업무를 설계, 발주단계까지 확장하고, 시공 중 확인절차를 강화해 ‘건설 전 과정을 아우르는 종합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했다.

 

그 방법으로 설계단계에서 설계자가 시공과정의 위험요소를 찾아내어 미리 제거하는 안전설계(Design for Safety)를 수행하고, 그 적정성을 발주자가 검토·승인함으로써 사전 예방적 안전관리를 시행하도록 법령개정이 이뤄졌다. 

 

또한, ‘2016년부터 정부에서 발주되는 사업에 대해서는 ‘종합심사낙찰제’를 전면 시행함으로써 사업자의 안전역량을 감안해 시공자를 선정토록 개선됐다.

 

두 번째, 건설공사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현장 감시기능이 강화됐다. 예고식(3일전 통보)점검을 불시점검이 가능하도록 개선하고, 관계기관과 합동점검을 활성화해 현장의 안전관리 이행력을 높이도록 유도하고 있다.

 

세 번째, 가설구조물, 건설기계, 건설사고의 70%를 차지하는 소규모 건설공사에 대한 집중관리를 위해 타워크레인 및 천공기뿐만 아니라 소규모 공사의 위험공종도 안전관리계획 수립이 의무화됐다. 또한, 안전신문고 및 안전신고 포상제 도입을 검토해 사회적 감시 확충을 도모하고 있다.

 

끝으로, 안전저해 환경개선 및 안전문화 기반조성을 위해 안전관리비 부족을 방지하고 공사비 증가 시 반드시 안전관리비도 증액토록 법령이 개정됐으며, 발주기관 공무원을 포함한 모든 건설주체에 대한 안전관리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도록 추진 중이다.

 

이렇듯 많은 정책과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타까운 심정으로 아직도 미처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 필자가 생각하는 몇 가지 개선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공사 착공 전 제출하는 안전관리계획서 검토 내실화를 위해 안전관리계획서 검토의뢰를 의무화하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현 제도는 1·2종 시설물에 대해서만 전문기관인 한국시설안전공단에 의무적으로 검토 의뢰하도록 되어 있고, 이외 시설물은 의무 대상이 아니다. 이로 인해 1·2종 외 시설물 안전관리계획서의 형식적이고 부실한 검토가 문제가 되고 있으며, 그 처리현황조차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적정한 자격기준을 마련해 이외 시설물에 대한 안전관리계획서 검토를 담당하는 외부검토기관을 지정하고 그 기관의 역량을 지속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안전관리계획의 내실화 및 사고예방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두 번째, 안전관리계획의 현장 이행력을 높일 수 있는 상시점검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현장에서 외면 받던 안전관리계획서를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 검토하기 시작하면서 안전관리계획에 대한 인식과 품질이 나날이 향상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안전관리계획이라 할지라도 현장에서 직접 적용되지 않는다면 그 전까지 노력은 무의미한 일이 될 것이다. 반드시 현장 이행상황을 살피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기술력을 지원함으로써 제도의 목적을 온전히 달성할 수 있으리라 사료된다.

 

세 번째, 현장기술자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가설구조물 표준도’및‘가설구조물 해석(검토) 프로그램’의 제작을 제안한다. 서두에 밝힌바와 같이 건설안전 확보를 위해 가장 취약한 부분을 꼽으라면, 소규모 현장과 가설공사일 것이다.

 

따라서 ‘가설구조물 표준도’및‘가설구조물 해석(검토) 프로그램’의 배포는 가설구조물에 대한 설계능력과 전문지식이 부족한 소규모 건설현장의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며, 건설사고 예방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다’라는 말이 있다. 안전을 위한 새로운 제도마련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정책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도록 홍보 및 교육을 강화하고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는 한편, 확실한 신상필벌을 통해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건설문화를 조성하는 데 집중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개선방안의 현장 적용을 신속하게 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와 한국시설안전공단에서는 4월 28일부터 ‘찾아가는 건설안전 순회교육’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건설안전 실무협의회 및 교수협의회’를 구성해 건설안전정책과 제도에 대한 홍보를 강화하고 현장밀착형 지원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또한, 사고사례, 안전수칙 등의 건설안전 정보제공을 위한 SNS 개설을 준비 중이며, 현장 안전관리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건설공사 안전관리계획서 작성 매뉴얼’ 및 ‘건설사고 사례집’을 제작·배포해 현장중심의 건설안전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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