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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제어시스템 개량 통합발주 vs 분리발주… ‘자가당착’ 빠진 철도시설공단

IXL·ATC 시스템 발주 방식 두고 ‘철피아’ 특정 업체 특혜 시도 의혹

조영관 기자 | 기사입력 2017/04/17 [10:41]

열차제어시스템 개량 통합발주 vs 분리발주… ‘자가당착’ 빠진 철도시설공단

IXL·ATC 시스템 발주 방식 두고 ‘철피아’ 특정 업체 특혜 시도 의혹

조영관 기자 | 입력 : 2017/04/17 [10:41]

 

국내 철도 산업 보호육성 명분과 업계 과도한 수주 경쟁 맞물려 확전

 

▲ 철도시설공단 대전 본부                          © 국토매일 자료 사진

 

[국토매일-조영관 기자] 철도시설공단이 경부고속철도 1단계 광명∼동대구 구간의 열차제어시스템 개량 구매설치 입찰을 놓고 ‘자가당착’에 빠졌다. 국민 안전과 직결된 철도 개량 사업의 추진 과정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양새다.

 

철도공단은 지난 2012년 경부고속철도 시설개량 신호설비 실시설계와 2014년 경부고속철도 연동장치·ATC 등 현대화 용역 등 총 16억5천만 원을 들여 두 차례 설계 용역을 진행했다. 그러나 L컨소시엄의 단독 응찰로 유찰됐다.

 

이를 두고 철도업계 사이에선 철도공단이 유찰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을 알고도 사업 실적이 없는 특정 업체에게 일감을 주기 위해 부당하게 입찰을 진행해왔다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의 근본적인 문제는 이른 바 ‘철피아’로 얽힌 철도공단과 일부 업체 간의 커넥션이 작용했다는 목소리까지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부 업체에서는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특정 업체의 악의적인 민원으로 국민 안전과 직결되는 철도 시설 개량의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

 

L컨소시엄 단독 응찰로 유찰… 공단 ‘사업재검토’

 

철도시설공단은 853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경부고속철도 1단계 열차제어시스템 개량사업을 위해 두 차례에 걸쳐 실시설계 용역을 진행하고, 지난해 5월 ‘경부고속철도 개량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같은 해 11월에는 경부고속철도 열차제어시스템 개량 구매설치 사전규격공개 후 올해 1월 1차 입찰 공고를 냈다. 그러나 L컨소시엄의 단독입찰로 유찰되자 3월에는 입찰 재공고했고, 이마저도 S사의 민원으로 마감이 연기된 끝에 발주 논란이 불거지자 사업진행과 관련해 자체적으로 자문회의를 실시한 결과 사업계획을 재검토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입찰과 관련해 민원의 빌미가 됐던 공동도급 발주 방식과 관련해 철도시설공단은 경부고속철도 1·2단계는 물론 호남고속철도와 수도권고속철도 열차제어시스템 구축을 통합발주 방식으로 진행한 만큼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IXL(연동장치)과 ATC(자동열차 제어장치)의 통합 발주에 대해 철도시설공단 관계자는 본지 통화에서 “두 개의 시스템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시스템으로, 분리 발주 시 설치·시험 등 어려움이 있다”며 “공단 입장에서는 IXL과 ATC 실적이 있는 회사가 참여하는 게 당연히 사업 리스크가 적은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분리 발주 시 설치와 시험 등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공단이 통합발주 공동도급으로 하는 것은 공동책임을 지우기 위함이다”면서 “다만 이번에 입찰에 참여한 D사는 국내 고속철도 IXL 사업에 참여한 실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사 기술이전 S사·IXL 실적 없는 D사 ‘신경전’

 

표면적으로는 통합발주 방식에서 촉발됐지만 이번 경부고속철도 1단계 열차제어시스템 개량 사업 논란은 ▲국내 철도산업 보호 ▲국부 유출 ▲철피아로 대변되는 철도 업계의 고질적인 유착관계 등의 사안들을 복합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국내 철도산업 보호 부분에서 특히 주목해야할 부분은 이번 통합 발주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진 S사와 해외 A사의 관계다. 

 

S사는 이번에 통합발주 입찰에 참여한 L컨소시엄의 L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통합 발주된 수도권고속철도 열차제어시스템 구축 사업에서 IXL을 맡는 등 IXL를 납품 설치한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 이번 경부고속철도 1단계 개량 사업의 입찰자격 조건에 유일하게 모두 충족하는 업체로 손꼽히는 이유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외 A사가 “S사와는 일을 못하겠다”며 기술이전계약을 거부한 배경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철도신호분야의 한 전문가는 “해외 A사 입장에서는 D사가 국산화 기술이 없어 모든 기술을 100% 공급할 수 있는 반면, S사의 경우 일부 국산화한 기술을 제외하고 나면 사업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실리적인 계산을 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해외 A사는 S사가 지적 재산권에 대한 단독 사용권을 갖고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반박하며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S사가 자사와의 계약은 물론 지적 재산권 법률을 위반하고 있는 만큼 자사의 지적 재산권을 대표하는 제품 및 기타 정보와 관련해 제공한 모든 정보의 사용을 중지해야한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업계의 한 관계자는 “S사는 IXL의 부품 일부를 국내 기술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건데, 그 자체가 법률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센스가 걸려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S사가 해외 A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사업에 참여하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긴밀하고 유기적인 인터페이스가 필요한 하나의 시스템을 굳이 두 개로 분리 발주하라는 게 S사의 요구인데, 이는 해외사와의 라이센스 문제로 입찰 참여 자격이 안 되자 들고 나온 주장”이라면서 “L사가 법률적·기술적으로 검토한 결과 S사와는 사업을 할 수 없다고 판단해 그 자격을 갖춘 D사와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부유출 vs 국내 산업 보호… 업계 간 ‘몽니’

 

그러나 철도시설공단의 통합발주 방식을 두고 철도업계 일각에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철도공단이 지난 10년간 경부고속철도를 운영하면서 국산화시킨 기술과 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를 무시하고 특정 업체 지원을 위해 ‘혈세 낭비’ 우려를 방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도신호업계의 한 전문가에 따르면, 지난 1994년 고속철도 도입 결정 당시 IXL(연동장치)은 지금은 철도사업에서 철수한 삼성SDS가, ATC(자동열차 제어장치)와 CTC(집중제어장치) 등의 시스템은 LS산전이 각각 해외 철도 업체인 알스톰과 안살도로부터 기술이전을 받는 것으로 계약하고 구축했다. 

 

이후 두 업체는 10년간 경부고속철도 1단계 구간에 부품을 공급하고 유지보수를 해오면서 IXL과 ATC의 소모품 등 부품 일부를 국산화했다. 

 

이번 경부고속철도 1단계는 개량 사업이기 때문에 SEI가 아닌, IXL과 ATC가 완전히 분리된 SSI시스템을 적용한다는 게 이 관계자의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중요한 건 SSI는 지금까지 통합 발주된 적이 없는데도 철도공단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철도공단의 통합 발주 주장은 수도권고속철도의 SEI 시스템에 국한된다는 얘기다. 이 경우 안살도 회사의 기술이기 때문에 결국 LS산전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SEI는 안살도, SSI는 알스톰이 각각 보유한 기술인만큼 두 시스템을 통합할 수 없을 뿐더러 분리발주가 당연히 맞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CTC 구축 실적만 보유할 뿐 국내 IXL 구축 실적은 전무한 D업체가 보다 실익적인 판단을 한 해외 A사와 접촉한 후 IXL 사업에 뛰어들었다는 게 통합 발주를 반대하는 측은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입찰제안서 등 입찰자격 조건을 특정 업체 유리하게 하는 등 ‘철피아’가 개입했다는 시각이다. 

 

철도업계의 한 전문가는 “분리입찰을 하게 되면 D사의 경우 실적이 없어 입찰 자격이 안 되기 때문에 철도공단이 ATC와 IXL을 통합 발주한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시설공단이 사업의 축소 또는 나아가 전면 재검토까지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국내 열차제어시스템 부품 하청업체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분리발주와 통합발주 두 진영으로 나뉘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통합발주를 요구하는 업체는 막대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검토했던 사업을 특정업체의 민원에 의해 사업 방향과 내용이 바뀐다면 과연 국내에서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분리발주를 요구하는 업체들은 철도공단이 D사에 특혜를 주려한다는 눈초리다.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철도시설공단은 경부고속철도 1단계 열차신호시스템 개량 사업을 향후 정밀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추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발주 과정에서 보인 철도시설공단의 대응이다. 발주 과정 전반의 준비와 설계용역집행, 내부절차 등의 문제가 있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열차제어시스템 개량과 관련해 “사용주기로 판단할 때 일단 개량시기가 도래한 건 맞는데 아직은 장애 추이를 보면서 지켜봐야할 것 같다”면서도 “철도공단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전문성 있게 하겠다는 입장인 걸로 알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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